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정비에 혼신...내년엔 금융네트워크 강화에 주력 방침
라응찬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65)은 평소‘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갖자’는 표현을 즐겨 쓴다. 이 말은 라회장의 경영철학을 함축하고 있는 동시에 신한금융지주회사의 가장 중요한 기업문화이기도 하다.은행권은 흔히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도전정신보다 안정지향적인 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가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았고, 요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다.하지만 신한 관련 금융기관들은 이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액티브하고 창조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라회장의 경영철학이 구석구석에 스며든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IMF 구제금융 이후 국내 금융권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오히려 미래에 대한 대비와 예측으로 더욱 진가를 발휘해 신한은행을 국내 최우량 은행으로 이끈 라회장의 일화는 지금도 은행권에서 널리 회자된다.지난해 9월1일 라회장은 새로운 변신을 했다. 신한은행 부회장에서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59년 농업은행에 입행해 금융 외길을 달려온 지 42년 만에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신한금융그룹의 총수자리에 오른 셈이다.회장취임 이후 그는 “은행이 합병을 통해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지주회사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 물러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오고 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신한금융 그룹의 사령탑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올 들어 은행 대형화에 승부수를 던지고 금융기관 인수추진에 발벗고 나선 것도 그의 이런 소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그는 사석에서 “신한은행의 발전을 위해 내 몸을 태우고 재가 돼 떠나겠다”는 말도 종종 한다.이를 입증하듯 라회장은 올해 지주회사체제 정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굿모닝증권을 인수해 신한증권과 합병시켰고, 5월에는 은행과 증권의 개념을 합친 금융프라자를 오픈했다. 또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을 자회사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이어 6월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카드업에 진출해 신한카드를 출범시켰으며, 8월에는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CI를 제정해 선포했다. 대외적으로 신한을 상징하고 내부적으로는 한식구라는 동질감을 갖게 하는 이미지통일화 작업을 마무리지은 것.이밖에 신한신용정보의 지주회사 편입, 방카슈랑스 부문 합작 자회사인 SH&C생명보험 설립, 자산운용 합작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출범 등도 모두 라회장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신한금융맨들의 신뢰도 절대적11월 말 현재 신한금융지주회사에는 모두 10개의 자회사가 편입돼 있다. 지주회사 출범 전 6개였던 것이 1년여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갑자기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세계금융산업의 흐름상 대형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BNP파리바와 소비자금융부문과 PB, 증권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제휴를 추진 중이다.라회장은 지난 1년간 영업능력 극대화를 위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펀드 판매시스템 구축, 통합카드개발, 올플러스포인트 서비스 활성화, 리테일금융플라자와 통합CRM 구축, 기업금융센터 개설 등을 중점 추진했다. 아울러 그룹사 리스크관리 표준화에도 적잖은 투자를 했다.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라회장이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영업기반 구축에 최종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각 자회사의 영업라인을 통일해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이다.라회장은 2003~2004년은 그룹시너지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시기로 삼고, 특히 금융 네트워크를 강화해 영업 면에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신한금융그룹은 외형적인 변화 못지않게 올해 경영실적도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하고 있다. 그룹 전체를 보면 지난해 3,490억원대였던 순이익이 올해는 3분기까지 9,31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12월까지의 실적을 합칠 경우 연간 1조원대를 훌쩍 뛰어넘어 전년보다 3배 가까운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라회장에 대한 신한금융맨들의 신뢰도는 절대적이다. 소신과 결단력이 남다른데다 신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이다. 청렴결백하고 솔선수범하는 경영인상 역시 직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애정을 받는 원동력이다.요즘 라회장은 조흥은행 인수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2년 뱅커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약력 : 1938년 11월25일생. 선린상고 졸업. 59년 농업은행 입행. 79년 대구은행 비서실장. 79년 제일투자금융상무. 82년 신한은행 상무.91~99년 신한은행장. 99년 신한은행 부회장. 2001년~현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