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구 현대자동차 이사(48)는 미국, 일본 등의 자동차업계에까지 소문이 자자한 ‘자동차특허 제조기’다.1983년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국내 특허 100건(등록 87건), 해외특허 107건(등록 83건)을 출원했다. 88년 현대자동차 우수제안상을 수상한 이후 대통령상 2회, 과학기술부장관상 1회 특허청장상 1회 등 회사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많은 수상실적을 갖고 있다.특히 이이사가 98년 특허청에서 주관한 ‘특허기술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 현가장치’는 이이사의 명성을 세계에 떨치게 한 발명품이다.‘현가장치’란 자동차의 프레임과 타이어를 연결하는 완충장치다. ‘신 현가장치’는 스프링과 링크 등 관련부품이 고도의 탄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 이 기술로 국내 자동차업계는 연간 20만대가 넘는 신규수요를 만들었다.이이사는 이 같은 엄청난 발명품을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이이사는 ‘만화 및 무협지’ 광이다. 특히 잠들기 전 20~30분 동안 무협지를 읽어야 편하게 잠이 올 정도라는 것. 그는 “무협지와 발명품은 미래를 상상하며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같다”는 논리를 폈다.이이사의 그림실력 또한 대단하다. 일을 하다가도 문뜩 뭔가 생각나면 곧바로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실력은 사진과 구별이 안될 정도라고 한다. 그는 “공간개념이 있어야 발명도 가능하다”며 “그림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구조가 보다 명확해진다”고 덧붙였다.이이사의 강한 추진력은 그를 특허제조기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가 출헌한 특허중에는 3~5년정도 걸려 개발한 신기술도 적지안다고 한다. 후배 연구원들은 “(이이사는) 한 번 결정하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직무를 하면서 항상 어떻게 하면 좋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강한 의지’로 이어져야 합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줄줄 나오는 법입니다.”이이사는 바쁜 와중에도 90년 미국 콜로라도대학으로 유학해 기계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데 이어 올해는 7년간의 주경야독 끝에 한양대학교에서 정밀기계 박사학위를 받았다.그는 또 짬짬이 시간을 내 <승용차 현가장치에 대하여 designtimesp=23127>(97년) 등 1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2월에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번듯한 사무실을 마다하고 개발현장에 그대로 남아있다.오히려 올 상반기에는 6건의 신규특허를 냈을 정도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이이사는 “앞으로도 기술개발 현장을 떠나지 않을 작정”이라며 “후배들에게 회사 임원도 특허를 이렇게 많이 냈다는 소리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효성 화학연구소 김정호 팀장‘강철 플라스틱’ 꿈꾸는 불도저 연구원효성그룹의 ‘발명왕’ 김정호 화학연구소 석유화학연구팀장(43ㆍ공학박사).김팀장은 지방출장길에 늘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이동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라는 회사 관계자의 권유도 정중히 거절한다. 고속버스는 그에게 소중한 아이디어의 산실이기 때문이다.“고속버스에 올라 반복적인 기계음이 울릴 때 잠이 약간 오면서도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아납니다.”지난 90년 효성에 입사한 김팀장은 그동안 12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명성을 떨쳤다, 이중 촉매 관련 특허가 50여건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접착제와 플라스틱 관련 특허다. 촉매는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핵심요소다. 모든 화학제품에 극히 소량이 들어가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물질이기도 하다.따라서 촉매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보통 석유화학제품의 촉매는 1㎏당 30만원꼴이지만 제조단가는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서 촉매연구는 초기투자비가 많이 들고 개발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사정이 이러다 보니 개발에 성공하면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지름길이 된다. 그가 촉매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팀장이 개발한 ‘탈수소촉매’와 ‘중합촉매’는 플라스틱 생산과정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배가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두 제품을 통해 효성은 연간 16만t의 플라스틱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2,000여억원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김팀장이 이처럼 많은 특허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성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는 이용성 과장은 “한 번 결정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무척 강하다”고 전했다.사실 그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목표를 시간단위로 정할 정도다. 회사에 출근해 10시간을 연구한다면 매시간 10개의 항목별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이런 깐깐함과 부지런함이 많은 특허출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치밀한 기획력이 이를 탄탄하게 해준 것은 물론이다.