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 등록기업의 기업분할 사례 급증...주가는 분할방법 따라 큰 차 보여
주식투자자인 김씨는 얼마전 증권사 지점에서 잔고확인서를 떼어보았다. 몇 달 전 매수한 ‘대웅제약’ 주식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확인서를 본 그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100주를 샀는데 서류에는 80주밖에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당황한 그는 직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기업분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매수한 대웅제약이 지주회사인 대웅과 대웅제약으로 분할됐고, 그 결과 대웅제약의 주식수는 줄어든 대신 대웅의 주식 20주를 새로 받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웠던 김씨는 집에 돌아와 기업분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에야 전후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김씨와 같은 사례는 흔치 않았다. 당시에는 기업분할보다 오히려 합병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연구원은 “IMF 경제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낮추고 계열사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합병을 선호했다”며 “그러나 다른 업종간의 단순한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합병은 줄고 분할은 늘어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들어 합병에 대한 인기는 주춤한 대신 기업분할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이 올해 제출한 분할신고서는 모두 17건. 이는 지난해의 9건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코스닥 등록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0년 4건에서 이듬해 8건, 그리고 올해는 11건으로 늘어났다.기업분할은 여러 사업부를 갖고 있는 회사가 기존 사업부에 자본금과 부채를 나눠준 후 독립시켜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분할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그것이다.용어로만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쉬운 개념이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설되는 회사의 주식을 누가 소유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가 갖게 된다면 인적분할로 분류되며, 분할 후 존속하는 회사가 갖는다면 물적분할이다.전문가들은 물적분할의 경우 기업가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계열사수만 늘어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얼마전까지 분할을 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물적분할 방법을 써왔다. 이유는 분할절차가 쉽기 때문이다.반면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가 반대하면 절차가 복잡해져서 기업들이 꺼려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실제 상장기업의 경우 과반수인 11개 기업이 분할방식을 인적분할로 공시한 바 있다. (표참조)이에 대해 한 업계전문가는 “인적분할의 경우 둘 이상으로 나뉜 회사 중 맘에 들지 않는 회사의 주식은 팔고 투자하고 싶은 회사의 주식을 더 모으는 투자가 가능하다”며 “기업의 화두가 주주가치 증대이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선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실제 인적분할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물적분할 기업보다 더 높다는 분석이다. 조영무 연구원이 발표한 <기업분할, 나누면서 커진다 designtimesp=23217>란 보고서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물적분할 기업에 비해 훨씬 높았다.지난 2000년과 2001년 기업분할을 공시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적분할의 경우 공시일 이전부터 지속적인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했고, 공시한 이후에도 이 흐름은 계속 이어져 공시일을 전후한 4개월 동안 시장수익률 대비 평균 24.5%라는 초과수익률을 기록할 정도였다.반면 물적분할의 경우 공시일 이전에는 시장수익률 대비 평균 -6.4%의 수익률을 올렸으며 이후의 주가상승률도 인적분할에 비해 낮았다. 이에 대해 조연구원은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프리미엄을 쳐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인적분할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더 높아한편 기업분할은 분할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기업지배구조개선, 업종전문화, 그리고 부실기업처리가 그것이다. 공시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업은 업종전문화를 이유로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이유로 들고 있는 기업이다. 왜냐하면 업종을 전문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도 개선하려는 이유에서 행해지는 기업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두 가지의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분할 목적으로 공시한 기업의 주가상승폭은 나머지 두 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투자자들이 조심할 점은 지주회사체제로 분할할 경우 정작 지주회사의 주가상승률은 저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실제 얼마전 분할한 대웅의 경우 지주회사인 대웅의 재상장 평가가격은 4만1,100원이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11월13일 현재 주가는 1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이에 대해 임돌이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향후 유상증자를 할 것이 예상되고, 바로 이것이 주가의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해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당순자산가치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밥 한 그릇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게 되면 한 사람의 몫이 줄어드는 이치다.조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주회사체제로 분할한 기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 후의 재무제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