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직접 주문해서 사는 ‘온라인 맞춤구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주문생산방식을 처음 개발한 곳은 컴퓨터 하드웨어 판매업체인 델컴퓨터.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업계는 물론 의류, 운동화, 자동차,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온라인 맞춤’이 가장 활발한 회사 중 하나가 의류업체인 ‘랜드스엔드’(Land’s End). 시어스로벅백화점의 자회사인 랜드스엔드는 1년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제품의 스타일, 색상, 사이즈 등을 개별 주문받아 판매했는데 주력상품인 청바지와 카키의류의 40% 이상이 맞춤생산이었을 정도다. 세계 최대 운동화 판매업체인 나이키도 웹사이트(Nike iD)를 통해 팔리는 운동화의 20%가 맞춤생산이라고 밝히고 있다.‘온라인 맞춤’을 채택하는 기업들은 고객들이 직접 자신들이 사용할 제품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디자인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재고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경우 비용과 제품구매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개성 있는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로 이 점이 개인용 컴퓨터시장의 후발주자였던 델컴퓨터가 가장 각광받는 업체가 된 성공이유이기도 하다.온라인 맞춤은 급속도로 팽창되는 e커머스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랜드스엔드의 빌 배스 e커머스담당 수석부사장은 “의류산업의 경우 온라인 맞춤은 아주 중요한 기술적인 진전”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기법을 활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전문가들도 “맞춤생산은 인터넷 발전의 커다란 성과 중 하나”라며 “온라인 상호교류 기술발전에 따라 점점 대중화해 나갈 분야”로 꼽고 있다.온라인 맞춤 구매 및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은 어떤 분야들일까.◇컴퓨터=고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컴퓨터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맞춤’의 창시자는 델컴퓨터. 회사측은 “컴퓨터판매의 상당부분이 맞춤방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맞춤방식이 제한된 숫자의 호환용 부품을 관리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모델”(컴스코아 네트워크란 연구소의 미셀 애덤스 리테일 애널리스트)이란 점도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고객들에게 많은 선택기회를 주는 이 방식을 다른 업체들이 무시하긴 힘들었다. 최근 몇 년간 애플컴퓨터, 게이트웨이, 패커드 등도 ‘맞춤방식’을 도입했다. 휴렛패커드의 경우 현재 온라인 판매의 16% 가량이 맞춤일 정도다.◇의류=1년 전 온라인 맞춤을 통해 바지를 판매하기 시작한 랜드스엔드는 불필요한 상품거래가 많이 줄어든 대신 이윤은 크게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배스 부사장은 “우리 사이트는 일반 고객들이 디자이너와 재단사를 고용하지 않고 완벽한 맞춤옷을 장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며 “통계적으로 따지면 한 개인이 45억개의 바지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는 등 소비자의 선택이 무한대에 가깝다”고 강조한다.고객들은 이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들의 키, 몸무게, 엉덩이 사이즈 등을 입력하고 원하는 스타일과 색상을 고르면 소프트웨어에서 자동으로 이상적인 바지 형태를 정해주고 이 정보를 멕시코에 있는 제조공장으로 보내 생산이 이뤄진다.랜드스엔드의 온라인 맞춤바지는 평균 54달러로 일반 바지(30~40달러)보다 비싸고, 주문에서 배달까지 걸리는 기간이 3주로 일반 바지(1주 이내)의 3배 이상이지만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회사측은 11월부터 남성용 정장과 바지에도 온라인 맞춤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랜드스엔드의 성공으로 다른 의류업체들도 맞춤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랜드스엔드측에 온라인 맞춤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아케타입솔루션(Archetype Solutions)의 제프 루나우 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의류업체들이 랜드스엔스측에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기술을 줄 수 있는지 물어오고 있다”고 밝혔다.◇운동화=나이키는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이 신발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거나 고유의 디자인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맞춤신발은 켤레당 평균 90달러 선으로 일반 카탈로그에 게재된 신발(평균 80달러)보다 비싼 편이지만 주문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인터넷 주문을 통해서만 연간 수십만 켤레의 신발을 파는 커스터매틱스(Customatix)의 데이브 와드 사장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신발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강렬하다”며 “과거에는 맘에 드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 이 가게 저 가게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하면 모두 해결된다”고 말한다.그는 또 “색상, 로고, 그래픽, 재료 등을 마음대로 골라 만드는 신발은 이제 일반 신발과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됐다”며 “고객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신발의 디지털 이미지를 20개까지 웹사이트 내에 저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포드자동차의 딜러서비스 담당임원인 마이크 롬바르디는 “자동차를 자주 구매하는 사람들은 점점 자신만의 이상적인 차를 꿈꾸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고객들이 색상, 인테리어, 타이어, 그리고 차량의 특성 등을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회사측이 고객이 살고 있는 지역의 딜러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제공, 그 차를 찾아주거나 그런 차를 갖고 있는 다른 딜러를 소개해주는 것이다. 포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화장품=리플렉트닷컴(reflect.com)이란 화장품회사의 웹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부타입이나 눈가의 주름 등 관심사항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회사측은 이런 정보들을 모아서 고객들에게 가장 알맞은 화장품을 소개해주기도 한다.리처드 거스타인 리플렉트닷컴 사장은 “인체는 개인들에게 궁극적이고 아주 소중한 것”이라며 “그만큼 자기 몸의 특성에 맞는 화장품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들어 온라인 맞춤구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온라인 매출의 75~80%가 이 같은 맞춤구매”라고 밝혔다.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