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모 수입의 6배, 중소기업들과 파트너십 구축 …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한국IBM은 지난 1967년 국내 최초의 컴퓨터를 당시 경제기획원 통계국에 납품한 이래 35년간 국내 정보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한국IBM의 제품과 고객서비스, 경영방식은 국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확보한 파트너사만 188개에 달한다.한국IBM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컴퓨터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공학센터를 세워 수천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산학협동, 문화사업, 사회지원사업을 펼쳐 국내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다.외국계 기업이면서 ‘한국수출’에도 기여했다. 82년 ‘국제기술구매사무소’를 설치해 국내 제품을 IBM 해외공장에 보냈다. 10여개의 국내 회사로부터 매년 15억~2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칩,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을 해외 IBM 공장으로 수출했다. 지난 5년간 50억달러 어치를 수출했는데 같은 기간 수입한 물량의 6배나 된다.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에도 일조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중소기업 리엔지니어링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장비와 전문인력을 3년간 무상으로 제공했다. 금액으로는 무려 100억원 정도.본사로부터 자금과 기술도 들여왔다. 지난해 아태지역 티볼리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국내에 유치하고, 2000년에는 벤처기업투자를 위한 ‘MMAA-무한벤처투자조합’에도 45억원을 출자했다.‘지속 성장’과 ‘내실 경영’에 초점을 둔 선진 경영기법도 들여왔다. 앞으로 리눅스, 무선 e비즈니스, 디지털 미디어, 생명공학 등 신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거둘 계획이다.유닉스 시장점유율 1위 기록지난해 극심한 시장 침체 속에서도 한국IBM은 유닉스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아태지역 최대 규모의 슈퍼컴을 공급하는 등 시장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에서 1조2,855억원(LG IBM의 PC 포함)의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한국IBM은 올해의 화두를 ‘경영과 정보기술의 만남’(Business Meets Technology)으로 정했다. 고객이 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시켜 역동적인 차세대 e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간다는 뜻이다.2003년 사업전략은 이미 수립해 놓았다. 기존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에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미들웨어시장을 주도하고, 통합서비스업체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또 웹서비스, 리눅스, 그리드, 무선 e비즈니스, 디지털 미디어, 생명공학, e소싱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신기술 분야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파트너사들과도 협업체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산용역(아웃소싱)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방침이다.웹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웹서비스전담팀을 3월에 발족해 전사적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또 현재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와 개발자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운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웹서비스의 핵심 플랫폼 소프트웨어 ‘IBM 웹스피어’의 국내 고객사수가 2000년 90여개사에서 지난해 500여개사로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웹서비스사업도 궤도에 올렸다. 서비스사업 조직도 산업군별로 재정비하고, 산업분야별 영업조직과 연계해 e비즈니스 통합서비스 솔루션 제공에 주력할 방침이다.지난 95년부터 현장 근무시스템인 모바일 오피스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 사무실보다 공간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직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고객 서비스를 위해 보내게 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지난해에는 IBM이 전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키즈스마트(KidsSmart) 프로젝트를 국내에서도 추진했다. 유치원생들의 교육 커리큘럼 개선을 위해 200여대의 어린이 전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기증했다.지난해 인포믹스 인수를 계기로 데이터베이스(DB)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금융권에서 국민은행의 차세대 통합전산망을 기한 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병무행정, 국세행정 등에 선진 시스템 도입해 전자정부 구현에도 일조하고 있다.한국IBM은 97년 충남방적의 전산부문 아웃소싱 게약을 체결한 데 이어 98년 대한한공, 동국제강과도 대규모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포스코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사적 애플리케이션 통합(EAI)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68개 업체와 신규 BP계약을 체결해 협력업체를 통한 판매비중을 높였다. 중소형 시스템 매출의 90% 이상을 188개의 비즈니스 파트너사를 통해 이룰 만큼 채널이 다양해졌다.IBM은 지난해 신기술 특허등록 실적에서 9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전자도마뱀과 나노테크놀러지 같은 신기술을 제품을 통해 선보여 왔다.IBM의 시장을 궤뚫어 보는 눈은 바로 과감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에 그 비결이 있다. 1914년 창업한 이래 90여년간 정보통신 분야에만 주력해 왔다. 전세계 8개 연구소에서 3,000여명의 연구원이 있다.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수상자만 5명이나 된다. 매년 50억달러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CEO 탐구 / 신재철 사장한국IBM에서 30년 잔뼈 굵은 ‘IT전도사’신재철 한국IBM 사장(55)이 한국IBM에 입사한 건 지난 1973년. 30년 경력의 IBM맨이다. 신사장은 외국계 기업인 한국IBM을 국내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최근 3년간 1,500명이 넘는 국내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30여차례의 강연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다닌 전도사이기도 하다.정보기술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경영혁신의 핵심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디지털 마인드와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00년 2월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한 장차관급 연찬회에 초청돼 15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에게 인터넷시대와 대응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영업의 효율성과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내부 조직의 체질을 바꿔 왔습니다.”지난해 2월부터 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리눅스 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회원사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사용자와 개발자를 위해 사이버 콜센터를 운영하고, 세미나 등 리눅스 관련 학술활동을 지원할 생각입니다.”지난 96년 한국IBM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을 편견 없이 신중하게 듣지만 일단 결정된 것은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경영 스타일로 사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참여경영을 위해 ‘직원자문회의’와 ‘360도 평가제도’ 등의 인사고과시스템도 도입했다. 98년 한국능률협회로부터 ‘한국인재경영대상 최우수상’도 받았다.신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개발 프로그램 과정을 수료했다. 73년 한국IBM 입사해 영업부장, 경영관리본부 전무, 사업총괄 수석전무, 아태지역 에너지서비스산업 총괄본부장을 거쳐 96년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현재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과 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을 맏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