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의 특별한 숫자가 온다.” 영화배우 송강호를 앞세워 2002년 11월 하순 도하 신문에 선보인 이 광고카피는 메시지만 전달한 채 무엇을 선전하는 것인지 정확히 나타내지 않고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그리고 며칠후 ‘인생대역전’이란 큼직한 카피가 다시 광고 지면을 채우면서 로또복권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초 판매가 시작되자 로또는 단숨에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인생대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바로 그 인생대역전에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등에 당첨되는 것을 인생대역전이라고 규정하고 우선 당첨금이 얼마나 될지를 계산해 보자.1등 당첨 이월될 경우 천문학적 금액로또는 총판매액의 50%를 당첨금으로 배분하므로 먼저 주당 총판매금액을 산출해야 한다. 국민은행이 정한 2003년 로또 판매목표는 3,500억원. 이 목표대로라면 매주 평균 67억원(이하 계산 기준)어치를 팔아야 한다.따라서 올해 매주 당첨된 사람들에게 배당되는 총당첨금액은 33억5,000만원꼴이다. 이 가운데 우선 ‘3개의 숫자를 일치시킨’ 5등 당첨자들에게 1만원씩 준다. 67억원의 매출은 335만게임(1게임당 2,000원)에 해당되는데 5등에 당첨될 확률은 45분의 1이므로 7만4,444게임이 당첨될 수 있다. 5등에게 1만원씩 당첨금이 배당되므로 5등 당첨자들이 당첨금으로 가져갈 몫은 평균 7억4,444만원이다.(이는 확률에 따른 단순계산이므로 이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1등은 총당첨금(33억5,000만원)에서 5등의 몫(7억4,444만원)을 뺀 금액의 60%를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당첨금은 15억6,333만원이다. 물론 세금(1만원 초과의 당첨금에 한해서 22% 부과)을 제한 12억1,939만원을 받는다. 사회통념상 이 정도 금액이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충분히 인생대역전을 할 수 있다.문제는 당첨가능성. 1등에 당첨될 확률 계산은 간단하다. 45개의 숫자 중에 6개를 맞히면 되므로 ‘6/45×5/44×4/43×3/42×2/41×1/40’, 즉 814만5,060분의 1이다. 이 확률은 기존 주택복권 당첨확률(540만분의 1)보다 낮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한평생 벼락 맞을 확률(600만분의 1)보다도 희박하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매주 1만원(5게임)씩 구매한다면 연간 260게임을 하는 셈이므로 3만1,327년 만에 1번 당첨될 수 있다.1등에 당첨된 사람이 둘일 수도 셋일 수도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당첨된 사람들은 당첨금을 균등하게 분배받는다.사람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것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이월되고 다음 회차 당첨자가 이월금까지 합산해 받기 때문이다. 확률상 815만게임을 했을 때 1개의 1등 당첨이 나올 수 있으므로 67억원의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2.4회마다(대략 한 달에 두 번) 1번꼴로 1등 당첨자가 나온다.이런 이월이 5회차까지 허용된다. 만일 5회차까지 1등 당첨자가 없고 6회차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면 단순 계산으로 93억7,998만원(주당 67억원 매출 기준ㆍ세전)을 받게 된다.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당첨금이 1회 이월될 때마다 로또 구매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총당첨금 규모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외토픽에서나 보던 수백억원의 ‘잭팟’이 우리나라에서도 터질 수 있는 것이다.외국의 경우 지금까지 나온 가장 큰 ‘대박’은 2001년 4월 미국의 ‘메가 밀리언즈’의 3억2,500만달러(약 3,900억원)로 9개월간 상금이 이월된 끝에 터져 미국 전역을 들뜨게 했다.2등에게도 인생대역전의 기회는 있다. 2등은 5개의 숫자를 맞히고 보너스 숫자를 일치시키면 된다. 당첨금은 ‘총당첨금에서 5등 금액을 뺀 값의 10%’다. 역시 주당 67억원어치 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2등 당첨자의 몫은 2억6,055만원이다. 세금을 떼면 2억322만원. 이 역시 ‘인생대역전’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인생역전’이 가능한 수준이다.2등만 돼도 억대 당첨금그러나 2등에 당첨될 확률은 135만7,510분의 1이므로 67억원어치 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보통 회당 2.4명(1게임=1명 기준, 이하 동일) 가량의 당첨자가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회당 1명의 2등 당첨자가 가져갈 평균금액은 1억856만원이다. 