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추진, 자율 . 책임의 경영체제 확립...9월말 현재 5조7,000억 순익 올려
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격물치지(格物致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58)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깊이 몰두하고 연구하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윤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단순이론 연구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만져보고, 느끼고, 토론하는 등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고민할 것을 강조한다.윤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이 바탕이 돼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제품을 7개나 보유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반도체 D램(시장점유율27%)을 비롯해 반도체 S램(26%), 모니터(21.3%), TFT-LCD(22.4%), CDMA 휴대전화(22.2%), 전자레인지(23.1%), VCR(16.8%) 등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제품들이다.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현재 매출 29조7,900억원, 순익 5조7,40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올 초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이 같은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디지털 컨버전스(융합화)와 솔루션 사업을 위해 각 총괄간의 제품간 네트워킹 체제를 구축했던 것.이는 각 총괄의 전문영역을 넘어 사업간 협력과 마케팅 역량을 끌어올리고, 디지털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기회선점을 위해 본사 마케팅 기능을 미국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시장주도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또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 및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배가하기 위해 분산된 해외판매 기능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회사 내 전체 사업부를 GBM(Global Business Managementㆍ글로벌 사업체제)으로 바꿔 단순하고 스피드 있는 자율과 책임의 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이다.이 같은 조직개편은 윤부회장의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평소 경영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윤부회장은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생물은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이다”며 “21세기 초일류 기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초일류답게 조직분위기를 쇄신시켜야 하며 지금까지의 타성과 낡은 제도를 타파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자율적이며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윤부회장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소신을 갖고 있다.“최고경영자는 앞으로 3~4년 안에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묘목사업과 5~10년 후 주력사업이 될 씨앗들을 찾아 전략을 수립할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 씨앗을 잘 고르고 5년 후 과실을 맺을 묘목을 얼마나 잘 가꾸느냐에 달렸다.”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유능한 경영자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영자는 1년의 반은 시장을 파악하고 나머지 반은 미래를 통찰하는 전략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윤부회장은 “경영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회사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현장경영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윤부회장은 매년 100~120일 정도 해외에 나가 있고 국내에 있을 때도 매달 전 사업장을 수시로 돌아다닌다. 윤부회장이 올해 중점을 둔 것은 브랜드력 강화다. 이에 따라 미국 브랜드 조사전문기관인 인터브랜드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designtimesp=23267>가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2위(64억달러)에서 34위(83억달러)로 8단계나 뛰어올랐다.윤부회장은 중국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윤부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방송인 CNBC로부터 ‘아시아기업 리더상’을 수상한 뒤 가진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시장으로 들어가 중국 기업처럼 일하고 중국 기업처럼 중국시장을 이해하며 모든 일을 중국 기업처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리고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로 볼 것이 아니라 거대한 시장과 뛰어난 생산입지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윤부회장은 “첨단제품의 경우 중국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삼성전자는 내년 약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4조8,800억원보다 2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는 플래시메모리 매출비중을 현재 16%에서 오는 2005년에는 34%, 2010년에는 40%까지 확대시켜 사업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비PC 제품의 비중을 현재 8%에서 오는 2005년에는 40%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세계시장 점유율 9.5%로 3위 자리를 굳힌 휴대전화 사업은 카메라, 컬러, 고화음 등을 바탕으로 고급브랜드를 유지하면서 200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칩, 광디스크칩셋 등 5개 제품을 2005년까지 세계 1위로 키운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약력1962년 경북사대부고 졸업. 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66년 삼성전자 입사. 79년 기획조정실장. 92년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92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93년 삼성전관 대표이사 사장. 95년 삼성그룹 일본 본사 대표이사 사장. 200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