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패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온라인사이트 통해 마니아클럽 적극 지원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마니아’라는 말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광적일 정도로 집착한다는 뜻에서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었다.하지만 ‘한국은 마니아의 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니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각종 모임이 활발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 부정적인 의미는 고사하고 ‘클럽마니아에서부터 명품마니아까지’ 이들 특정집단을 공략하는 이른바 마니아마케팅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는 대신 충성도가 높은 소수의 고객만이라도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다.특히 이런 바람은 최근 몇몇 의류브랜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30대 젊은층이 즐기는 놀이문화 중 하나로 클럽문화가 있다. 흔히 말하는 나이트클럽보다 자유롭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장소인 클럽을 자주 찾는 클럽마니아들은 ‘클러버’(Clubber)라는 말로 통칭된다.지난여름 몇몇 의류브랜드에서는 아예 이들 클러버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캐너비는 지난 8월 초에 출시된 지엔코의 캐주얼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특정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11월22일에는 아예 이들을 위한 새로운 클럽을 홍대부근에 마련했다. 매장에서 단순히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클럽이라는 소비자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다.자사 브랜드 구매고객에게는 전용클럽의 입장료를 30% 할인해주는 등의 전략을 마련해 철저하게 클럽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쌈지의 브랜드 쌤(ssam)도 비슷한 방식을 고수한다. 쌤 역시 클럽마니아를 위한 캐주얼브랜드. 지난 7월에 첫선을 보인 뒤 마니아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쌤의 마니아층은 ‘쌤통’이라는 인터넷 모임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현재 2,00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는 쌤통은 쌤의 대내외적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쌤의 지면 광고모델로까지 등장하고 있다.마니아마케팅은 문화마케팅과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다. 출시 때부터 문화지향형 브랜드를 표방한 LG패션의 헤지스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고객커뮤니티를 지원한다.홈페이지 내에 ‘마니아클럽’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활동을 지원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마니아클럽은 프렌드와 패밀리, 매니아의 세 등급으로 나눠 홈페이지 방문횟수나 이벤트 행사 참여도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받아 적립한도에 따라 한 단계씩 올라가게 했다. 등급에 따라 헤지스가 마련하는 영화시사회 등 고객초청 이벤트에 우선적으로 초대된다. 현재 마니아클럽 회원은 3만여명. 올해까지 5만명을 확보한다는 게 회사측의 목표다.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마니아클럽을 활용하는 사례는 비단 의류브랜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현대자동차는 현대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삼성애니콜은 매니아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고객 커뮤니티를 지원한다. 애니콜은 헤지스의 경우에서처럼 적립포인트에 따라 승급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KTF의 멤버십 브랜드 중 하나인 Na도 회원을 위한 댄스파티를 여는 등 마니아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마니아클럽 가입고객에게 휴대전화 단문문자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제품의 질에 대한 투자 우선돼야특정 취미를 가진 오프라인 모임을 지원하는 마케팅 활동도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스포츠용품업체 뉴발란스는 운동화의 기능성을 마라톤마니아를 공략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브랜드인 뉴발란스는 미국 내에서 러닝화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업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따라서 오프라인의 마라톤동호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국내 마라톤대회의 물품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또 서울 명동매장에는 트레드밀을 설치해두는 등 마라톤 전문매장으로 꾸며놓았다. 내년에는 자체적으로 러닝클럽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주로 명품브랜드에서 발매하는 한정판매 제품, 즉 리미티드에디션 제품도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마케팅 방법의 일환이다. 명품은 대체로 그 브랜드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있기 마련. 특히 이들은 명품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수집품으로까지 활용하는 특성을 보인다.여체를 닮은 독특한 용기로 유명한 향수 ‘장 폴 고티에’의 경우 매년 여름이면 향과 용기를 조금씩 달리해 한정제품을 발매한다. 국내에서는 보통 3,000여개 정도가 시판되는데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곤 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 명품브랜드들의 특징인 만큼 이 같은 방식이 기존 마니아층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이밖에도 레포츠카드, 골프로카드 등 카드업체들이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각종 특화카드들 역시 특정 소비자층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마니아마케팅 방식의 하나다.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을 활용하는 이유로 “포괄적인 마케팅 방식보다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크기 때문”이라며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하지만 주로 문화마케팅과 결합해 쓰이는 이런 활동들에 대해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지지가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