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롯데 . 워커힐 . 인터컨티넨탈호텔 와인바 잇달아 오픈
저도주 바람은 호텔가에도 거세게 일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수익성 없는 나이트클럽이나 레스토랑들을 와인바, 칵테일바, 엔터테인먼트바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올해에만 롯데호텔, 쉐라톤 워커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이 와인바를 새롭게 오픈 했다. 힐튼호텔, 신라호텔 역시 기존 나이트클럽 공간을 ‘캐주얼바’로 개조했다.이렇게 특급 호텔들이 속속들이 와인바, 칵테일바 등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호텔의 주 타깃층이 점점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와인과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요인으로 풀이된다.삼성 인터컨티넨탈의 강태안 대리는 “호텔을 찾는 고객들이 40~50대에서 30~40대 초반으로 점점 젊어지고 있다”며 “젊은층을 위주로 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검토 아래 와인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고 밝혔다.호텔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지에도 와인바와 칵테일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 동호회와 연결돼 국내 와인보급을 넓혀가고 있다. 홍대 앞에 위치한 와인바 비스마로를 운영하고 있는 우서한 사장은 “돈보다 와인이 좋아서 오픈했다”며 “동호회 중심으로 건전한 와인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파만사’(파티를 만드는 사람들)는 국내 유일하게 칵테일 프랜차이즈 ‘더플래어’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지난 97년 바텐더들에 의해 설립돼 현재 압구정, 신사, 강남 서초, 아셈점, 천안점, 중국점 등 19개의 지점으로 확장될 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300여종의 독특한 칵테일과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무알콜음료, 열대 생과일 음료 등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텐더들이 펼치는 화려한 칵테일쇼를 엿볼 수 있다.신라ㆍ힐튼, 나이트클럽 ‘캐주얼바’로 변신객장의 대형 전광판에는 품목별 거래가격이 수시로 변한다.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돈을 꺼내들고 매수주문을 외친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거래종목은 주식이 아닌 ‘와인 한 병’ ‘맥주 두 병’ 등. 마치 뉴욕의 증권거래소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힐튼호텔 지하에 위치한 월스트리트바.말 그대로 월스트리트의 치열한 주식거래 열기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주식 대신 음료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 어떤 음료에 대해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도 올라가는 반면, 수요가 적어지는 다른 음료는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월스트리트바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밤 재현되는 ‘폭락장’이다. 갑자기 클럽에 종이 울리고 모든 전광판의 숫자들이 노란색으로 깜박거리면 바로 폭락을 알리는 신호. 이때는 평소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서 음료를 구입할 수 있다.힐튼호텔 관계자는 “호텔 나이트클럽이 강남의 이른바 ‘물 좋고 저렴한 나이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실제 매장을 찾는 손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월요일에는 서비스분야에 근무하는 모든 고객에게 무료 음료, 수요일에는 모든 여성고객에게 기본 음료를 무제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눈길을 끌고 있다.신라호텔 역시 지난 10월 지하 1층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을 개조해 전문 마티니바 ‘더포인트’를 열었다. ‘칵테일의 황제’라고도 불리는 마티니는 칵테일 중에서도 가장 가볍게 마실 수 있으며 저녁식사 전에 마실 수 있는 식전주로 유명하다.이정호 식음료 기획팀 과장은 “이미 외국에서는 술이 하나의 사교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독한 술보다 마일드한 칵테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 아래 한 발 앞선 아이템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20여 가지의 마티니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 와인,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바의 경우 바텐더가 모두 여자로 구성됐다.JW메리어트호텔 ‘디 모다’(Di Moda)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스포츠바, 생맥주바, 와인바가 혼합된 복합 사교공간. 총 좌석수는 350석으로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결정할 수 있다. 스포츠바에서는 TV모니터를 통해 최신 뮤직비디오나 각종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게임이나 이벤트가 종종 펼쳐지는 젊음의 공간을 표방한다. 생맥주바는 밝은 분위기의 편안한 공간으로 피자나 파스타를 안주삼아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시가도 준비돼 있다.스포츠바·생맥주바도 선보여지난 4월 오픈한 롯데호텔의 와인 레스토랑 ‘바인’(Vine)은 200평 규모에 134석으로 국내 최초 호텔 와인 전문 레스토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음료를 서브하는 바와 비스트로 레스토랑, 그리고 최대 1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4개의 별실로 이루어진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장소. 공승식 소믈리에를 제외하고는 6명의 여성 소믈리에를 비롯해 조리장, 지배인, 서버 모두가 여성들로 구성됐다. 특히 여성 소믈리에의 경우 국내에 드물며 전문교육을 받은 여성 소믈리에를 이처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와인 레스토랑은 국내 유일하다.서은경 지배인은 “와인서비스의 경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성이 제격”이라며 “하지만 소믈리에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의 경우도 6개월 이상의 와인 교육과정과 어학과정을 거친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의 경우 지난 12월13일 34층에 4,000병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셀러를 갖춘 와인 레스토랑 ‘Table 34’를 새롭게 오픈했다. 호텔 직원들로부터 이름을 공모하여 ‘Table 34’로 이름 짓게 된 이 레스토랑은 34가지의 글라스 와인 종류와 34가지의 잔으로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와인, 그리고 와인 셀러 내에 ‘Table 34’가 있도록 해 34란 숫자와 여러 가지로 연계를 두었다.돋보기 / 바텐더 & 소믈리에와인맛 돋우는 분위기 메이커칵테일바에도 간판스타가 있는 법. 신라호텔 마티니바 더포인트의 경우 최지윤 캡틴(26)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젊은 나이지만 이미 코엑스,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은 경력 6년차의 노련한 바텐더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은 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으며 얼마전 더포인트 오픈과 함께 스카우트돼 왔다.신라호텔측에서도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밝힐 정도. 오픈한 지 두 달이 안됐지만 이미 그녀를 찾는 단골고객만 30여명. 서글서글한 용모와 차분한 말솜씨로 마티니의 씁쓸함을 달콤하게 바꿔주는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마티니 전문바의 얼굴이 되기 위해 평소 마니티 교과서라 불리는 ‘마티니 퍼펙트 북’을 틈틈이 공부한다.칵테일바에서 바텐더가 간판이듯 와인바에서는 소믈리에가 바를 이끌어간다. 소믈리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바 등에서 와인의 구매와 서빙을 책임지는 와인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롯데호텔 바인의 공승식씨(39)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 지난해 열린 제 2회 ‘우수 소믈리에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맛과 향기만으로 제조지역, 제조연도, 포도품종, 색깔, 산도, 당도, 어울리는 음식 등을 10분 만에 알아 맞힐 수 있다. 외국인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유창한 영어실력은 필수. 공씨는 지난 93년부터 와인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와인전문가로 와인의 맛과 향을 더욱 정확히 구별하기 위하여 담배와 독한 술, 자극적인 음식을 절대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앞으로 프랑스 등 와인 본고장의 소믈리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국의 최고 소믈리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