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범한 직장인 다나카 고이치 시마즈제작소 주임의 노벨화학상 수상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직 기초과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물론 다나카를 배출한 일본은 연구비나 인력이 우리의 10배를 넘을 정도로 연구층이 두텁다.그렇다고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특허출원건수는 98년 500여건에 불과하던 것이 99년 800여건, 2000년 1,500여건, 지난해는 2,318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나카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국내 여러 기업에서 머리를 싸매고 달려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이언구 현대자동차 샤시플랫폼 팀장(이사), 김정호 효성화학 석유화학연구팀장(부장), 오태영 동아제약 연구소 책임연구원(과장), 권한교 한국전력 배전계획 과장, 박순복 포스코 냉연부 사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연구분위기 조성·예산 전폭 지원 ‘절실’이들은 끊임없는 제안으로 기업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미래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때로는 미래에 대박을 터트리는 발명품까지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회사에서 아이디어와 관련된 상은 모조리 휩쓰는가 하면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허들을 많게는 수백개까지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이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나 그림으로 남겨 놓치는 법이 없다. 배과장은 2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쌓인 메모(대학노트)가 30여권에 달하는가 하면 이이사는 특유의 그림실력으로 방금 만들어 놓은 시제품처럼 그려놓곤 한다.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이다. 오과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과정을 밟거나 틈나는 대로 국내외 심포지엄을 모조리 돌아다녔다. 고졸출신인 박씨는 현장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밤을 새워 전문서적과 관련논문을 읽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가 강의를 나가는 위덕대 학생들이 박씨의 박식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마지막으로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성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추진력이 돋보였다.김부장은 연구소에 출근해 10시간을 일한다면 시간별로 10개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시간별로 체크할 정도로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다. 김과장은 5년간의 준비 끝에 국내 최초로 배선관련 전문서적을 출간했고, 이이사는 현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40대에 박사과정에 등록해 7년 만에 학위를 취득하는 저력을 보였다.하지만 ‘한국판’ 다나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장기적인 연구플랜을 정하고 깊게 파고들 수 있는 회사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노력한 만큼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도 고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