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1,200년간 일본의 심장 노릇을 해 온 고도다. 메이지유신(1868년)으로 수도가 도쿄로 바뀐 이후 정치ㆍ경제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나 있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마음속 수도는 단연 ‘교토’다. 어디에 가나 역사의 숨결과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잘 보존돼 있는 궁성과 사찰, 그리고 수많은 유물은 일본인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받쳐주기에 부족함이 없다.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교토의 인상 중 또 하나는 하이테크 첨단 벤처들의 산실이라는 점이다. 지난 1959년 세라믹부품에서 출발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교세라가 교토를 본거지로 글로벌 기업의 꿈을 키운 것은 물론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씨를 배출한 시마즈제작소도 교토에 둥지를 틀고 있다.게임기 하나로 세계를 주름잡는 닌텐도 역시 교토에서 화투를 만들어 팔던 가내수공업체가 모태였다. 이 같은 점을 놓고 보면 교토는 뛰어난 연구ㆍ개발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으로 무장한 엘리트 기업인들의 요람이라는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최근 교토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뉴비즈니스는 ‘디지털’을 매개체로 전통문화를 일상생활의 상품과 접목시킨 사업이다. 예컨대 궁성에 보존돼 있는 벽화나 일본 전통의상(기모노)의 무늬를 응용해 전동차량의 표면을 랩핑(Wrapping)한다든지 기모노디자인을 응용한 여성 수영복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 등이다.교토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의 사찰과 신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의 화상을 디지털로 데이터화해 문구, 잡화 등의 상품에 이용하는 비즈니스도 신종사업으로 등장, 주목을 끌고 있다.교토상공회의소와 대학연합, 그리고 교토소프트개발진흥원의 3곳이 힘을 합쳐 지난 98년 설립한 디지털아카이브센터는 이 같은 비즈니스의 최대 후견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니조성의 벽화를 1억3,000만화소의 초고성능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놓고 원형 보존에 심혈을 쏟고 있다. 문화재 보존사업과는 별개로 이 센터는 디지털 화상을 대형 인쇄필름에 옮긴 후 이를 지하철 전동차에 입혀 운행,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디지털아카이브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중 재팬스타일시스템은 기모노, 직물 등을 통해 전해내려 온 전통 디자인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 응용한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서구식 디자인 일색인 여성들의 수영복에도 이 업체는 꽃, 나무, 새 등 전통적 일본 디자인에 나타나는 소재를 과감히 반영하는 기법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이렇게 제작된 수영복은 지난 2002부산아시안게임에 일본대표팀 선수들이 착용하고 출전했으며 전문모델을 앞세운 작품발표회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아카이브센터와 재팬스타일시스템은 이 사업이 교토의 전통과 혼을 살리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 비즈니스라고 자신하고 있다.한편 교토에 본거지를 둔 화장콘텐츠제작 전문업체 아테팍토리의 아이디어와 움직임도 일본 산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찰과 신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벽화, 병풍 및 기타 유물 등의 화상허락권을 따낸 후 이를 상품에 응용하고 상품화한 기업으로부터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있다.자신들이 갖고 있는 첨단 화상처리기술을 활용, 문화재와 유물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전문제조업체에 위탁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디지털 DB로 돼 있어 고객업체의 요구에 따라 화상 등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형의 상품개발에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아테팍토리는 사용료 수입의 상당부분을 사찰과 신사 등에 계약 대가로 지불하면서 문화재 보존재원으로 쓰이도록 하고 있어 문화계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사업 첫해인 올해는 7월 말까지 5,000점 이상의 화상허락권을 확보하고 최소한 2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