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간선거 과정에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에 대한 강한 회의가 일면서 자금줄 차단방안이 테러방지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지난해 9·11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은 테러조직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봉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그후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제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로 거듭 확인해 왔다.사실 9·11테러 이전에도 미국은 테러리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꾸준히 노력해온 상태다. 이미 클린턴 전 미군 대통령은 전세계적으로 돈세탁방지법을 만들자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대표적으로 95년 1월에는 중동평화협상에 반대하는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지원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99년 7월에도 9·11테러 당시와 마찬가지로 텔레반 정부에 대한 자금유입줄을 차단하기 위해 자산회수를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최근 들어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방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테러집단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회수하느냐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테러집단이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다른 글로벌 펀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다만 투자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금이 필요한 당시에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하도록 환금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물론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는 금융사에 대한 투자는 절대금물이다.예를 들어 9·11 테러사건으로 주식에 있어서는 보안이나 건설관련 업종에 투자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나 스위스 프랑화를 미리 사두었을 경우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테러집단은 지난해 9·11테러 사건으로 많은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도는 사실이다.규모가 작긴 하지만 은행을 통해서도 돈세탁이 이뤄워진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은행이 주요 창구역할을 했으나 스위스 은행의 비밀보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미국계 은행들도 자주 이용돼 왔다.최근 들어서는 돈세탁 은행들의 대외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면서 조세회피지역을 테러집단의 돈세탁 창구로 주로 이용해 왔다. 9·11테러 이후 테러방지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 왔던 이유다.조세회피지역은 돈세탁 목적으로 이른바 냄새가 나는 자금들이 거래되는 지역으로 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 지역이 가장 크고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를 꼽고 있다. 갈수록 인접지역과 사이버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따라서 이 지역을 통한 돈거래는 일종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소재파악과 통제가 불가능한 불랙홀(Black Hole)이기 때문에 각종 금융불안을 제공하는 원천지다. 미국계 헤지펀드만 하더라도 대부분 본부를 카리브 연안지역에 소재한 조세회피지역에 두고 있다.특히 이 지역은 개도국들의 각종 리베이트 자금이나 마약거래 대금, 그리고 테러집단의 돈세탁용 자금들이 주고객들이었기 때문에 항상 이런 자금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지역에 대한 규제문제가 거론됐다.물론 경제적으로 국제 돈세탁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검은 돈이 세탁되면 국제유동성을 보완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현 수준에서 지하경제 규모가 5%포인트가 양성화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0.6~0.8%포인트 상승된다는 분석도 있다.문제는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금융체계의 효율성과 건전한 금융감독 기능을 약화시킨다. 금융시장의 생명인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검은 돈이 거래되려면 철저한 비밀보장이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국제 돈세탁은 형평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가뜩이나 도덕적 해이현상이 많은 금융거래에서 국제돈세탁이 늘어나면 세계 빈부격차와 도덕적 상실감, 경제주체들의 근로의욕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될 것이다. 그 중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테러집단의 돈세탁 창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투기자본의 규제방안이 논의되면서 국제 돈세탁방지 방안도 함께 거론돼 왔다. 이미 OECD에서는 국제 돈세탁 지역의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9·11 테러 이후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구체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간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중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이를 촉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세계 각국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특히 민간 부문에서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부시 대통령의 호소만으로는 협조를 구하기는 어렵다. 또 자금이 테러집단의 자금인지 여부도 구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에 차단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문제와 국제금융질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은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그 자체가 이상인지 모른다. 일부에서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다만 이번 테러집단의 자금줄을 봉쇄하는 움직임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테러집단의 활동폭이 줄어들고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개도국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