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이점은 뭘까. 크게 다를 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외국계 기업들도 어차피 한국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세금도 낸다. 임직원들 역시 같은 한국인이다.다만 외국계 기업은 지분구조에서 외국인 지분이 많고 경영권을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갖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수출액으로 잡힌다. 무늬만 우리와 다를 뿐 실제로 하는 일은 똑같은 셈이다.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나름대로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에서도 일익을 담당했지만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연간 3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이를 전량 해외에 수출하는 노키아티엠씨가 처음부터 국내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이번에 선정된 외국계 기업들은 진짜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다. 많은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뽑힌 만큼 기업의 외형이나 경영실적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자산,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 3개의 지표 가운데 어느 하나만 좋지 않아도 외국계 1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톱10 기업들이번에 선정한 외국계 100대 기업에서 영예의 1위는 84년 한국에 진출한 노키아티엠씨가 차지했다. 마산에 공장을 두고 휴대전화를 제조하는 이 회사는 매출액(3조4,745억원)과 당기순이익(3,217억원)의 2개 지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전체에서도 수위에 올랐다. 총자산(8,890억원)은 7위에 랭크됐다.98년 이후 외국계 기업 가운데 매출액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노키아티엠씨는 당분간 1위 자리를 굳게 지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의 경우 2위보다 3배 가까이 많은데다 순이익 역시 뛰어난 생산성을 바탕으로 이번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전체 2위는 한국휴렛팩커드가 차지했다. 80년대 중반 국내에 상륙한 이 회사는 매출액 2위(1조2,905억원), 총자산 5위(1조558억원), 당기순이익 14위(311억원)에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넘버2’의 자리를 움켜쥐었다. 외국계 기업으로 컴퓨터와 주변기기시장에서 명가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인 최준근 사장 역시 ‘열린 경영’으로 직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어 성장에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3위는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가 선정됐다. 국내 제지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 회사는 총자산 6위(1조413억원), 매출액 9위(6,499억원), 당기순이익 8위(419억원) 등 모든 개별 지표에서 10위 안에 들며 한국휴렛팩커드와 치열한 경쟁 끝에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어느 한쪽이 넘치거나 빠지지 않는 우량기업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개별 지표 가운데 빅5 안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4위는 한국IBM의 몫으로 돌아갔다. 도매업이 주력이다 보니 총자산(4,540억원)은 16위로 다소 부진했지만 당기순이익(746억원)에서 2위를 기록하고 매출액(8,550억원) 역시 6위에 랭크되며 전체 4위 자리에 올랐다. 매출액과 순이익 실적이 자주 뛰어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5위는 국내 할인점시장에서 외국계의 선봉 역할을 하는 한국까르푸에 돌아갔다. 총자산(1조2,693억원)과 매출액(8,550억원)에서 각각 3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이 회사는 당기순이익(255억원)에서 약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5위에 만족해야 했다.특히 이 회사는 국내 기업으로 할인점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 경쟁하며 이룬 성과라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6위와 7위는 한국암웨이와 오비맥주가 각각 차지했다. 한 가지 이채로운 점은 함국암웨이의 부상으로 이 회사는 그동안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많은 논란을 뒤로 하고 당기순이익(688억원) 3위, 매출액(7,258억원) 6위 등 뛰어난 실적을 올리며 당당히 종합순위 6위에 올랐다. 업종의 특성상 총자산(2,681억원)은 21위로 부진했다.오비맥주는 지분이 두산에서 벨기에의 인터브루사로 넘어가면서 이번에 평가 대상이 됐고, 종합순위 7위를 자치했다. 개별 지표를 보면 총자산(1조3,964억원) 2위, 매출액(5,660억원) 15위, 당기순이익(292억원) 18위를 기록했다.8~10위는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한국소니전자, 라파즈한라시멘트 등의 순이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총자산(8,883억원)에서 8위를 차지하며 선전했지만 매출액(5,826억원)과 당기순이익(294억원)은 이보다 낮은 12위와 16위에 올랐다.또 한국소니전자는 매출액(1조1,388억원)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총자산(2,307억원)은 25위로 뒤처져 종합순위 9위에 랭크됐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당기순이익(375억원)에서 9위로 좋은 성적을 얻은 데 힘입어 톱10의 막차를 탔다.이밖에 11~20위권에는 듀폰, TI코리아, 한국쓰리엠, 푸르덴셜생명보험, ING생명보험, 캐리어, 소니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머큐리 등이 들었다. 생명보험사 3곳이 나란히 진입한 것이 이색적이다.