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와 역사로 국내사 위협...컴플라이언스 . 리스크관리 원칙 전파 긍정효과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국계 펀드하우스(자산운용ㆍ투신운용사)들의 한반도 상륙이 올해도 계속됐다.도이치투신운용은 지난해 투신업 예비허가를 받았고 올해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영국계인 도이치자산관리그룹이 100% 출자했다. 지난 7월 2개의 채권혼합형 사모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11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 ‘자벡스7 주식투자신탁’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도이치자산운용그룹이 개발한 계량모델이라는 ‘자벡스 모형’을 바탕으로 설계된 상품이다.이어 국은투신운용의 지분을 모건스탠리가 인수해 랜드마크투신운용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 회사 최홍 사장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큰 우리나라 운용업계에서 제대로 된 운용사의 전형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랜드마크는 최근 수탁자산이 소폭이지만 5,000억원 가량 증가했고, 국민은행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년 영업을 낙관하고 있다. 한편 굿모닝투신운용이 영국 프루덴셜그룹의 아시아법인인 PCA에 인수돼 PCA투신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골드만삭스도 운용업에 관심앞으로 더 많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문을 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협과 프랑스 아그리꼴은행이 합작 설립하는 크레이다그리꼴투신도 본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또한 금융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랜드마크 최사장은 “자산운용업은 우수인력만 확보하면 엄청난 투자도 필요치 않고, 레버리지 효과가 큰 업종이기 때문에 외국계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외국계 운용회사들은 역사나 규모, 세계 네트워크 및 노하우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국내 운용업계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특히 이미 진출해 있는 곳 중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역시 템플턴투신운용이다. 템플턴의 예외 없는 유명한 투자철학, ‘가치주 주의’가 빛을 발해 지난해부터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적응시기’를 거쳐 자리를 잡고 있다.이처럼 다양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자산운용 분야에 진출하면서 외국사간 특징도 차별화돼 나타나고 있다. 템플턴이나 슈로더의 경우는 본사의 모든 룰을 서울에서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반면 PCA나 랜드마크의 경우는 현지화 전략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PCA 김동진 사장은 “운용에서는 서울에 있는 매니저들의 투자판단을 우선시하며, 다만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조언을 얻기로 했다. 마케팅이나 브랜드 파워에서는 본사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랜드마크 최홍 사장은 “앞선 경험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운용회사들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이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고객들과의 접점에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리스크관리나 컴플라이언스는 엄격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할 것이나 그밖의 문제는 유연성을 갖고 우리 직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한편 외국계 펀드하우스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업계 CEO들의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 대표적 현상이다. 또한 유학파나 외국 금융사 경험이 있는 이들도 대거 CEO로 등장했다. 이전에 투신운용사 사장들이 그룹 계열사 임원들로 채워지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맥쿼리IMM자산운용 이지형 사장은 30대다. 이밖에 조흥투신 홍우형 대표, 랜드마크 최홍 대표 등도 40대 초반의 젊은 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