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흡연 천국이다. 식당이나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도 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너도 나도 담배를 피워대니 흡연자라고 해서 남의 눈치를 살필 이유도 거의 없다.길을 걸으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로 인해 거리가 더러워지고 다른 행인들이 화상 등의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아지자 도쿄 치요다구가 일본 최초로 보행 중 흡연에 대한 벌금제를 11월부터 도입했지만 그래도 흡연자들에게는 일본만한 곳이 없다. 담배 자동판매기도 사방에 널려 있고, 접객업소는 어딜 가나 재떨이를 필수품으로 비치해 놓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담배 끊는 것을 도와주는 금연보조제가 올 한 해 동안 일본의 히트상품으로 뿌리를 내려 주목 대상이 됐다. 다케다약품이 2001년 9월부터 시판 중인 ‘니코레트’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니코레트는 쉽게 말해 껌처럼 씹어 먹는 스타일의 제품이다.한 알에 2㎎의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어 씹으면 담배를 피운 것과 같은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담배와 차이가 있다면 체내에 니코틴을 섭취하더라도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일산화탄소, 발암물질 등 온갖 독소는 막아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요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보완적인 방법으로 담배를 줄이고, 끊도록 해주는 제품인 셈이다.하루 한 갑반 정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라면 매일 6~9개의 니코레트로 흡연시와 같은 만족,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판매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니코레트의 붐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 7월까지의 매출이 90억엔을 돌파하면서 <니혼게이자이신문 designtimesp=23206> 계열의 상품정보지 <트렌디 designtimesp=23207>가 꼽은 ‘2002년 히트상품 베스트 30’ 중 당당히 5위에 랭크됐을 정도다.니코레트는 연간 20억엔 어치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일본 의약품 시장에서 발매 약 10개월 만에 90억엔의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대박상품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었다.껌처럼 씹어먹는 스타일 ‘효과만점’일본 시장에 금연보조제나 치료제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84년에 나온 마루마 코퍼레이션의 ‘금연파이포’가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켜 왔지만 매출은 연간 30억엔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다케다약품은 니코레트의 성공요인을 점진적이면서 흡연자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담배와 멀어지게 해주는 제품효과에서 찾고 있다. 흡연자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 니코레트를 3개월간 계속 이용하면 니코틴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결국은 금연에 골인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담배를 피우는 기분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한 제품 컨셉이 주효했다는 주장이다. 니코레트는 해외시장에서 오렌지맛과 박하맛의 두 가지 제품이 팔리고 있으나 일본 시장에서는 아무 맛도 없는 것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회사측은 좀더 맛을 보완하면 훨씬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흡연자수는 약 3,363만명이며, 이중 64%인 약 2,152만명이 담배를 끊거나 줄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천국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 골초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담배를 멀리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니코레트뿐만 아니라 금연보조제의 잠재시장이 무수히 널려 있음을 시사하는 셈이다.니코레트에 대한 비판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니코레트로 금연에 성공했지만 니코레트가 없으면 못 견디겠다는 새로운 중독증후군이 그중의 하나다. 하지만 다케다약품은 자신만만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니코레트를 이용한 40대 이상의 흡연자들 중 약 40%가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요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