“플라스틱을 개발할 경우 기존에 우수하다고 알려진 플라스틱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강철을 대신하는 플라스틱’ 같은 높은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이건 무한한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김팀장의 향후 목표는 이처럼 ‘강철을 대신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20년 안에 이루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동아제약 오태영 책임연구원‘한우물파기’일관한 소화기 치료제 권위자지난 10월 오태영 동아제약연구소 책임연구원(32)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에서 올해 발매 예정인 위염치료제 스티렌과 관련된 3편의 논문으로 ‘트래블 그랜트 어워드’(Travel Grant Award)를 수상했다. 이는 35세 미만의 젊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우수논문을 선정해 학회참가비 등을 지원해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상이다.기초실험 논문 수상으로는 오연구원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오연구원은 지난 9월에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유럽헬리코박터연구회 학회에서 헬리코박터균과 스트레스의 복합발병원인을 가진 악화된 위병변에 유파틸린 성분신약 ‘스티렌’이 우수한 항궤양 효과가 있음을 발표해 ‘영 사이언티스트 어워드’를 받았다.이처럼 오연구원은 소화기 치료제 개발에 관한 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오연구원은 세계 유명대학에서 번듯한 박사논문으로 이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다. 오연구원은 국내에서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94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래 줄곧 위점막 보호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우리 회사가 위궤양 치료를 위한 위점막 보호제 실험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처음에는 일본 회사의 도움을 받아 연구했지만 이제는 이들과 대등한 관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에 수상한 논문은 알코올에 의해 일어나는 위점막병변에 대한 스티렌의 위점막 보호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조직 및 분자생물학적 관찰로 증명한 것이었습니다.”오연구원은 동아제약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중 유일하게 남은 초기멤버다. 중간에 동료들이 경제적인 이유와 미래의 불확실성 등을 들어 하나둘씩 떠났기 때문이다. 오연구원도 퇴사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입사 3~5년차 시절에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고 한다.하지만 오연구원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히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소화기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후 오연구원은 틈만 나면 해외 관련 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다.“해외학회 참여시 세계적인 동향 등에 대해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학회에 발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국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연구원은 욕심이 많아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 외에도 국내외 각종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임상의들과 만나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오연구원은 최근 일본 기업에 근무하는 다나카 연구주임의 노벨화학상 수상 스토리를 읽고 “회사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한 가지 연구에만 계속 매달려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부러워했다.오연구원의 꿈은 뭘까.“염증성 대장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국내외에서는 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약만 있을 따름입니다.”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한국전력 대구지사 권한교 과장제안노트만 30여권… 아이디어 산실권한교 한국전력 대구지사 배전계획과장(48)의 서류가방에는 손때 묻은 대학노트 한 권이 들어있다. 이 노트에는 평소 업무 중에 느꼈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현재 상황, 문제점, 개선방향 등으로 구분해 깨알같이 적혀있다.노트 중간 중간에는 권과장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사진 등도 첨부돼 있고, 현장에서 직접 검증해 본 데이터는 표로 만들어져 있다. 권과장은 이런 노트를 30여권 갖고 있다. 바로 이 노트가 권과장을 ‘한전 제안왕’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권과장은 사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그의 이력서를 들춰보면 이런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권과장은 지난 79년 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전력에 입사했다. 20여년간 근무하면서 100여건에 달하는 제안과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또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150여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특히 지난 99년 변압기 공사 시공방법 개선으로 90억6,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해 한전 안팎에서는 ‘전대미문의 대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이론적인 연구도 그를 따라올 직원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고정정전 예방활동의 문제점 분석연구 designtimesp=23222>(97년) 등 12건의 연구논문과 1권의 전문서적을 저술했다.5년 동안 300컷의 그림을 직접 그리고 시공 기초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문서적 <배전공사 시공실무집 designtimesp=23225>은 전선업계의 유일한 교과서로 통한다. 