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사업 진출 등 공격경영 눈길… 새해 기업가치 5배 향상 목표

전대진한솔전자 사장“사망 직전의 중환자를 건강인으로 회복시켰으니 유능한 의사지요.” 한솔전자의 한 임원은 전대진 사장(55)을 이렇게 표현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던 회사를 4년 만에 탄탄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해 ‘경영의사’라고 부를 만하다는 얘기다.지난 99년 전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빈사상태에 빠져 있었던 한솔은 올해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및 순이익에서 흑자가 예상되는 등 외형과 내실이 모두 튼튼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1월 신규사업인 BLU(백라이트유닛) 공장을 월 30만대 규모로 증설한 데 이어 12월 프랑스 NEC CI사로부터 40만대 규모의 모니터 공급업자로 선정되는 등 최근 공격경영을 벌이고 있다.내실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경영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한마디로 생존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가 4년 만에 ‘통원치료를 받아도 될 정도’의 상태까지 회복됐다고 할까요.99년 초 취임 당시에는 IMF사태 이후의 어려움이 계속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매출 1,600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2,800억원의 빚을 짊어지고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800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200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모두 할 일이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요.올 3분기 말 현재 매출은 2,5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가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두 배 가량 늘어난 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3,500억원 가량이므로 4년 전과 비교하면 외형이 두 배 정도 성장했고, 영업이익 흑자 실현 등 내실도 튼튼해진 셈이죠. 부채규모도 1,056억원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BLU사업에 새로 참여했고, 이 부문의 비중이 높아져 경영안정성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회사를 회생시킨 경영처방전을 소개해 주십시오.취임 초기에는 무엇보다 일감을 확보하는 데 매달렸습니다. 직원수를 4분의 1로 줄였지만 그나마 일감이 없어 놀고 있었으니까요. 인건비는 생각지 말고 자재비에 ‘+α’만 있으면 무조건 수주하도록 했습니다. ‘더 밑질 것 없다’는 생각이었죠.99년 때마침 IT 바람이 불어와 시장상황이 급속히 좋아졌고, 국내외에서 수주가 크게 늘었다. 독일의 다국적 기업 지멘스의 장기 오더가 터진 것도 이때였습니다.일감확보로 한숨을 돌린 후에는 연구개발에 주력했습니다. 6명에 불과하던 연구원을 30명으로, 지금은 다시 60명으로 늘렸습니다.경영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텐데요.취임 1년여 만에 일부 빚을 갚았고, 매출은 두 배(2000년 3,365억원)로 늘었습니다. 자신감이 붙어 2000년 하반기부터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 고가 고급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는데 IT붐이 식으면서 고생했습니다.19인치, 21인치 등 고급 고가품은 거의 팔리지 않더군요. 제조원가를 최소화하면서 출혈수주까지 나서야 했습니다. 결국 6개월 만에 ‘3개년 계획’을 새로 짜는 등 경영전략을 수정했습니다. BLU사업 확대도 이때부터 추진했죠. 2001년 하반기부터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새로 참여한 BLU사업이란 어떤 것입니까.우리는 컴퓨터용 모니터를 생산하는 전문회사였습니다. CRT모니터와 TFT-LCD모니터를 제조, 판매해 왔는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IT붐이 가라앉으면서 부도 등으로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했었죠.이에 따라 새로 참여하게 된 사업이 BLU입니다. 자체 발광능력이 없는 LCD(액정표시장치)모니터 뒷면에 부착돼 편광판에 빛을 냄으로써 화면에 글자나 영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핵심부품이죠. 내년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BLU시장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최근 월 10만대 규모였던 충북 진천 공장의 BLU 생산능력을 30만대 규모로 늘렸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는데 올해 초 삼성전자로부터 BLU 협력업체 1위로 선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앞으로 모니터사업보다 부품사업에 주력할 계획입니까.BLU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한 BLU사업을 내년에는 34%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2004년에는 다시 50%까지 높이고요. 하지만 모니터사업 역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TFT-LCD 부문의 시장 전망도 밝다고 생각합니다.구상 중인 다른 신규 사업은.현재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중소형 LCD모듈사업을 검토 중입니다. 공정공시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세히 공개할 수 없습니다.내년도 경영계획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지난 2001년까지는 한솔전자의 생존을 위한 시기였다면 2002년은 변신을 통한 새 출발의 시기였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2003년 새해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이를 위해 ‘모든 사업 흑자 시현을 통한 기업가치 다섯 배 높이기’를 골자로 한 ‘DASH×5’ 비전을 추진 중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 시그마6 경영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향상된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주주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전사장은 현장 중심의 경영인이다. 일주일 중 월요일 하루만 서울 본사로 출근하고 화요일부터 충북 진천 공장으로 출근한다. 공장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잠을 자고 식사는 공장에서 한다.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가량 산책이나 조깅을 하고 6시30분에 출근한다.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 하루 일과를 체크하고 전자게시판에 지시사항을 띄운다. 그리고 주말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매주 일요일 새벽 5시30분께 청계산을 다녀온 후 독서 등으로 소일한다.좌우명은 정직과 화합. 삼성항공 과장시절부터 이 두 단어를 머릿속에 새겨왔다는 전사장은 정직해야 제품과 서비스가 제대로 나오며 화합해야 팀워크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