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11월1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법무부간의 반독점소송에 관한 타협을 대부분 승인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MS가 4년여에 걸친 지루한 법정싸움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독점금지법 위반이란 족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팽창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이에 반해 MS의 경쟁업체들은 정보기술(IT)업계의 거인 MS와 맞서 더욱 힘든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 법원이 MS가 컴퓨터 운영체제(OS)시장을 독점하면서 컴퓨터업체들에 횡포를 부렸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비교적 약한 제재를 했기 때문이다.실리콘밸리 기업들이 MS와 첨예하게 맞붙은 분야는 핸드헬드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휴대용 정보기기와 TV 셋톱박스, 인터넷 서비스 등 ‘3대 신IT 시장’. 이들 시장은 한계에 이른 기존 IT산업에 돌파구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이면서 아직 MS가 지배하지 못하는 시장이다.MS는 OS시장의 지배력으로 쌓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 등을 업고 이 시장 공략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8억달러를 들여 개발한 MSN8을 지난 10월 선보이면서 마케팅 캠페인에 3억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기도 했다.지난 11월7일에는 윈도XP 타블렛PC 버전을 내놓았다. 4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이 제품이 컴퓨터산업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MS측은 기대하고 있다. 개인정보단말기(PDA)와 휴대전화, 게임기시장에서도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이번 판결이 MS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윈도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을 일부 공개해 컴퓨터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미디어플레이어는 물론 워드프로세서 같은 응용소프트웨어시장을 상당부분 내줄 가능성이 있다.워드프로세서시장에서는 이미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게이트웨이가 일부 PC에 문서처리 프로그램으로 MS 제품 대신 코렐의 워드퍼펙트를 채택하기로 했으며 HP, 델, 소니 등이 뒤를 이었다. 비록 일부 제품이기는 하지만 MS워드 일색인 이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윈도의 경쟁제품인 리눅스의 보급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리눅스 컴퓨터는 서버 등 일부 제한된 분야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사용됐으나 최근 업무용 및 가정용을 겨냥한 200달러대의 저가형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오피스 등이 나오면서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데 장애가 됐던 소프트웨어(SW)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이다.특히 수지리눅스는 내년 초 MS의 업무용 SW인 오피스 등 윈도용 SW를 쓸 수 있는 리눅스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리눅스의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MS의 OS시장 독점에 대한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MS와 법무부간 타협안을 거부한 9개 주 정부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한 다른 회사가 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