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제약사, 난치병 치료 신약개발 '혼신'...'해피드럭'으로 행복한 삶 실현 가능

1998년 4월, 세계의 눈은 파란색 알약에 쏠렸다. 대중은 ‘신이 내린 선물’ ‘기적의 신약’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이 약이 가져다 준 ‘경이로운 세계로의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찬사에 부응하듯 이 약은 발매 6개월 만에 4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개발사에 안겨줬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려준 이 약 덕택으로 화이자사의 98년 2/4분기 매출은 97년 같은 기간보다 20%가 올랐다. 순이익도 38%나 상승했다.5년여가 흐른 2002년 6월 현재, 비아그라는 119개국 2,000만명의 남성에게 1억회 처방됐고, 화이자는 4년간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부와 희망의 상징 ‘신약’신약은 ‘현대판 노다지’로 불린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지만 성공하면 이를 단숨에 보상받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이전에 ‘정신질환을 약물로 치료할 수 없다’는 종교계의 반발과 사회적 논란을 거치며 잡지, 만화, 방송 등에 즐겨 인용되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됐던 우울증치료제 ‘푸로작’이 그러했다. 전설이 됐지만 2차대전 후 사회혼란으로 정신불안 환자가 양산됐을 당시 ‘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마치 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된 ‘클로르디아제폭사이드’도 막대한 부를 개발사에 안겨줬다.이외에도 연간 1조4,000억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안겨준 위궤양제 ‘로섹’과 영국 내 기업순위 25위였던 제약사를 세계적 제약사로 탈바꿈시킨 ‘잔탁’ 등을 포함해 수많은 약이 개발사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면서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이게 바로 제약기업들이 온갖 고초를 무릅쓰면서 신약개발에 나서는 이유다.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신약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답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신약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승전나팔을 불기 바로 전 ‘한여름 밤의 꿈’으로 판명되며 허망하게 땅을 치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반면 부작용에서 새로운 적응증이 발견되며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분명한 것은 무병장수에 대한 욕망과 이를 실현시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부와 명예를 동시에 이루려는 기업의 열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신약’이 나온다는 것이다. 더욱이 2002년 10월, 3년을 목표로 출발한 다국적 ‘신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맞춤의학의 모태가 될 단일염기다형성(SNP)이 밝혀지면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이나 약물투여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맞춤약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난치ㆍ불치병 바이러스 퇴치 ‘눈앞’맞춤약 시대를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연구를 통해 난치ㆍ불치병 치료제와 ‘해피드럭’이 선사하는 기쁨을 향후 5~10년 내 맛볼 수 있다.우선 간염쪽에서 5년 내 한판 승부가 난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주눅들게 한 ‘라미부딘’에 내성 바이러스란 놈이 나타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지만 ‘합종연횡’ 또는 단독으로 바이러스를 초토화시킬 약을 기대해도 좋다. 과학자들도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한다.치매치료제도 기대해 봄직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 치매 초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억제해 증세를 완화하는 ‘증상치료제’와는 차원이 다른 ‘원인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구 중이라면 사람에게 바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윤곽은 드러난다.기억력을 높여주는 신약도 임상실험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말 치매정복단이 문을 열며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 치매정복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3상시험중인 Translon(Nefriracetamㆍ다이찌제약), CEP-1347(세파론), ABP-124(와이어스), AGN-1135(Rasagiline Mesylateㆍ테바), TAK-147(zanepezilㆍ다케다) 등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치료제들도 희망을 준다.그러나 암은 여전히 난제다. 몇 년 내 특효약 등장을 논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지만 적어도 자궁경부암은 희망이 생겼다. 미국의 한 제약사가 최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제16형 HPV바이러스에 대해 100% 면역효과가 있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면역효과 지속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5년 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 가지 암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많은 여성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비만ㆍ대머리ㆍ노화 5년 후에는 해결 가능삶의 질을 개선시켜 주는 이른바 ‘해피드럭’은 어떨까.우선 약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시대를 연 ‘푸로작’을 필두로 행복을 선사하고 있는 항우울제. 이미 임상 3상실험에 진입한 약물들이 많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머크의 MK-869(Aprepitant), 세르비에의 S-20098(Agomelatine), 화이자의 CI-1008 (Pregabalin), 랙스데일의 LAX-101, 머크의 NK-1 Receptor Antagonist 등이 임상 3상단계로 시판을 기대해 봄직하다.발기부전치료제와 함께 대표적 해피드럭인 비만치료제. 제니칼 등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약들이 감량의 세계로 초청장을 보낸 가운데 위를 최대 99%까지 잘라내 비만을 방지하려는 위우회술(가스트릭 Byp-ass)까지 등장했지만 5년 후면 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정효소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식생활을 하며 살을 뺄 수 있는 화합물, 뱃살 등 부분 비만에 초점을 둔 신약들이 계획대로라면 5년 후 선보이게 된다.‘머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도 희소식이 온다. 부작용이 많거나 어떤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 약이 많았지만 개인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 사람에게 꼭 맞는 맞춤대머리약이 나올 예정이다. 물론 맞춤약은 모든 질병 분야에 적용되는 것으로 시기는 장담 못한다.노화는 어떨까. 세계 각국의 회사들은 유전공학을 이용해 성장호르몬을 양산하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성장호르몬을 파스처럼 몸에 붙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을 수 있다. 탱탱한 피부관리는 더 이상 돈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그러나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예방이다. 사회보장제도로 국고 고갈에 처한 국가들이 ‘헬스 코스트’를 줄여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파생하는 모든 문제 해결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수많은 연구들이 결실을 맺어 약이 쏟아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전문가들은 약으로 참다운 행복을 누리려면 ‘지금 없더라도 금방 개발돼 돈만 있으면 원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약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다.삶의 질을 개선시켜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 해피드럭도 마찬가지다. 피임약은 처음 나왔을 때 여성을 해방시켜 준 획기적 약으로 평가받았지만 성도덕의 문란에 일조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분명한 것은 사냥하듯 약을 찾는 현실이 각종 역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