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계열의 기업들이 동시에 외국계 100대 기업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는 외국계 기업들의 상당수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생산시설(공장) 가운데 일부를 별도법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고, 주력품목이 다른 3~4개 회사를 동시에 국내에 진출시킨 점도 이런 현상을 낳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구체적으로는 같은 계열인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3위)와 팬아시아페이퍼청원(40위)이 동시에 100대 기업에 들었다. 팬아시아페이퍼청원은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의 청원공장으로 대표이사도 같지만 별도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한국코카콜라보틀링(8위)과 한국코카콜라(41위) 역시 한집안 식구다.이들은 별도법인으로 각각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듀폰코리아(11위)와 듀폰포토마스크(47위) 역시 같은 듀폰 계열이고, 디아지오서플라이(70위)와 디아지오코리아(91위)는 다국적 기업 디아지오의 위스키 생산과 판매를 맡고 있다. 바이엘코리아(59위)와 바이엘크롭사이언스(89위), 그리고 한국하니웰(43위)과 하니웰코리아(83위)도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업종 & 국적별 분류이번에 외국계 100대 기업에 든 업체들을 업종별로 나눠보면 역시 제조업을 하는 곳이 64개로 다른 업종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생산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이어 도소매업과 금융·보험이 26개 업체와 5개 업체를 차지, 2~3위를 차지했다. 도소매업의 경우 외국에서 제품을 직접 들여오거나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해 판매하는데 100대 외국계 기업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보험 분야에서는 생명보험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는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서 외국 생명보험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이밖에 기타서비스 업종(3개)과 숙박음식(1개), 오락문화(1개) 업종이 각각 그 수는 적지만 100위 안에 해당 기업을 포진시켰다.국적별로는 역시 예상대로 미국계 기업들이 독주했다. 미국계 기업들은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한국에 진출시키며 무려 46개 기업이 종합순위 100위 안에 들었다.이어 일본 기업들이 23개로 그 뒤를 이으며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로 꼽혔다. 일본은 주로 전기ㆍ전자 관련 제조업체가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독일(9개), 프랑스(5개), 네덜란드(4개), 영국(3개)에 본사를 둔 회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또 싱가포르(2개), 캐나다(2개), 스위스(2개), 벨기에(2개), 핀란드(1개), 이탈리아(1개)계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돋보기 / 선정 이렇게 했다외국인 지분 80% 이상 447개사 대상 … 3차에 걸친 작업 진행이번 선정작업의 대상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2001년 8월 기준으로 산업자원부에 외국인투자기업(포괄적 의미의 외국인 기업)으로 등록된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외국법인이나 외국인이 전체 자본금의 10% 이상을 투자한 회사는 모두 포함된다. 수적으로는 1만702개사에 이른다.여기서 1차로 외부감사 대상 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은 제외시켜 3,984개사를 추렸다. 외부감사 법인이란 직전 연도 말 기준으로 총자본금이 70억원 이상이 되는 회사를 말한다. 그만큼 기업의 규모가 크고, 영업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은 이번 조사에 공동으로 참여한 한국신용평가정보가 담당했다.2차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8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뺐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외국계 기업을 분류할 때 외국인 지분율 80% 이상(실질적 의미의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도 이를 그대로 따랐다. 2차 선정과정을 통과한 기업은 모두 447개사에 달했다. 이 447개사를 놓고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205>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총자산,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 3개의 지표를 적용해 외국계 100대 기업을 뽑았다.돋보기 / 선정지표총자산·매출액·당기순이익 활용2002년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에는 모두 3개의 지표가 동원됐다. 총자산,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이 그것이다. 총자산과 매출액은 외형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고, 당기순이익은 기업의 내실을 파악하기 위해 적용했다. 결국 기업의 안팎을 모두 살핀 셈이다. 총자산 대신 시가총액을 넣을 수도 있었으나 외국계 기업들이라 모두 거래소나 코스닥시장 어디에도 상장되어 있지 않아 총자산을 평가했다.3개 지표의 평가방법은 3개 지표별 기업순위를 매기고 이를 합친 전체순위가 가장 낮은 기업부터 오름차순으로 배열했다. 지표별 가중치는 따로 두지 않았다. 예컨대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노키아티엠씨의 경우 자산총액 7위, 매출액 1위, 당기순이익 1위 등 순위총합이 ‘9’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이에 비해 종합순위 2위인 한국휴렛팩커드는 지표별로 5위, 2위, 14위로 순위 총합이 ‘21’에 달했고, 3위인 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는 ‘23’을 기록했다. 결국 각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얻은 기업이 전체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일부 기업의 경우 총자산과 매출액은 상위권에 들었지만 당기순이익이 최하위권으로 밀리면서 전체 순위 역시 100위권 밖으로 추락해 100대 기업에 들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순위총합이 동점인 경우에는 매출액이 큰 기업을 앞선순위로 매겼다. 총자산, 매출액, 당기순이익은 2001년 결산일 기준자료를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