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200% 매출 성장, 매출규모 세계 3위 수준...고객만족경영 손수 점검

최영재LG홈쇼핑 사장LG홈쇼핑은 자타가 공인하는 1등 홈쇼핑업체다. 지난 95년 설립돼 7년밖에 안됐지만 그 성장세는 실로 엄청나다. 매년 평균 200%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홈쇼핑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매출실적은 미국 QVC와 HSN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 같은 성장세는 98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설립 원년인 95년 5개월 동안 영업한 매출은 1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98년 매출은 2,220억원.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뛰어 오른 실적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올해는 10월까지의 누계만 1조4,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뿐만 아니라 TV, 인터넷, 카탈로그 등 현재 소유한 3개 무점포 유통업태 모두 업계 1위를 달린다.실로 경이로운 실적의 배경에는 ‘원칙주의자’ 최영재 사장(61)이 있다. 97년 12월, 30년 넘게 몸담은 LG화학을 떠나 LG홈쇼핑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공교롭게도 LG홈쇼핑은 업계 1위로 올라서고 홈쇼핑 시장도 황금알을 캐는 텃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어 회사를 쑥쑥 키워내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객서비스 만족도 직접 챙겨“나 혼자 이룬 게 절대 아닙니다. 고객을 중심에 두고 일하는 직원들과 주변환경이 잘 받쳐져 이뤄낸 거지요.”고속성장의 공적을 직원에게로 돌리는 최사장은 사내에서는 무섭기로 소문난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대쪽같은 성격은 ‘원칙’을 강조하는 경영스타일에서 잘 드러난다.최사장은 잘못됐다 판단될 때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목이 쉴 정도로 꾸짖고, 잘된 일에는 아낌없이 상을 내린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눈앞의 이익, 순간적인 판매증대를 위해 과장ㆍ허위광고를 하는 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데다 방송이 접목된 업태인 까닭에 사회적 책임과 영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객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는 크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반면 열심히 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는 손실이 크더라도 관대하게 대하지요. 실패하고 쓰러지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재가 있는 조직이 최고가 되니까요.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원칙을 깨는 행위이므로 엄하게 대합니다.”잔꾀는 절대 금물,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행동하고 판단하라는 게 최사장이 강조하는 ‘원칙’이다.이 같은 ‘고객서비스 마인드’는 실명제 서비스, 지정일ㆍ휴일 배송 서비스, 해피콜 서비스, 리콜서비스, 선환불 서비스 등을 탄생시켰다. 30년 이상 생활용품 제조ㆍ유통에 종사해 온 최사장은 “불량고객도 고객이다. 불량고객의 요구도 감동할 만한 친절 서비스로 보답하면 LG홈쇼핑의 우량고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더불어 사장실에 고객직통팩스를 운영하고, 수시로 방문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불친절한 사례는 없었는지 확인한다. 또 직접 상품을 주문해서 방송내용과 배송상품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는 등 LG홈쇼핑의 일거수 일투족을 직접 단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사장은 올해 국내 최고의 패션디자이너그룹인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와의 전략적 제휴를 놓고 가장 어려운 고민을 했다고 말한다.“홈쇼핑 판매 의류는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게 목적이죠. 과연 최정상급 디자이너의 고급의류를 파는 것이 다수 소비자 요구에 맞는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자칫 톱디자이너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도 있었지요. 그야말로 ‘원칙과의 충돌’이 아닌가 고민스러웠습니다.”그러나 최사장은 최고급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 폭넓은 소비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5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지난 9월 조심스럽게 출시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0만~50만원대 디자이너 의류를 입어보지도 않고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에 직원들도 놀랐다고. 이제 SFAA 코너는 한 번 방송에 7억~8억원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최사장은 고객만족의 실천으로 직원들에 대한 투자도 중요시한다. 유통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내년 초 ‘홈쇼핑대학원’을 만들 계획이며, 최근에는 3교대로 근무하는 콜센터 상담직원을 위해 헬스클럽 등을 만들기도 했다. “내부 고객인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면 외부 고객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지론에 따라서다.최사장은 올해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TV(BTV)와 공동 홈쇼핑사업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서다. 중국시장은 아직 TV, 인터넷, 신용카드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지만 잠재력만은 최고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용인 수지에서 서울 영등포 문래동까지 출퇴근하는 최사장은 왕복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대부분 독서로 보낸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제임스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designtimesp=23293>.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에 성공한 회사들이 다른 기업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을 밝혀냈다”는 게 최사장의 서평이다.약력 : 1965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65년 LG화학 입사. 83년 LG화학 기획개발담당 이사. 88년 LG화학 생활용품사업부 전무.90년 LG화학 생활건강CU 부사장. 96년 LG화학 생활건강CU 사장. 97년~현재 LG홈쇼핑 사장. 2002년 한국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협회 2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