당연히 상복도 많아 지난 5월 제5회 한국전기문화대상(산업자원부장관상)을 비롯해 회사 창안상, 공로상 등을 휩쓸었다.이 와중에 전기기사 1급, 전기공사기사 1급 등 6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물론 주경야독으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다.권과장이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펼친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직장생활 22년 중 11년을 기획관리과에서 안전관리와 감사업무를 봤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위해요인을 보는 눈이 날카로워지고 문제의식도 생기더라고요.”직장동료들도 “원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용납하지 못할 정도의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에게 ‘천연기념물’이라는 애칭이 붙어다닌다. 권과장은 업무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대충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즉각 ‘제안노트’에 메모를 하고 퇴근해서 새벽까지 해결책을 모색한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안활동으로 이어졌고, 연구논문에다 전문서적까지 저술하게 된 것이다. 하루에 평균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을 정도의 노력이 오늘의 그를 만든 저력인 셈이다.권과장은 앞으로도 많은 제안과 발명거리들을 쏟아낼 것이라고 자신한다.“전기는 공기, 물 다음으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전력 판매원가를 낮추고 전력설비가 도시미관을 헤치지 않도록 시공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활동에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포스코 냉연부 박순복 사원포스코에서 발명왕 독식한 ‘신지식인’포스코 냉연부 전기강판공장에서 근무하는 박순복 사원(36)에게 올해는 최고의 해였다. 상반기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주최 ‘학벌문화타파 및 극복사례공모’에서 우수상을, 대한변리사협회 주최 직무발명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의 상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10월에는 제2건국위원회에서 신지식인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대상)을 받았다. 그후 ‘자랑스런 경북도민상’을 받기도 했다.90년 포스코에 입사한 박씨는 5년 10개월 만에 선배들을 제치고 포스코 ‘전사 발명왕’에 오르면서 각종 발명기록을 경신하기 시작했다. 97년 또 한 번의 ‘전사 발명왕’과 ‘전국 제안왕’에 선정됐고 98년 포스코 직원 최고의 영예상인 ‘올해의 포철인’상을 수상했다.지난해에 창조적 사고와 혁신적 발상, 발상을 실현시키는 강한 의지 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신지식 특허인’으로 선정돼 특허청으로부터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박씨는 그동안 1,869건의 설비개선과 특허출원 170여건, 실용신안등록 100여건 등 270여건의 발명을 갖고 있다.“제품을 만드는 작업자 입장에서 불편하고 안정성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개선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방법을 찾게 됐어요. 문제의식을 느끼는 데 머물지 않고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사람이 발명가가 되는 것이죠.”박씨가 발명한 것들 가운데 현장에 적용된 대표적 케이스는 ‘역방향 절연코팅 방법’. 전기강판공장에서 생산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각종 회전모터나 발전기, 안전기 등의 전기기기에 사용되는 철심이다. 이것이 도는 방향을 바꾸면 어떻게 될지 그는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그리고 곧 실행에 옮겼다.그러자 제품품질이 향상됐다. 일상생활 속 발상의 전환이 경영개선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가 아낀 경영개선 비용은 무려 789억원이다.“종이컵 하나를 보더라도 이 컵을 만든 사람은 어떤 아이디어를 가졌을지 상상해 봅니다. 모든 사물을 볼 때 발명자의 눈높이에 서보는 거지요. 착안한 발명을 성공한 순간에 느끼는 즐거움도 발명의 묘미입니다. 존재감을 느끼는 거죠.”박씨가 발명을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다. 자녀들이 ‘우리아빠는 언제나 공부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산교육이기 때문이다.이 때문일까. 박씨의 가족은 모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박씨의 부인은 ‘사용이 간편한 엑스자 안전벨트’라는 특허를,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아이는 ‘비동력식 귓밥 소재기’와 ‘소리나는 배드민턴 셔틀콕’ 2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하지만 바지를 보호할 수 있는 ‘히프보호대’와 ‘기능성 가방손잡이’ 등의 특허를 냈다. 박씨 가족들은 잠자리에서 나란히 누워 특허소재에 관해 얘기하다가 잠이 들곤 한다.“발명가는 부지런한 사람들이죠. 하루 종일 무딘 톱으로 나무를 베기보다 시간이 들더라고 톱날을 세워요. 톱날을 가는 시간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무를 더 빨리 벨 수 있죠.”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