세금을 떼면 8,468만원. 인생역전에는 다소 역부족일 수 있겠지만 ‘인생대역전을 위한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 이런 사람이 매주 2.4명꼴로 나온다는 얘기다.‘5개의 숫자를 일치’시키면 되는 3등 당첨자 역시 몫은 2등과 같은 2억6,055만원이지만 당첨확률이 3만4,808분의 1이므로 매회 평균 96명 가량의 당첨자가 나오게 된다. 3등 1명당 271만원꼴이다. 세금을 떼고 나면 211만원 정도. 인생역전을 언급하기에는 너무 적고 ‘가계에 보탬이 되는 수준’이다.로또 1게임당 가격은 2,000원이다. 당첨금은 판매액의 50%. 따라서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2,000원을 주고 1,000원을 사는 셈이다. 나머지 1,000원은 ‘혹시나’의 값. 그러나 대부분의 복권구매자가 1등 당첨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1등을 기대하고 구매한 값’은 당첨확률인 814만5,060분의 1에 1등 당첨기대금 15억6,333만원을 곱한 값, 즉 192원에 불과하다. 2,000원으로 192원을 사고 나머지는 기대감과 설렘의 대가로 날려버리는 것이다.이 같은 분석에 대해 복권구매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이 같은 계산법을 올렸더니 “누가 어디서 2,000원으로 일주일간의 행복을 주겠는가”(ID makealuv 외)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1등 당첨자가 나온다는데 나라고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으냐”(대박), “복권수익금을 국민주택기금조성 등 공익사업에 쓴다는데 기부하는 기분으로 산다”(645)라는 대답도 있었다.이와 관련, 로또복권 판매대행을 맡고 있는 국민은행 관계자는 “로또 총판매금액 가운데 50%는 당첨금으로 나가고 약 30%가 공익기금으로 조성돼 기술진흥이나 근로복지, 공공주택건설, 관광진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며 “사회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면서 로또를 게임처럼 즐길 것”을 주문했다.복권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1만원어치 복권을 구매할 경우 5,000원은 당첨자에게 돌아가고 3,000원은 공익기금으로 기부하는 셈이다. 나머지 2,000원 가운데 550원은 판매점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나머지 1,450원은 로또복권의 마케팅 비용과 운영기관의 원가를 부담하는 것이다.돋보기 / 당첨 가능성 높이는 비법대각선이나 지그재그 조합 피하라“이번주에 쥐띠는 동남방향에 있는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입하고 2, 3, 6, 8, 0이 들어간 숫자가 좋다.” “꿈에서 폭행당하거나 피를 보면 복권을 사라.”인터넷에 떠도는 ‘당첨확률 높이는 비법’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근거 없다며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1등에 당첨될 확률 814만5,060분의 1은 변함없기 때문이다.이에 곽보현 미래사회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이 연구소는 로또시스템사업 운영기관이다.우선 슬립의 대각선이나 일직선상, 혹은 지그재그 선에 따른 숫자를 고르지 말라는 것. 로또가 발매된 첫주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숫자조합은 ‘1, 9, 17, 25, 33, 41’로 나타났다.이는 단순하게 슬립의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대각선상의 숫자를 표기한 것으로 이 조합을 고른 경우만 무려 1만5,825회로 나타났다. 만일 이 조합이 1등으로 당첨되었다 해도 1만5,825명이 당첨금을 나눠 갖게 되므로 몫이 현저히 줄어든다. 따라서 로또복권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숫자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다.같은 관점에서 기존 추첨식 복권에서 당첨된 번호를 모방하거나 연속된 숫자를 선택하는 것도 삼가는 것이 좋다. ‘03, 04, 05, 06, 07, 08’ 이런 숫자는 전세계에서 당첨된 적이 없으며 동일 조합이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부 짝수나 홀수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이밖에 전문가들은 △확신을 가지고 임해라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라 △공동구매하라 등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