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도 강세장도 아니었다. 차라리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운 장세였다고 할까.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인 2002년 1월2일 종합주가지수는 724.95로 시작했다. 그리고 12월2일 730.16으로 마감했다. 1년 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겨우 출발점에서 맴맴 돌기만 했던 것이다.채권시장 역시 어려웠다. 채권값이 올라(채권금리 하락) 통상적으로라면 채권투자에서 재미를 봤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채권가격 상승이 예고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금리는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펀드매니저들을 애먹였다. 올해 초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회복과 더불어 금리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락 추세였다.채권운용기관들은 지난 2001년, 금리 반등기에 무방비 상태로 상승에 따른 손실을 입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002년 1분기에는 금리가 상승할 것에 대비해 각종 파생상품을 펀드에 편입해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과 반대로 금리 하락국면이 나타나자 막대한 헤지비용이 들게 됐고, 이는 채권형펀드들이 부진한 성과를 낸 원인이 됐다.미래에셋· 템플턴, 주식운용 부문 ‘절대강자’요컨대 주식이나 채권시장 모두 지뢰밭이었고, 이에 따라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 모두 난항을 거듭한 한해였다.이렇듯 어려운 한해였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발군의 운용능력을 발휘, 독보적인 수익률을 나타낸 운용사와 펀드는 나타났다.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340>는 한국펀드평가와 함께 ‘2002 베스트운용사’와 ‘2002 베스트펀드’를 선정했다.최고의 주식운용사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선정됐다. 이 회사는 상반기 상승장에서 한때 100%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내는 등 올해 기록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따라서 최고 주식운용회사로 선정된 것은 예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평가 잣대로 삼은 상대위험 조정 후 수익률은 미래에셋이 0.36으로 독보적이었다. 템플턴투자신탁운용이 0.19로 뒤를 이어 2위 자리에 올랐고, LG투자신탁운용이 0.15로 나타나 3위였다. 순위만 상위인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1, 2위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베스트운용사를 선정할 때 평가 대상으로 삼은 펀드들은 다음과 같다. 해당회사가 운용 중인 모든 펀드 중에서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는 것 중 시스템 펀드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공모펀드들만을 추려냈다. 이들 펀드의 수익률을 가중 결합해 순위를 내되 (자세한 내용 상자기사 참고) 단순수익률이 아니라 상대위험조정수익률을 사용했다.주식운용 부문에서 최고로 뽑힌 미래에셋의 경우 이런 기준에 따라 평가대상이 된 펀드는 모두 2개로 개수가 적었다. 주식운용 부문 2위 회사로 꼽힌 템플턴은 평가대상이 된 펀드가 6개였다. 이 두 회사는 모두 펀드수는 적은 반면, 펀드의 총설정액은 각각 3,600억원과 6,076억원으로 컸다. 반면 LG투신운용은 16개로 규모가 작은 펀드의 수가 많은 편이었다. (표 참조)채권 부문의 베스트운용사 선정에서는 주식 부문 베스트운용사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자가 눈에 띄지 않아 경합이 치열했다. 조흥투신운용이 두각을 나타내 베스트운용사로 꼽혔는데,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맥쿼리IMM자산운용과 교보투신운용이 1년 누적수익률에서는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평가 잣대가 된 상대위험조정 후 수익률에서 조흥이 0.27로 가장 앞섰다.올해는 예년과 달리 ‘베스트운용사’와 ‘베스트펀드’를 운용하는 곳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주식형 베스트펀드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주식형1’이 선정됐다. 미래에셋은 베스트운용사에 이어 1위 펀드뿐만 아니라 2위 펀드(디스커버리주식형)까지 휩쓸었다.채권형 베스트펀드로는 조흥투신운용의 ‘베스트옵티맥스 중기채권3-1’이 선정됐다. 2위와 3위는 교보투신운용의 펀드로 ‘비전21C파워 장기채권G-2’와 ‘비전21C파워 중기채권G-2’이었다. 채권 부문 베스트운용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개별펀드에서도 1위 펀드로 꼽힌 ‘베스트옵티맥스 중기채권 Ⅲ-1’은 1년 누적수익률에서는 2위와 3위인 ‘비전21C파워’ 시리즈에 오히려 밀렸다. 하지만 순위를 매기는 잣대로 삼은 상대위험조정 후 수익률이 0.62로 앞서 1위 자리에 올랐다.이 펀드들을 운용한 두 회사, 조흥과 교보는 서로 판이하게 다른 운용전략을 채택한 점이 흥미롭다. 조흥은 다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운용 스타일을 택했다. 정광식 채권운용 2팀장은 “‘최고의 수익’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한편 교보는 선물거래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는 데 노하우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고채 등의 무위험자산을 깔고 과감한 선물거래로 수익률을 높이는 게 교보의 전략이다”고 이 회사 박인진 팀장은 설명했다.올해도 간접투자시장은 고객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온전히 되찾지 못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건들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나 템플턴의 ‘그로쓰’ 시리즈 등 주식 부문에서 회사를 대표할 만한 대형 간판펀드들이 나타나고 또 이들이 좋은 수익을 냈다는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2002 베스트운용사&베스트펀드’ 이렇게 선정했다운용능력, 수익과 위험 측면 동시 평가<한경BUSINESS designtimesp=23370>와 한국펀드평가는 펀드하우스(투신운용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1년 12월1일부터 2002년 12월2일까지 1년간의 성과를 분석해 ‘2002 베스트운용사’와 ‘2002 베스트펀드’를 선정했다.베스트운용사의 경우 주식운용사와 채권운용사로 나누었다. 양쪽 부문 모두 평가대상이 된 펀드는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는 공모펀드다. 해외투자펀드, 전환사채편입형, 시스템운용형, 특정회사 투자형, 재형저축, 전환형 등과 같이 특수한 운용법이 있거나 운용상 제약이 따르는 펀드는 제외했다. 주식 부문에서는 모두 28개 운용사가 대상이 됐고, 채권 부문에서는 30개 운용사가 후보로 올랐다.베스트펀드도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로 나눴다. 지난해까지 채권형을 국공채형과 일반채권형으로 구분해 선정했으나 시장의 흐름에 따라 이 같은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통합했다.베스트주식형펀드는 펀드의 약관이 정하는 주식 최고편입비가 70%를 넘고,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는 공모펀드 중 운용기간 1년이 넘는 펀드를 대상으로 했다. 이런 펀드는 모두 282개로 집계됐다.베스트운용사나 베스트펀드 모두 같은 방법으로 평가했다. 운용능력을 수익과 위험 두 측면서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의 ‘상대위험조정 후 수익률’(평가방법 산식 참조)을 사용했다.우재룡·한국펀드평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