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새해, 외국인투자가는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에 따라 약간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장설립을 위한 투자 및 M&A 투자로 분류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부문에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액이 2002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액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산업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최고치(156억9,70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는 FDI는 2001년 118억7,000만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2002년에는 1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현 산자부 투자진흥과 과장은 “미국경기의 흐름이 좋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최근 만난 여러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문제는 투자액 급감이 우리나라만의 사례가 아니란 점이다. 지난 2000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세계 FDI는 IT거품이 꺼진 이후 연평균 45%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에 대한 FDI 전망은 세계경기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 정동식 소장은 “관건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경기 회복 여부”라며 “이들에 대한 경기 전망이 그리 좋지 못한데다 북한 핵문제라는 돌출변수도 있어 새해 크게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그렇다 하더라도 2003년 FDI가 2002년보다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소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구조조정 정책을 이어 나간다면 금융권이나 기업의 투자매물이 2002년보다 조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밖에 그동안 한국에 투자한 월마트, 까르푸 등의 물류기업 등이 증액 투자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여 전체투자는 2002년과 비교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외국인, 국내 증시 전망 ‘긍정적’외국인투자가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2조7,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그리 우려할 만한 이슈가 아니란 지적이다. 최근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기관투자자 10여 명을 만나고 돌아온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팀 부장은 “외국인의 순매도는 한국증시를 부정적으로 본 때문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 차원”이라며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지침은 여전히 오버웨이트(비중확대)인 상태”라고 말했다.쉽게 말해 포트폴리오 내의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다소 높다고 생각한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었으며 이제 조정이 끝났기 때문에 새해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매도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사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의 지정학적 문제, IT경기 불확실 등의 악재들이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2003년 국내 증시 상승률은 대체로 15~20%에 이를 것으로 보는 투자가가 많다”고 전했다.그러나 주가수익률 전망이 우호적이라 하더라도 이 자금이 바로 국내 증시에 투입되지는 않을 듯하다. 이사장은 “자금의 선순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선진국 증시가 연착륙을 하면서 이 자금이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