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영남북위탁가공교역협의회 부회장북한의 핵동결 해제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연말연시 국내외 이슈로 떠오르면서 가슴을 졸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보통사람들보다 더욱 조마조마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북한과 교역을 하고 있는 기업인들이다.북한에서 모니터공장 등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완영 IMRI 회장은, 그러나 담담하고 차분하게 현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북 경협사업을 하는 기업인들의 모임인 남북위탁가공교역협의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유회장은 “북한 핵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이 신규투자나 추가 협력사업 등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유회장은 그 근거로 남북경협이 경제원리에 따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과거 남북경협은 정치논리나 주변정세 등에 크게 좌우됐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특히 2002년을 기점으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나 상황논리에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포동 미사일개발이나 서해교전 등으로 남북관계에 긴장국면이 조성됐지만 경협은 계속돼 오지 않았습니까.”이 같은 경협 확대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유회장의 분석이다. “북핵문제가 한창 부각되던 지난 연말 서울에서 남북경협 실무협의회가 열린 데 이어 남북해운협력 2차 실무접촉 등이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전 같으면 ‘접촉’ 자체가 안됐겠죠.” 유회장도 지난 크리스마스 때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공장 관계자를 만났다.“조미(북미)간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안정돼 교류협력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었다. 현재 북한사람들의 사고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다고 유회장은 설명했다.유회장은 이밖에 △정부 당국이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화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미국도 기본적으로 대한민국과 협력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와 전쟁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도 꼽았다.IMRI는 현재 평양 인근에 모니터와 발포수지를 생산하는 공장 4곳을 가동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임금 따먹기’ 식의 단순임가공 교역에 나서는 것과 달리 IMRI는 △현지에 생산설비를 직접 갖고 들어가 ‘제2공장’ 형태로 생산하고 있으며 △북한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의 원부자재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유회장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위기가 해결된다면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의선이나 경원선 연결 등으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물류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회장은 새 정부가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남북경협 확대를 위한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