발전설비 일원화 계약시 10년 경영금지 조항이 화근, 빅딜문제로까지 확전될 조짐

공기업 한국중공업이 민영기업 두산중공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은 지 1년 8개월. 하지만 최근 몇 차례 태클에 걸리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월 경쟁입찰을 통해 한전으로부터 발주받은 당진 5, 6호기 화력발전(보일러)설비의 가격과 관련,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으로부터 “값이 너무 뛰었다”는 질타를 받았다. 발전설비 빅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10년 경업금지조항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았다.두산측은 배후자로 현대중공업을 지목하고 있다. 현대와 부딪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도 두산과 같은 시각이다. 이에 국회 산업자원위 국정감사에서 두산중공업을 문제 삼았던 안의원은 그다음날 ‘정몽준 대통령후보 캠프로 옮겨가느냐’는 전화가 셀 수 없이 걸려왔다고 한다. 정후보가 현대중공업 대주주로 몸담았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두산·현대 발전설비 입찰문제로 갈등 빚어현대는 지난 98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에 넘긴 발전설비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현대가 두산중공업이 해외발전설비 입찰을 가로막는 등 국가 수출산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데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현대는 지난 99년 한중과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양도인은 계약체결일로부터 수행공사 중인 공사를 종료한 후 10년이 되는 시점까지 국내에서 발전설비의 제작 또는 판매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계약서에 자의든 타의든 서명했다.때문에 해외발전설비 입찰에 참가하려면 두산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는 두산측에 동의를 구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하자 본격적인 공격에 나선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두산과 경합을 벌이지 않는 6건의 발전설비 해외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동의를 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며 “발전설비 빅딜마저 금융제재 등 정부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두산의 입장도 강경하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수출을 빌미로 발전설비 일원화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그러나 현대의 발전설비사업 재개는 수출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고 말해 경업금지조항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임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가 정부의 강압을 운운하는 것은 모럴해저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쐐기를 박았다.두산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주력사업이었던 오비맥주를 팔면서 까지 발전설비 산업자본재 등을 주업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을 21세기 주력기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산이 재계 10위의 그룹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두산중공업은 민영화 걸음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두산중공업 민영화 과정에 깊이 개입했던 한 인사는 “발전설비사업 빅딜 과정에 납득이 가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두산의 한중인 입찰과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 인사는 “다만 정부가 4대그룹의 진입을 막으면서 막판에 한중을 인수할 수 있는 업종군에 건설을 끼워 넣어 두산건설이 (주)두산과 함께 한중 지분인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