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출신, 판매전문회사 설립 두드러져 … 종합금융컨설팅 서비스도 제공
여러 금융사들 중에서 둥지를 박차고 나오는 기세가 가장 센 곳은 보험권이다. 이미 KFG, AMU, PAMCO 등 100명 이상의 소속 영업인을 보유한 대형회사가 속속 문을 열었고, 멀지 않아 한두 곳이 더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경삼월드라이프’ 같은 판매법인은 아예 보험판매전문만을 내세우면서 동양생명과만 계약을 맺고 보험을 판매하기도 한다.약간의 차이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 같은 회사들의 사업모델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를 띤다. 1대1 맞춤 금융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종합적인 금융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표방하고 있다.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0여개 회사의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을 중점적으로 팔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등도 취급한다. 대부분 올해 문을 열어 회사조직을 구축해나가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는 점차 수익증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출 것이라는 계획이다.당사자들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외형상 보험사의 종신보험 판매조직과 뚜렷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발견된다.AMU“보험부터 리츠까지”“여윳돈이 100만원 있는 사람에게 이걸 전부 다 보험에 넣으라고 권유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금융사마다 모두 이렇게 영업 해오지 않았습니까. 금융 판매 전문회사의 영업맨들은 이렇게 권유하지는 않을 겁니다.”‘종합자산관리’를 표방하고 나선 AMU 이치호 사장(50)의 말이다. 리스크는 보험이, 초기 재산 형성은 예금이, 투자는 증권이 떠맡을 수 있으므로 이를 적절히 섞어 주어야 금융서비스라는 것이다.AMU는 올해 8월 설립돼 1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 대전, 부산, 울산, 수원에 지점이 있으며 현재 200여명이 일한다. 이치호 대표는 ING생명 부사장 출신으로 영업조직 총괄을 맡았던 영업통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이 회사를 만들 때 많은 동료들이 여기 합류했다.일단 삼성, 동양, PCA, AIG 등 4개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AIG 등 2개 손해보험사의 상품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분기마다 상품을 하나씩 덧붙여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수익증권과 리츠상품까지 취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사장은 “투자상품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종류는 다 판매할 예정”이라면서 “3년이 지나면 보험상품과 보험외 상품비중을 50대50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실적을 언급하기에는 이른 시점. AMU는 실적 규모보다 1인당 생산성에 중점을 두고 관리할 계획이다.이 회사도 보험사의 종신보험 판매조직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사장은 구조모델이 된 ㄱ보험사, ㄴ보험사의 종신보험 전문판매조직은 최근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AMU 같은 종합자산관리 모델만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이사장은 종합자산관리를 위해서는 영업인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AMU 설립에 앞서 ‘K스피더’라는 금융영업 전문교육 아웃소싱회사를 먼저 만들었다. 또한 아무래도 은행상품을 취급하려면 은행출신의 영업인을 영입할 필요가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리크루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과연 연봉 3,000만∼4,000만원씩 받으며, 안전한 직장에 다니는 은행원들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사장은 “요즘 은행원들은 직장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며 금융환경이 변해 자신들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동의하는 은행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 같은 판매전문회사의 걸림돌은 역시 인지도와 신뢰도 문제다. AMU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 자본을 유치해 주주로 끌어들이고, 제휴관계를 맺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PAMCO고객·금융사 모두에게 좋은 ‘윈윈게임’PAMCO 역시 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판매 전문회사. 지난해 9월 설립됐다. 이때부터 영업인 리쿠르팅을 시작하는 한편 제휴사들을 찾아나섰고, 올해 8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2개 지점에 50여명의 인원이 있다.정기, 연금, 종신보험 등의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사의 건강보험 상품을 취급한다. PCA, 라이나, AIG생명과 현대화재, 삼성화재의 상품들이다. HSBC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이 상품군에 포함될 예정이며, 증권사 및 은행들과 수익증권 판매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그러나 이 회사 안상훈 사장(39)은 ‘무슨무슨 상품을 판다’고 표현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특정상품, 즉 종신보험을 팔기 위해 재정설계를 해주는 것과 종합금융컨설팅을 하고서 그 결과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골라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안사장은 직접 라이프플래너로 보험영업을 한 경력도 있고, 대신생명과 ING생명에서 프로젝트매니저로 일했다. 프로젝트매니저란 보험사들이 재정설계를 통한 종신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남성 전문조직을 구축하는 작업을 맡는 사람을 지칭한다. 다시 말해 ‘뚝딱뚝딱’ 영업조직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다.“제가 직접 영업을 할 때도 무조건 특정상품을 팔기 위해 논리를 만들어내기보다 재무컨설팅 결과에 따라 컨셉에 맞는 상품을 팔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특정회사에 소속되면 한계가 있죠.”다니던 보험사 안에서 이런 구상을 실현해 보고 싶었지만 아이디어가 전폭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98년부터 금융영업 전문회사를 만들 구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외국의 사례를 따라가잖아요. 이미 해외에서는 자산관리가 먼저, 상품판매는 그다음이라는 순서가 뿌리를 내렸습니다.”실제로 회사문을 열기까지 3년 넘는 준비기간을 가졌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영업환경, 법률환경, 해외사례 등을 검토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계획을 만드느라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보험상품 위주로 회사를 시작한 것은 금융상품들 중에 보험이 커미션이 가장 많아서 수익성이 좋고, 또 고객의 세금 및 노후설계 등에 가장 적합한 장기상품이라 금융컨설팅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같은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판매전문회사는 소비자, 보험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게임’이라고 안사장은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영업조직을 회사 안에 두면 지점장, 관리과장, 교육실장, 소장, 팀장 등 복잡한 관리체계가 존재하므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판매전문회사에 영업을 아웃소싱을 하면 이를 저비용 고효율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