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분식회계 파문 이어지며 중요성 부각, 잘 활용하면 경쟁력 제고에 큰힘 돼
문지원ㆍ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2002년 7월, 미국 에너지기업인 엔론사에 이은 미국 2위의 장거리통신기업인 월드컴사의 분식회계 파문과 파산신청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모든 기업의 회계정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 경기가 가뜩이나 불황과 저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무렵에 발생한 사건이라 증권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관련회사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대거 폭락했으며 유럽, 아시아 증시까지 동반 폭락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또한 회계조작 의혹이 전 기업을 대상으로 확산되며 미국의 대표적 초우량기업인 GE, 머크 등도 분식회계로 곤욕을 치렀다. 이는 기업이 고객과 시장, 그리고 투자자에게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 책임인 회계자료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기업의 존폐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역행하는 회계부정과 최고경영자의 도덕적 타락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추세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회계부정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기업의 회계부정과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회계감독기구의 설립과 기업범죄에 대한 대폭적인 형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미국 의회의 ‘사비엔스-옥슬리’ 법안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업회계 개혁법안의 시행방침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소니 등 1,300여개 외국기업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이 시행방침의 주요내용은 △경영진의 자사주 거래 보고시한을 현행 40일 이내에서 2일로 단축 △분기실적 보고시한을 현행 45일에서 35일 이내로 단축, 연간실적 보고시한을 현행 90일에서 60일 이내로 단축 △미국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도 재무제표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포스코, 한국전력, SK템레콤, KT, 국민은행, 미래산업, 하나로통신, 두루넷이 이 시행안의 적용대상이 된다.경쟁력 기반으로서의 윤리경영분식회계를 통한 회계부정과 최고경영층의 도덕적 해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증대되는 추세에서 기업을 일순간에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및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즉 기업윤리의 정착은 일시적 유행이라든지 여유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안이한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앞으로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고객은 기업에 경제적ㆍ법적 책임에서 윤리적ㆍ자선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의 역할수행을 바라고 있다. 또한 기업활동의 글로벌화로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책임영역은 더욱 광범위해지는 추세다. 특히 기업활동의 글로벌화는 특정지역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던 제품 및 서비스, 작업장 환경 등이 고객과 종업원, 지역사회의 건강ㆍ안전ㆍ환경 관련 이슈에 저촉이 될 경우 기업의 윤리성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등장할 수 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미국의 경영학자인 캐럴(Caro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경제적, 법적, 윤리적, 그리고 자선적 책임으로 구분하고 있다. 경제적 책임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통한 가치창출의 책임을 수행해야함을 의미한다.법적 책임은 기업이 그 경제적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그 사회가 정한 일정한 법의 테두리를 지켜야 함을, 윤리적 책임이란 법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 기대되는 행동과 활동수행을, 마지막으로 자선적 책임은 기업의 개별적 판단에 맡겨지는 책임으로 사회적 기부행위, 보육시설의 운영 등 자발적 영역에 속하는 행위수행을 의미한다.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점차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 경제적 책임에서 법적, 그리고 윤리와 자선적 책임으로 확대돼 간다는 것이다. 기업이 얼마나 윤리적 경영을 하는가에 관한 이슈에 대해 레이덴바하(Reidenbach)와 로빈(Robin) 교수 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범위와 윤리성을 크게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제1단계인 무도덕 단계에서부터 제5단계인 윤리적 선진단계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한국기업의 상당수는 2단계인 준법단계에서 3단계인 대응단계로 이행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윤리경영에 대한 적극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반감과 기대심리가 높아져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경영활동조차 국민정서와 마찰을 일으킬 경우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지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PL법 발효, 주주대표소송제 등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소송에 잘못 휘말릴 경우에는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OECD를 필두로 해 국제기구들은 ‘윤리 라운드’ 등을 통해 ‘국제상거래 뇌물방지협약’ 등과 같은 윤리경영의 세계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윤리임원협의회(Ethics Officer AssociationㆍEOA)는 ‘기업윤리경영 표준안’을 제정했으며, 조만간 이를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추천해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할 계획이다.특히 2003년 새 정부의 기업정책과 관련된 요지는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함께 불법적, 부도덕적인 경영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윤리경영에 대한 급박한 변화 속에서 한국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각종 규제에 수동적인 대응을 탈피해 기업 스스로 ‘신뢰받는 기업상’ 구축을 위한 능동적 대응으로 기업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윤리경영의 확고한 실천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층의 인식제고와 함께 이를 실천할 조직, 제도, 교육 등 윤리경영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윤리강령 제정과 윤리위원회 신설 등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은 크게 제고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런 활동이 일회성이나 과시성 행사로 국한된다면 그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상시적인 윤리 전담조직을 운영해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임직원의 윤리 마인드 제고를 위해 평가와 인센티브에 윤리 준수 여부를 적극 반영하고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임직원 스스로가 행동으로 옮길 때 윤리경영의 진정한 성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10년 후에 뭘 먹고 살지?’ ‘어떤 사업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해야 되는가?’ ‘핵심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 회사의 미래 생존에 대해 고심하는 최고경영층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심도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따라서 기업의 미래 생존전략을 설계할 때 사업 구조개편이나 성장전략, 그리고 핵심인재뿐만 아니라 윤리경영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