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 백화점 강화 '유통업 황제'노려...2010년까지 중국에 40개 할인점 설립
구학서신세계 사장‘신세계 성공신화의 주역’ ‘유통업계 광개토대왕’ ‘구조조정 조타수’ ‘윤리경영 전도사’….구학서 (주)신세계 사장(57)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구사장은 98년 말 2조3,000억원대이던 매출을 대표이사 취임 3년여 만에 3배 이상 불려 놓았다. 백화점 5개, 이마트 14개이던 점포수는 각각 7개, 48개로 늘어났고 올해 전체매출은 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년 45% 이상의 성장을 기록, 이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는 할인점인 이마트 부문 매출이 유통업계 1위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전점의 매출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게다가 올해 이마트의 예상매출액 5조3,000억원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 전체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유통기업이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것은 이마트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이뿐만 아니라 2ㆍ3위 업체인 롯데마트ㆍ홈플러스의 매출을 합한 수치 역시 이마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할인점 시장을 확실히 제압한 것은 물론 ‘따라 올 자 없는’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셈이다.신세계 본점 재개발 “롯데 본점 제친다”그러나 이런 일련의 성과를 두고 구사장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원칙에 충실했더니 일이 술술 풀렸다”는 것이다.구사장이 말하는 ‘원칙’이란 지난 99년 말 선포한 ‘윤리경영’을 뜻한다. 현재 윤리경영은 신세계 ‘최고의 가치’로 자리를 잡았다.‘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기업은 특별히 더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게 지침의 핵심이다.구사장은 “기업이 윤리적으로 잘못하면 대외신용도가 떨어지고, 그 결과는 매출 및 이익 감소, 종업원 사기 저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업윤리를 중요시하는 회사는 경쟁력 강화, 이익 증대, 근무의욕 증진의 성과를 거둔다”고 항상 강조한다.윤리경영 선포 이후 구사장은 직속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을 설치해 강력한 실천력을 보여주고 있다.“윤리경영을 지키려면 본사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파견직원들도 같은 기준을 가져야 한다”며 협력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펼치고 협조공문을 발송하는 등 ‘전파’에도 열심이다.그러다 보니 대학, 단체에서 윤리경영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도 많다. 전경련은 기업윤리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으로 신세계를 꼽기도 했다.사실 구사장의 전문분야는 재무관리 쪽이다. 지난 72년 삼성전자 경리과에 입사한 이래 20년 넘게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에서 재무전문가로 잔뼈가 굵었다. 뒤늦게 유통기업을 맡아, 그것도 IMF 위기로 소비가 바닥을 헤매던 시기를 되레 성장의 기회로 삼아 ‘신화’를 만들었기에 그 공적이 더욱 빛난다는 평이다.구사장은 올 한해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국내 시장 기반을 다져 확고부동한 입지를 만드는 한편 해외사업과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백화점 부문 투자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더불어 민자역사 개발에도 참여, 대규모 개발사업이 속속 추진 중이다. 일부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6년께는 유통업계 1위로 등극해 ‘유통황제’가 된다는 게 구사장의 구상이다.얼마전 중국 출장에서 구사장은 신세계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 돌아왔다. 중국 상하이 구백(九百)그룹과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까지 중국에 40개 이마이더(중국 이마트 브랜드) 점포망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국내 할인점 시장은 이마트 기준 80~90개 점포가 되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봅니다. 반면 중국시장은 생각 이상으로 성장세가 대단합니다. 97년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안테나숍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데다 국내 시장에서 쌓은 경쟁력도 충분해 자신있습니다.”이에 앞서 10월21일에는 신세계 본점 재개발 공사에 돌입, 백화점 사업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2005년 말에 신세계 본점은 연면적 4만평, 매장면적 1만6,000평 규모의 최고급 점포로 탈바꿈하게 된다. 구사장은 “명동-남대문을 잇는 특급상권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롯데백화점 본점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또 용인 죽전역과 의정부역에 백화점과 할인점, 영화관,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센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가동했다.구사장은 “이들 신규사업은 윤리경영 이념 가운데 하나인 ‘세계 초일류 유통기업’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구사장이 표본으로 삼고 있는 경영자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흔히 잭 웰치를 말하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경영환경이 다르다. 한국의 경영자는 선견지명을 갖춰야 하는데 이병철 회장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는 이야기다.구사장은 3~4년 후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현재 후계자를 키우고 있는 상태”라는 구사장은 “적당한 때 물러나는 것도 매력적인 CEO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약력 : 197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2년 삼성전자 경리과 입사. 82년 삼성물산 도쿄지사 관리부장. 88년 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96년 (주)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 98년 (주)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99년 (주)신세계 대표이사. 2001년~현재 (주)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