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도입 따른 생보시장 충격 최소화할 방침 … 회원사들 리스크관리 잘해야 생존가능

배찬병생명보험협회장지난 11월14일 생명보험협회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2개 회원사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29대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배찬병 현 회장을 재선임했다. 배회장은 상업은행장 출신으로 지난 99년 11월부터 생보협회장으로 재직해 왔다. 그동안 업계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무리 없이 협회를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아 왔다.배회장의 연임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시기라 어깨가 적잖이 무거워 보인다. 예고된 보험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앞두고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내년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예정이라 금융권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배회장은 “협회는 회원사와 금융당국간, 회원사와 회원사간의 충실한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면서 “향후 생보협회를 회원사와 계약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내년 8월 방카슈랑스가 시작되면 은행권이 이득을 보고 보험권은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보험 판매의 새로운 방식인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인한 생보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협회활동의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방카슈랑스 도입’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더 핵심적인 문제라고 봅니다.따라서 대상이 될 상품, 판매방법 등 구체적인 도입방안이 마련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열심히 참여해서 회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또 보험사들도 변해야 합니다. 모집인(설계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지요. 각자 회사규모, 경영전략 등에 따라 맞는 최적의 판매채널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산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협회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앞으로 생명보험산업은 어떤 방향을 향해 가야 한다고 봅니까.IMF 외환위기 이후 11개 생보사가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나머지 회사들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시다시피 그동안 외형과 영업실적 위주의 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지요.따라서 앞으로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풍토하에 각종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 재무건전성을 확충해 나가는 것만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고 발전할 수 있는 길입니다.다시 말해 이제는 정도경영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도경영을 하지 않고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 됐습니다. 협회는 생보사들이 정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부당스카우트, 불공정 모집 등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향후 어떤 생명보험 상품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지.우리나라 생명보험 가입률은 90%에 이릅니다. 여기에 다른 금융권도 진입하고 있어 생명보험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입니다. 또 최근 2∼3년간 종신보험이 생보시장의 주력상품으로 성장했지만 머지않아 종신보험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 회원사들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따라서 협회는 기업연금과 선택적 기업복지제도, 장기간병제도 등 오랫동안 논의돼 온 것들이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민영건강보험은 올해 5조1,344억원, 2005년에는 11조8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큰 시장입니다. 민영건강보험이 실손보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또 이 상품에 대해 소득공제가 적용돼야 하고, 기업이 건강보험료를 지원할 때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겠죠.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계속 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이미 보험상품에 세제지원이 많습니다. 그러한데도 보험사들은 타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라고 불평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생명보험은 하나의 산업이기도 하지만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민영건강보험 등에 세제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보험의 이런 성격 때문입니다.한편으로는 97년 이후 생보사들이 시련을 겪고 있는 동안 공제와 우체국보험은 엄청나게 성장해서 생보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해 들어왔습니다. 공제나 우체국보험은 민간보험사들이 판매하는 것과 사실상 똑같은 생명보험 상품이며, 똑같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은 지급여력제도 등 금융감독체계에서 제외돼 왔습니다.이건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각종 공제 및 우체국보험과 민간생명보험이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의할 것입니다.아직도 일부에는 생명보험산업과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각계각층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대화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이를 위해 정부와 감독당국은 물론 교수, 언론인 등 여론선도층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한편 보험소비자 및 국민들이 보험사업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비자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특히 교과서에 보험제도를 실어 청소년기부터 보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게끔 하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생보사들의 오랜 과제, 상장문제는 진전이 없나요.지난 5월 금융감독원에 정식으로 생보사 상장을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6월에 ‘앞으로 검토’라는 답변을 받은 이후 아직까지 뚜렸하게 진행된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