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의 결과였다.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라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정치개혁을 내세운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본 칼럼에서는 경제문제를 다루지만, 이번 대선이 갖는 정치경제적 함의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역시 386의 힘이 컸다. 그들은 30대에 80년대 학번이며 60년대 출생자들이다. 또 인터넷 세대이며 인구동태로도 막강한 세대다. 해방 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라났고 군부독재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전두환ㆍ노태우의 가혹한 군부독재와 굴곡된 시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안고 성장했다. 한때는 주사파의 세대였으며, 지금은 기존 정치를 인터넷과 표로 뒤엎어버리면서 정치의 전면에 부상한 세대다.냉전세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이념적으로도 자유로운지 아니면 또 다른 왜곡된 의식의 소유자들인지는 불명이다. 당사자들은 부정하겠지만 왜곡된 시대는 흔히 왜곡된 이상론과 강화된 급진론을 낳기도 하는 법이다.논란이 많았던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도 ‘오직 통일’을 정치이념의 궁극적 과제로 내세우기를 서슴지 않는 그런 세대다. 이 그룹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반대를 슬로건화하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노사모’로 알려진 일단의 그룹에는, 그러나 적잖은 위험성도 있다.‘안티조선’ 운동 그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다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정신적으로는 동류의식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마오쩌둥 문화혁명 시절의 홍위병과도 비슷하다고 보지만 그런 호칭에 대해 정작 본인들은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문제는 지금부터지만 앞날이 그다지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기간에 내세웠던 정책을 취임 후에도 고수한다면 경제에는 거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당선자가 민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힘에 부칠 경우, 그리고 ‘노사모’가 위기의 노무현 당선자를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면 혼란은 불가피하다.여기에 대중운동이 사회조직 내로 번지게 되면 우려했던 ‘홍위병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역시 ‘주체’들의 자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경제는 더욱 위험하다. 개혁의 이름을 내걸고 복지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약속이 남발된다면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복지의 기둥인 4대 연금은 이미 고갈의 시간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연금도 그렇고, 주5일 근무제 역시 비용문제일 뿐이다. 복지의 하중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당선자를 지원한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 확실하다.우리 경제가 일본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거론돼 온 것이 아니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혁공세가 ‘탈한국 → 중국행’을 가속화시킨다면 역시 재앙이 된다. 경제는 대중운동으로는 단 한 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그래서 ‘경제는 언제나 우울하다’고 하는 것이다. 대중운동이 경제에 개입하게 되면 그때는 남미형 직행열차를 타게 된다. 남미의 경우 과도한 빈부격차가 페론주의를 선택하게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악순환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악순환은 정치적 상대방을 ‘저항하는 음모의 세력’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지금으로서는 노당선자의 앞날에 하느님의 지혜와 축복이 가득하기 만을 바랄 뿐이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곧은 노선과 정치적 고집이 큰 힘이 되었겠지만 대통령이 되고서도 그 길을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지지자를 배반하지 못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은 없다. 국가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