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재무장관이 바뀌었고, 경제수석이 교체됐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교체됐다. 논란이 많았던 다음이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지명자 또는 내정자라고 불러야겠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부시 행정부의 2기 경제팀 출범을 보면서 우선 놀라게 되는 것은 대통령 임기의 거의 절반을 채우고서야 처음으로 경제팀의 수장인 재무장관을 교체했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위원장이나 경제수석 역시 부시 임기와 함께 출발했던 사람들이다.폴 오닐 재무장관은 부시의 감세정책에 일부 반대하는 견해를 자주 공사석에서 내세워 왔음에도 이번에야 물러났다. 로렌스 린지 경제수석은 공공연히 지난 90년대를 금융투기의 시대요, 나스닥증시를 거품과 투기판이라고 직격탄을 날려댔는데도 역시 2년을 거의 채우고 물러났다.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무려 5명의 재무장관이 들어오고 물러갔다. 워낙 자주 바꾸다 보니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이규성 초대장관에서부터 강봉균ㆍ이헌재ㆍ진념ㆍ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까지 모두 5명이다.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혹시 1명 정도는 이 명단에 추가될지도 모르겠다.재무장관을 잘 바꾸지 않는 것은 금융시장과 조세정책, 다시 말해 국가 경제정책을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재무장관의 무게란 바로 그런 것이다. 물론 내각제 정부 형태에 해당하는 경우지만 정부가 바뀌어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만은 그대로 두는 나라도 있다. 재무장관은 경제를, 외무장관은 대외관계의 안정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하비 피트 SEC 위원장은 회계감독기구 위원장 선임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끝에 사표를 냈다. 결국 경제팀 개편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람이 달라지면 당연히 정책도 달라진다고 하겠지만 실은 정책을 바꾸기 위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맞다. 미국은 더욱 그렇다. 성숙한 사회는 당연히 그렇기도 할 것이다.이번 개각의 특징은 금융계 인사들, 다시 말해 뉴욕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워싱턴 출신으로 채웠던 1기와의 가장 큰 차이다. 워싱턴 법률가로 채웠던 SEC 위원장에 이번에는 도널드슨 루프킨 앤 젠레트(DLJ)라는 증권사를 설립한 윌리엄 도널드슨을 임명했다. 도널드슨은 이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또한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DLJ를 NYSE에 상장시켜 ‘룰 브레이커’(룰을 깨는 사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DLJ는 2년 전 CSFB에 인수됐지만 지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스티븐 프리드먼 신임 경제수석보좌관은 클린턴 행정부시절의 루빈 재무장관과 함께 골드만삭스증권의 공동회장을 지냈다. 골드만삭스로서는 연이어 두 명의 고위직을 배출해 일약 정치분야에서도 명문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관찰할 대목은 워싱턴 정가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바로 산업계 또는 금융계 인사들이 재무장관이나 SEC 위원장 등 국가 최고위 보직에 기용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시장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점이다.우리는 지금 금감위원장은 물론 증권거래소 이사장, 코스닥 위원장, 코스닥시장 사장 자리가 모두 재경부 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조차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고도 금융개혁이 잘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DJ정부 5년 동안 “정부 만세! 공무원 만세!”가 됐고, 결국 관치금융은 절정에 올랐다. 다시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대통령후보가 유력후보로 오르내리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과연 언제쯤 시장이 중시되고, 시장논리가 존중되고, 시장사람들이 대접받는 그런 시대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