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문기자를 하다 보면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영화라는 착각에 빠지곤 하지만 TV 드라마만큼 사회적ㆍ문화적ㆍ대중적 파급력을 지닌 것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겠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만 해도 그렇다. 영화시사회 후에는 침묵하던 사람들도, 전날 저녁에 봤던 드라마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견해와 감상을 청산유수로 읊어댄다.드라마는 의식주와도 같은 존재인 것일까? <야인시대 designtimesp=23168>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술집에 사람이 뜸하고, 드라마 주인공의 액세서리가 트렌드 상품으로 자리잡으며, A급 영화배우들조차 방송사 근처를 서성거리는 걸 보면 영향력이라는 면에서 영화는 도저히 드라마를 따라잡을 수 없다.닐 라뷰트 감독의 <너스 베티 designtimesp=23171>는 어느 ‘드라마 중독자’의 팬터지 로드무비다. 허름한 시골 식당 종업원인 베티의 유일한 즐거움은 TV 드라마 <사랑하는 이유 designtimesp=23172>를 보며 남자주인공 데이비스에게 연모의 정을 보내는 것이다. 게다가 등장인물 중 간호사 이름이 베티라는 사실은 그녀의 팬터지를 부추긴다.하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마약거래에 관련된 남편이 킬러들에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 베티는 ‘살짝 돌게’ 되고, 자신을 드라마 속의 ‘간호사 베티’로 착각해 LA의 방송사로 향한다.왜냐고? 간호사 베티는 의사 데이비스를 만나야 하니까! 드라마 줄거리에 자신의 인생을 겹쳐나가는 베티는 데이비스가 자신의 과거 애인이라고 믿는데, 재미있게도 데이비스 역을 맡은 배우 조지 매코드는 그녀에게 점점 빠진다. 과연 그녀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데이비스일까, 조지일까?드라마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삶이 그만큼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영화가 사교와 친목을 위한 이벤트라면 드라마는 일상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세계에 기꺼이 몰입하고, 캐릭터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각자의 경험에 비추며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삶의 결핍을 타인의 삶을 통해 채우려는 안간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에 <너스 베티 designtimesp=23179>처럼 그 가공의 세계에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직접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 황당한 설정이라고?하지만 우리는 드라마라는 거대한 팬터지의 세계를, 순애보가 있고 정의가 승리하며 악당은 사라지는 세계를, 내심 열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굳이 주인공은 아니어도 그 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말이다.이 주의 문화행사존 애버크롬비 트리오 내한공연11월23일/오후 6시/LG아트센터/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세계적 재즈 레이블인 독일의 ECM의 대표주자 존 애버크롬비(John Abercrombie)의 내한공연.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ECM 레이블과 함께 해 온 그는 다년간의 레코딩 경력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일궈온 기타리스트다. 1974년 ECM에서 발매한 앨범를 필두로 많은 음반들을 명반의 대열에 올려놓았다.퓨전뿐만 아니라 프리재즈, 비밥,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꿰뚫고 있는 그는 즉흥연주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대화하는 듯한 연주와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 1992년 이후 애버크롬비는 오르가니스트 댄 월(Dan Wall), 드러머 애덤 너스바움(Adam Nusbaum)과 함께 트리오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기타와 오르간, 드럼이 이루는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아울러 재즈 기타 연주자들을 위해 기타 워크숍도 마련된다.(02-2005-0114)KIEV 색소폰 쿼르텟 내한공연 = 11월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해 10월 내한공연에 이어 올해 4월 라는 음반 발매로 보여준 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들은 바리톤과 소프라노, 알토, 테너 색소폰 화음의 진수를 보여준다. 클래식과 탱고, 재즈, 블루스 등 풍부한 레토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02-552-7251~2)윤석화의 드라마 콘서트 - 꽃밭에서 = 11월22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정미소. 뮤지컬 제작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극배우 윤석화가 펼치는 모노드라마. 배우와 여자, 한 인간으로서 보이는 윤석화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실험적 무대 위에서 노래와 삶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02-3673-2001)토스카 2002 = 11월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가 공연된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주역가수 소프라노 파올레타 마로쿠와 이탈리아 출신의 바리톤 실바노 카롤리가 출연.‘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와 ‘별은 빛나건만’ ‘오묘한 조화’ 등 아리아를 선보인다. 유럽에서 베르디 및 푸치니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리카르도 세레넬리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다년간 <토스카 designtimesp=23212>를 무대에 올려온 장수동씨가 연출을 맡았다. (02-3486-0145)마지막 바다 = 11월16~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순신의 3일 낮과 밤에 걸친 바다 위의 전투를 역동적 춤으로 그려 냈다. 넘치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보이는 한국 남성춤 무대. 한국춤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중국 무용가와의 조우를 시도했다. 국립무용단이 추구해 왔던 깊이 있는 한국 전통춤에 중국 소수민족의 춤과 현대 춤을 접목시켰다. (02-2274-3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