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소비자물가는 2002년보다 다소 상승폭이 클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문제는 그 폭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한국은행은 지난해(3%)보다 다소 높은 3.4%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3%,한국경제연구원은 3.2%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OECD)도 각각 3.3%와 3.5%로 전망했다. 이밖에 다른 국내 연구기관들도 대부분 3.1~3.5%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을 점치고 있다.한결같이 오름세를 점치고 있는 근거는 여러 가지다. 우선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원자재가격이 올 상반기까지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중 줄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요금과 임금협상 과정에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는 근로자 임금도 물가상승 요인이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임금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3.4%,수입물가가 10% 오르면 1.7%,공공요금이 10% 오르면 1.7%씩 오른다고 한다.국제유가 2년래 최고치로 상승지난해는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식품류나 에너지 가격의 급변동 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분)를 밑돌았다. 그러나 올해는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농산물가격이 오름세를 보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그런 조짐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25일 베네수엘라의 파업 장기화와 이라크전쟁 긴장이 고조되면서 2년래 최고치로 올랐다.게다가 이라크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이 시장에 풀어야 할 전략비축유가 줄었다는 통계가 수급불안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석유연구소(API)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11월 미국 정유업체들의 원유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가 줄어들었다.국내 생산자물가는 벌써부터 넉 달째 오름세다. 생산자물가는 곧바로 소비자물가의 상승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8~9월에 연속 올랐다가 10월에 잠시 떨어진 후 11월에 다시 0.1% 올랐다.2002년 이례적으로 안정됐던 공공요금은 2003년에는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에 올리기로 했다가 연기한 서울의 지하철ㆍ버스요금이 올해 초 100원씩 오를 전망이다.지난해 2.9% 가량 내렸던 건강보험수가는 올해 다시 3% 가량 오른다. 새학기를 앞두고 중고교 공납금이나 학원비 등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엇보다 각종 에너지가격이 오르게 된다. 지난해 11월 휘발유가격은 ℓ당 8~20원,경유는 ℓ당 25~30원,프로판가스는 kg당 75원씩 인상됐었다. 대신 이동통신요금은 평균 7.3% 인하되고 가정용 전기요금(2.2%),약값(7.2%) 등이 내린다.근로자 임금은 2002년에 이어 2003년에도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근로자 평균 임금인상률이 11%대로 전년도의 5%에 비해 크게 높았다.원/달러 환율은 올해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져 연평균 1,193원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이 안정되면 지난해처럼 수입물가 걱정은 일단 떨치게 된다.지난해 물가상승 압력요인이었던 집값도 올해는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대책과 공급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1~1.5% 상승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새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도 변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물가를 2%로 묶고 경제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경우 성장보다 물가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