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냄새 맡는 오감휴대폰 . 로봇청소기 . 웨어러블컴퓨터 등장, 혁신 주도
요즘 국내외 전자 전문기업들은 첨단 가전제품 개발과 홈네트워크 사업에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인터넷 냉장고 등 첨단제품과 하나의 단추로 제어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선보였고 멀지 않은 장래에 상용화를 기약하고 있다. 2007년 겨울, 한 평범한 가정의 하루를 엮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가까이 다가온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자.오전 7시30분 = 회사원 L씨와 큰아들 A는 출근과 등교 준비로 분주하다. 평소보다 조금 늦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들의 차간 거리를 최소화해 고속주행이 가능하게끔 하는 ITS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차간 거리는 주행속도의 1,000분의 1 이상으로 보고 있어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의 경우 100m 이상이 안전한 차간 거리다.하지만 ITS로 인해 현재는 5~10m 정도의 차간 거리로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 특히 ITS가 상용화되면서 자동항법시스템(ANS)과 연계돼 고속도로 및 도심에서의 고질적인 교통정체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회사나 학교에 지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뒷자석에 타고 있는 큰아들은 e페이퍼(Electronic Paperㆍ일종의 신문)를 보고 있다. e페이퍼는 수백만개의 마이크로캡슐로 구성돼 있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 소재로 전자기적인 원리에 의해 흑백의 화면이 구현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기사와 동영상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학교앞이다.오전 10시 = 한바탕 출근전쟁을 치른 후 아내 K씨는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켰다. 청소기 기종은 트릴로바이트(Trilobite). 고생대의 바다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식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청소로봇은 직경 35㎝, 높이 13㎝로 초음파로 물체를 감지해 자동으로 청소하며 속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방전이 되면 스스로 충전하고 40평 아파트를 30분 만에 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청소로봇은 랜덤방식이어서 좌충우돌이다. K씨는 이달 말 옆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청소로봇으로 교체할 생각이다. 옆집은 초음파센서를 탑재한 청소로봇을 가지고 있는데 복잡한 구조를 인식하고 스스로 동선을 선택하며 한 번 청소한 구역은 기억해 중복 청소하지 않는 등 장점이 많다.집안일을 로봇청소기가 하는 동안 K씨는 감기 때문에 학교에 결석한 둘째 S의 건강상담을 위해 원격진료 시스템에 접속했다. 침실 옆에 마련된 원격진료기에 S의 맥박, 혈압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해 의사에게 전달했다. 다행히 초기여서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도착했다. K씨는 아픈 S의 기분도 전환시켜 줄 겸 쇼핑을 하기로 했다.아이의 신발을 사기 위해 메가펀(전화기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 단말기로 상점에 접속, 제품정보를 요청한다. 2~3차례 구매를 위한 정보가 오간 뒤 아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발을 시중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물론 결제는 사이버머니로 했다.오전 11시 = K씨는 친구와의 점심약속이 있다. 약속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면서 PDA로 최종목적지까지 도로정보를 확인한다. 마침 한 블록 앞에서 도로포장공사가 있다는 정보에 따라 다른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친구들과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문득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른 가방에서 PDA를 꺼내 현관문의 상태를 확인한다. 현관문의 잠금 상태는 이상이 없다. 내친김에 둘째 S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니 식탁에서 전복죽을 먹고 있었다. 지금 아이가 먹고 있는 전복죽은 점화타이머를 작동시킨 가스레인지가 스스로 끓여놓은 것이다.오후 3시 = 큰아들 A는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켰다. 안방에 설치된 홈서버와 무선랜으로 연결된 스마트 디스플레이에는 엄마가 남겨놓은 메시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홈서버를 거쳐 인터넷에 접속, 학교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물을 불러왔다. 학기말에 제출할 과제물에는 새로운 스트리밍 기술이 적용된 동영상 부분이 많아 필요한 모듈을 홈서버에서 다운로드받아 완성할 수 있었다.이어 팀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회의를 소집했다. 집에 있는 팀원도 있었지만 오클리 선글라스, 루비녹스 스포츠시계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간 일부 팀원들은 웨어러블 컴퓨터를 통해 연결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2005년부터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급속하게 발전해 거의 무게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벼워졌다.또 생체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키보드, 음성, 펜 등 다양한 입력수단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과제물을 더욱 알차게 만들 수 있었다.오후 6시 = 메가펀 단말기로 둘째 S의 담임교사에게서 가정통신문이 도착했다. 얼마전 본 시험결과가 아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송된 것이다. 가정통신문에는 S가 감기로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서 EOD(Education On Demand)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아 공부했다는 사실도 적혀있다. 교실에 종이와 칠판, 교과서, 가정통신문 등이 없어진 지 오래다. 공책이나 교과서는 웹패드(Web Pad)와 무선랜을 통해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아 사용한다.오후 9시 = 거실에 모여 영화 콘텐츠로 영화를 보던 중 관제시스템에서 전화가 왔다. 수상한 사람이 집 주위를 기웃거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 확인해 보니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었다. 관제시스템에서는 긴급 메시지를 받으면 즉각 가정 내 안전상태를 확인한 후 이상이 있을 경우 출동한다.오후 10시 = L씨는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른다. 휴대전화로 귀가한다고 연락했다. 와이프가 냄새를 맡고 술을 마셨느냐고 물어본다. 요즘 휴대전화는 냄새를 맡고 촉감도 느낄 수 있는 이른바 ‘5감 통신’이 가능하다. 말하고, 듣고, 보는 휴대전화의 기능에 냄새를 맡고 촉감도 느낄 수 있는 기능이 첨가된 것이다.식별센서에서 감지한 향과 촉감을 디지털 신호화한 뒤 광대역을 이용, 상대편에게 송신하면 수신한 쪽은 전용장치로 향과 촉감을 재현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 장거리 출장에 대비해 집 주변 단골주유소에 들렀다. IT와 접목된 주유소는 이제 과거의 주유소가 아니다.전국 가격을 비교분석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가격시스템, 주유기에 내장된 도둑 주유 방지를 위한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디지털 동영상 파일로 저장되며 차량번호와 운전자 사진도 함께 체킹된다), 주유와 결제를 효율화시킨 자동 주유로봇 등이 그것들이다. 물론 결제는 휴대전화로 끝냈다.잠들기 전 K씨는 냉장고에 붙어있는 버튼으로 집안의 모든 전등을 끈다. 또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해 가스레인지 점화시간과 전자레인지 타이머를 맞춰 놓는다. 집안에 모든 가전기기들은 전력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냉장고를 통해 제어되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웹패드를 사용하면 장소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가전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