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대부분 벤처캐피털 CEO로 활동...차별화된 정보공유시스템 '명성'
제대를 눈앞에 둔 말년병장이 늘 하는 말. “부대쪽으로는 절대 머리를 두지 않겠다.”하지만 ‘인재사관학교’인 KTB네트워크(이하 KTB)를 ‘제대’한 사람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퇴직 후에도 선후배끼리 뭉쳐 모임을 만드는 등 ‘KTB 출신’인 점에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매달 넷째주 화요일에 만나기 때문에 ‘화사회’란 이름이 붙은 이 모임은 지난 99년부터 시작됐다. 벤처캐피털업계로 이직한 직원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류하던 이 모임은 이후 벤처회사로 옮긴 KTB 출신까지 받아들이며 인원이 배로 늘어 현재는 80여명에 육박한다.코어세스 하정율 사장, 한백 박재연 사장, 첵프리 김상천 사장 등이 대표적인 새로운 인물이다. 간사를 맡고 있는 씨에이에이의 김영환 재무담당이사(CFO)는 “모임의 목적은 선후배간의 친목도모와 정보교류”라며 “골프모임, 테니스모임 등 소동호회가 많이 생긴 것이 새로운 변화”라고 전한다.잘 알려진 대로 KTB는 벤처캐피털업계의 산증인이자 대표주자다. 이런 명성 뒤에 숨겨져 있는 회사의 인재양성시스템은 뭘까. 이에 대해 KTB 홍보실의 오세진 대리는 “인재양성시스템 덕에 명성을 얻었다기보다 크게 세 가지의 기업문화가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퇴직자 모임인 ‘화사회’도 생겨첫번째가 바로 KTB의 오랜 역사다. 즉 이를 통해 자연스레 ‘사관학교’라는 명칭이 붙여졌다는 뜻이다. 이는 회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지난 81년 카이스트 등이 보유한 기술아이템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정책적인 목적에서 설립된 KTB는 이후 98년 ‘공기업민영화’ 바람에 따라 미래와사람에 인수돼 민영화의 길을 걷는다.KTB가 인재사관학교라는 명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벤처열풍이 불며 많은 창투사들이 생겨났고, 결과적으로 인력도 많이 부족하게 됐다. 이들 창투사가 인력을 스카우트할 곳은 KTB 등 소수에 불과했고 자연스레 KTB 출신이 업계에 널리 진출하게 된 것이다.다음으로 정보공유시스템(KMS)이 잘 구축돼 있다는 것도 명성을 얻게 된 비결이다. 이를 통해 심사를 담당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쉽게 과거자료를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간의 교류도 활발해졌다.업계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한 지금도 70여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보유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터라 업무의 중복을 막아주고 효율을 높여주는 정보공유시스템의 구축은 필수적이었던 셈. 또한 단순히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후에도 지원활동을 계속했고, 이 덕분에 ‘투자에서 지원까지’ 업무를 배우고 싶다는 실력 있는 취업준비생의 지원이 많았다는 것이다.퇴직자에 대한 회사의 애정 어린 시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 퇴사자는 “99년 모임이 설립됐을 때 아직 사무실을 얻지 못한 회원에게 KTB가 본사 사옥의 일부를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이들에게 쏟는 관심이 각별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대리는 “퇴사자는 잠재고객”이라며 “퇴사한 후에도 유대관계 지속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