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냐고요? 지금 당장이요. 왜? 싸니까요. 요즘 700대까지 올랐지만 내년 장이 네 자릿수로 갈 거라고 보는데 640이든 700이든 큰 차이 없이, 여전히 싼 거죠. 우량주 중심으로 매수해서 1년쯤 보유하세요.”국내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히는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상무의 말이다. 그는 내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 자릿수에 안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끊임없이 주식시장을 괴롭혔던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이나 디플레이션 논쟁,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급등 등 대외적인 우려들이 별 가능성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미국경제가 지난해 여름 이후 진행돼 온 점진적인 회복 추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되므로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미국변수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닐 것”이라는 게 이상무의 주장이다. 결국 내년 들어 미국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서울증시는 내년이 되면 미국시장과의 차별화(디커플링)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이상무뿐만 아니라 내년 서울증시를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격적이다. BNP파리바 증권 역시 내년 말 주가지수 목표를 1,100으로 내놓았다. 홍콩에 있는 이 회사 아태지역본부의 법인영업담당자는 “대외적으로는 1,100으로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1,300까지 충분히 간다고 보고 있다”고 귀띔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알려줬다.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 역시 내년도 종합주가지수가 900~1,4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투자전략가 대니얼 유는 12월2일 보고서를 내고 “현재 국내 시장의 주당 장부가(P/BV) 비율은 역사적인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대선 이후 시장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통화(M1)성장률이 안정세를 나타내면 국내 증시는 앞으로 6~12개월 안에 상당폭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대니얼 유의 주된 논거 역시 ‘너무 싸고, 주가상승을 저지하던 악재들이 해소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대우증권이 내년 지수 1,035를 외쳐 파문을 일으켰다.이번에는 정말 지수 1,000? 기대감 증폭‘지수 1,000을 넘어 네 자릿수에 안착’은 서울증시의 오랜 숙원이다. 이는 단순히 주가가 상승하는 ‘큰장’이 온다는 것 이상의 의미다. 우리 증시가 한 단계 ‘레벨 업’할 가능성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해석되는 것이다.하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1,000 돌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초 한 차례 상승장이 펼쳐지면서 4월 말 주가지수가 900을 넘어섰을 때도 많은 증권사들은 ‘1,000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5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9월 중에는 600 아래까지 내려가는 등 실망스러운 장세가 펼쳐졌던 것이다.많은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이 내년 증시를 낙관하는 근거들을 살펴보자. 김영호 대우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세계경기 회복의 열쇠를 쥔 IT경기 회복에 큰 기대를 건다. IT업황은 내년 3분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회복되리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중국효과’를 거론하고 있다. 전기전자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이것이 미국발 경기둔화의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메릴린치증권의 이원기 상무는 채권과 부동산가격이 고평가되면서 주식이 가장 안전하고 기대수익이 높은 저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부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부동산이나 채권처럼 1~2년을 기다리는 느긋함으로 접근한다면 현시점에서 주식의 매력은 다른 자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월하다”는 주장이다.삼성증권이 지난 11월 국내외 주요 펀드매니저 7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장세를 낙관하고 있었다. 설문대상자의 85%가 넘는 펀드매니저들이 “내년 KOSPI 예상수익률이 10%를 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이처럼 증권사 등이 낙관적인 내년 주시시장 전망을 내놓는 데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D증권의 투자분석팀장은 “언젠가 늑대(지수 1,000을 넘는 대세 상승장)가 한 번 오긴 올 거예요.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는데 가만히 있었다면 정말 엄청나게 욕먹어요. 그러니까 심심하면 한 번씩 ‘늑대다!’ 하고 외쳐 보는 거죠”라고 말했다.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함부로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은 내년 적정 주가지수를 800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고, 더 비관적인 LG투자증권은 내년에도 520~770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우량주 장기보유 펀드, 수익률 독보적주가지수가 1,000을 넘든 넘지 못하든 내년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사서 1년 이상 보유하라’는 충고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시장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한국투자펀드들이 올리고 있는 높은 수익은 눈여겨볼 만한 교훈이다.미국의 펀드평가회사 리퍼에 따르면 도이치자산운용의 ‘코리아 펀드’는 올해 10월 말까지 10.9%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1년간 누적수익률로 보면 42.3%나 된다. ‘매튜코리아’ ‘MSCI코리아펀드’ ‘알리앙스 코리아’의 펀드들도 각각 올해 10월 말까지 7.8%, 7.4%, 7.1%의 수익을 올렸다.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하락에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특히 ‘코리아 펀드’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9.6%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연평균 1.6%씩 하락했다. ‘코리아 펀드’는 “돈을 잘 벌고 기업지배구조도 투명한 기업을 골라 수년간 장기투자한다”는 단순한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다.이처럼 수익률이 좋은 한국투자펀드들이 보유한 종목도 시사적이다. 앞서 언급한 네 개의 펀드들은 하나같이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 삼성화재, KT, KTF 등의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대표적인 우량주 10여 개 종목만을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밖에도 이 펀드들이 보유한 종목은 현대차, 삼성전기, 포스코, 한전, 현대모비스, 신도리코 등이다.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상무는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우직하게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바보인 줄 아는가. 그들의 행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의 부정적인 해외 여건과 대통령선거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식을 지금 사고 싶지 않겠지만 그런 불확실성이 사라진 후에는 주가가 지금보다 훨씬 올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