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쉬운 느슨한 조직, 장기 비전 있어야 영속적인 비즈니스 가능

요즘 수백명 규모의 대형화된 독립판매법인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전문판매회사들은 금융산업의 한축을 형성할 조짐을 보인다.이런 판매전문사가 생겨난 배경은 고객의 변화와 금융영역의 경쟁 및 다양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해 벌고 모으기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돈의 운용과 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IMF 이후의 저금리, 금융기관의 안정성 문제가 이런 경향에 불을 댕겼다.그동안의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고객을 대했다. 공급부족의 한국금융시장 풍토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연줄이 없으면 대출받기 어렵고, 대출을 하면 ‘꺾기’가 있고 … 급기야 소비자들은 이제 금융권의 자기중심적 서비스들에 화가 난 것이다.독립판매법인들은 ‘소비자의 선택의 권리를 찾아주며’ ‘특정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접근한다.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제 발로 찾아와 은행, 증권, 보험 가리지 않고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해준다는 판매법인의 구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또 아직도 한국인들은 금융회사의 브랜드를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점차 투명성이 강조될수록 금융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회사 브랜드보다 더 큰 선택기준으로 등장할 것이다. 최고은행의 신탁상품이 그보다 못한 은행 상품보다 반드시 좋은가?꼭 그런 건 아니다. 그러므로 고객은 이제 그런 상품들을 읽고, 비교하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능력 있고 객관적인 상담자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보험 세일즈 이상의 수익모델 찾아야이 같은 금융권과 고객의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판매법인은 태어나고 있다. 앞으로 순조롭게 성장하려면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까?첫째, 판매법인의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고유문화도 만들어내야 한다. 판매법인들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인 느슨한 집합체다. 실적과 능력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는 시스템이기에 이합집산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가치가 공유되지 않고 막연한 ‘종합자산컨설팅회사’ 이상의 구체적인 모델이 제시되지 않으면 영속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둘째, 지금과 같은 보험 중심의 수익모델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모델이 보험세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판매회사의 직원들이 고객을 만나 ‘우리는 기존 금융사 서비스와 다르다’는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뛰어넘어야만 한다.셋째, 비전이 있고 마케팅 방법론이 분명하다 해도 실전경험과 교육방법이 또 다른 숙제다. 판매법인 구성원들이 보험출신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그밖의 금융과 경제이론과 실전은 매우 약하다. 따라서 일반인에게 생소한 재테크나 자산관리의 측면을 설득하고 세일즈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처럼 1개월 정도의 보험세일즈 교육만 해서는 부족하다.마지막으로 판매법인들이 유리한 조건을 좇아 계약금융사를 자주 바꾼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판매회사나 금융회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계약소유자와 계약권유자가 다르기 때문에 계약의 관리와 지속적인 서비스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 판매한 상품에 대한 서비스는 과연 누가 책임지고 이에 대한 고객의 불신은 또 다른 문제를 갖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요컨대 이런 판매사들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의 약점을 찾아내고 이런 부분을 차별화해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길뿐이다. 더디지만 오히려 빠른 길이다. 이런 길을 찾지 않고 실적과 외형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