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간발의 차이로 2위 차지, 리포트 신뢰도는 LG를 앞서
2002년 쉬지 않고 계속됐던 LG투자증권의 공격경영은 리서치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LG는 이번 조사에서 아슬아슬하나마 삼성을 제치고 1위자리에 올랐다. 또한 반도체 분야의 1위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는 등 대형 업종에서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해 2002년 하반기의 선전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LG 리서치센터의 약진은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엿보였다. 상반기 조사에서 1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가장 많은 수의 업종별 1위 애널리스트를 배출했고, 다른 순위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었다. 2002년 상반기에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을 영입해 진용을 갖추기도 했다.LG 리서치센터를 이끄는 박윤수 상무는 “투자전략을 강화하고,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영업마인드를 갖도록 한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자평했다. 박상무는 2002년 6월1일 LG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단기시황팀, 소매영업을 지원하는 부서 정도로만 여겨져 온 투자전략팀은 이름 그대로 전략을 생산하는 부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렇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이는 곧 실행으로 옮겨졌다. 투자전략팀의 인원을 보강하고 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스트래티지스트로 나서기도 했다.대다수가 2002년 하반기 장을 낙관했을 때 LG는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값이 싸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 이익의 질을 알려면 매출의 질을 따져야 한다’ 등이 약세장을 예측하는 논리였다.결국 2002년 말 주가를 거의 정확하게 맞혔다. 박상무는 “증권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약세장을 외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며 “분석이 들어맞은 것보다 분석결과 그대로를 발표할 수 있었다는 걸 더 의미 있게 봐달라”고 주문했다.LG는 2003년 상반기 주식시장도 약세로 예측하고 있다. 박상무는 “하우스뷰가 적중했기 때문에 리서치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투자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박종현 기업분석팀장은 지난해 11월에 증시전망설명회 겸 투자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꼽았다.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는 법인영업팀에서 주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LG는 “영업은 애널리스트가 하는 것”이라는 강조에 따라 애널리스트 중심 행사로 열었다.약세장도 소신껏 전망박상무는 6월 부임 직후부터 스스로 설명회에 나갔다. 하루에 네 곳을 갈 정도로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7, 8월 두달만에 45개의 기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이렇듯 리서치 헤드가 솔선수범을 보이니 애널리스트들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러나 LG가 1위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2위를 차지한 삼성 리서치센터와의 차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항목평가에서 보면 ‘프리젠테이션 능력’에서는 668점으로 655점의 삼성을 확실히 따돌렸지만 ‘적시성’이나 ‘마케팅 능력’에서는 점수차가 작다. ‘리포트의 신뢰도 및 정확성’에서는 오히려 삼성이 696점을 얻어 693점을 받은 LG를 앞섰다. ‘리서치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두 회사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한 예로 삼성과 LG는 11월에 투자포럼을 열면서 날짜를 똑같이 정했다. 양사에 미묘한 긴장이 흘렀음은 물론이다.전체 3위와 4위는 현대와 대우증권이 각각 차지했다. 합병을 통해 조직이 커진 굿모닝신한 증권은 상반기 조사와 마찬가지로 5위자리를 지켰다. 이번 조사에서는 합병효과가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003년 상반기 조사에서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할 만하다.한편 교보증권 리서치팀의 순위상승이 가파르다. 상반기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으나 이번에 6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7, 8, 9위는 골드만 삭스, UBS워버그, CSFB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애널리스트수가 적기 때문에 반도체나 통신 등 주요업종만 커버하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개별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는 눈에 띄는 이가 많지 않았지만 리서치센터에 대한 평가에서는 꾸준히 10위권 안에 들어 ‘글로벌 브랜드’의 저력을 확인시켜 주었다.INTERVIEW /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고객의 가려운 곳 먼저 찾아야”‘활력 넘친다.’ ‘역동적이다.’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에 대해 증권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결같은 인상이다. 이런 세간의 평가는 행동을 통해 개혁을 추구하는 박상무의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진다.지난해 6월1일 박윤수 상무가 새 리서치센터장으로 왔을 때 LG투자증권 서경석 사장은 그에게 ‘1등’을 주문했다. ‘1등’이라는 문구는 지금도 액자에 담겨 회의실 벽에 걸려 있다. 쉽지 않은 주문을 받은 박상무는 가장 먼저 투자전략팀을 대폭 강화했다. 또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고객(기관의 펀드매니저)을 자주 만나도록 입이 닳도록 얘기하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다.박상무는 “물건(보고서)은 만든 사람(애널리스트)이 ‘직판’해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설명을 듣고 나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때 법인브로커가 그걸 해결해 줄 수 있겠는가. 고객에게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히 해주려면 영업은 애널리스트가 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애널리스트들에게 ‘고객과 가까워져라’고 주문하게 된 데는 박상무의 경험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는 94년부터 2000년까지 홍콩에 머무르면서 푸르덴셜 아시아지역본부의 수석펀드매니저로 일했다. 오히려 분석가로서의 경력은 짧다. LG로 오기 전 잠시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에서 리서치본부장을 맡은 것 이외에는 계속 펀드매니저였다. 즉 파는 입장(Sell Side)보다 주로 사는 입장(Buy Side)으로 지냈기 때문에 고객(펀드매니저)들이 뭘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보고서 서두의 요약문만 7번이나 고친 적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성격에, 일욕심이 많다. 오전 7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있다. 관리자 노릇만 하기에는 성이 차지 않는다며 리서치센터장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투자전략가로 불러주기를 원한다. 이 ‘열정맨’은 “어느 분석가보다도 열심히 연구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서 “세상에 알아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도무지 한가해질 수가 없다”고 에너지를 과시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