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 해외 뮤추얼펀드 투자 등 '이색상품' 도
올해 간접투자시장은 한마디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전체 수탁고는 연초보다 증가했지만 활력 없는 모습이 지속됐고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만 여실히 보여줬다.이에 따라 각 투신운용사들은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적극적인 마케팅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여주기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반면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에 발맞춰 단기채권형펀드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이처럼 간접투자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일부 투신운용사에서는 수수료를 대폭 낮춘 펀드로 시중 자금 끌어당기기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이는 업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국내 주식시장이 맥을 못추면서 해외, 주로 미국쪽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10월에 개설된 상장지수펀드(ETF)는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나마 간접투자시장이 버틸 수 있는 체력보강 역할을 톡톡히 했다.연초만 해도 간접투자시장은 비교적 순탄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 9ㆍ11테러로 인해 500대까지 밀렸던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1월2일 6조6,174억원에 불과했던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5월23일에 9조5,544억원까지 늘어났다. 4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 육박하면서 연말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등 활력이 넘쳤다.하지만 주식시장이 지수 1,000의 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하면서 주식형펀드는 끊임없는 환매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에 개설된 ETF는 활력을 잃어가는 간접투자시장에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초 기대보다 액수는 적었지만 꾸준히 설정액을 늘려가며 간접투자시장의 체력을 보강했다.주식형펀드가 올해 맥을 못춘 반면,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1월2일에 37조6,697억원 규모였던 MMF 수탁고는 12월17일 현재 53조6,415억원에 달한다. 단기 채권형펀드도 같은 기간에 25조5,169억원에서 37조660억원으로 증가했다.올해 채권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시중자금이 채권형펀드에 몰린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각 투신운용사들은 채권형펀드를 속속 내놓았다. 더 나아가 미래에셋과 태광투신운용은 수수료를 대폭 낮춘 펀드를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짧은 기간에 각각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간접투자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시중자금을 투신업계로 유인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초저가펀드가 향후 투신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하며 반발하기도 했다.하반기 들어서는 해외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 잇달아 나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투자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국 국채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전반적으로 올해 간접투자시장에서는 뚜렷하게 인상을 남긴 상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시장이 활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만기가 1년인 상품이 장기상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단기화현상이 심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펀드의 장기화와 대형화를 외치며 간접투자시장의 건전화를 도모하던 투신업계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