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2주 만에 전체 복권시장의 30% 점유… 5회 누적이월시 당첨금 수백억원
회사원 김동철씨(37)는 복권 마니아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28세 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거의 매주 복권을 샀다. 그동안 주택복권, 체육복권 등 추첨식은 물론 각종 즉석식 복권, 인터넷 복권까지 섭렵(?)한 김씨는 2002년 12월2일 로또가 출시되자마자 이 새로운 ‘마법의 종이’에 빠져들었다.로또는 여러 면에서 기존 복권과 달랐다. 가장 큰 매력은 번호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복권을 산다기보다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당첨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경우에 따라 수백억원의 ‘잭팟’이 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스릴이 있다”고 덧붙였다.로또 열풍이 불고 있다. 김씨처럼 기존 복권 마니아들이 대거 로또 시장으로 옮아가는가 하면 로또를 구매하면서 새로 복권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강남역에서 복권판매소를 운영하는 정미영씨(52)는 “전체 복권판매에서 로또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며 “구매층도 이전까지는 40대 이상이 많았는데 요즘은 20∼30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마니아들 몰리고 20∼30대 신규수요 창출이 같은 로또 열풍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복권시장은 8,000억원(판매액 기준 2002년 추정ㆍ2001년 7,034억원) 규모. 이를 주간단위로 환산하면 매주 평균 153억원어치가 팔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12월2일 처음 출시된 로또는 발매 2주 동안 90억원(주당 평균 4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므로 이 기간 중 로또의 시장점유율은 약 30%였다. 로또가 발행 초기이고, 아직 인지도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성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현재 국내에서 발행되는 복권은 24종(로또 제외)으로 크게 추첨식, 즉석식, 전자식으로 분류된다. 추첨식 복권은 과거 주택복권, 또또복권, 더블복권, 월드컵복권 등 4종류가 있었으나 99년 특별복권인 밀레니엄복권을 시작으로 슈퍼더블복권, 플러스플러스복권, 관광복권, 연합복권 등으로 늘어났다.전자식 복권은 다시 인터넷 복권과 온라인 복권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인터넷 복권은 인터넷을 통한 즉석복권 판매가 주를 이루며 복권판매업체 또한 2002년 말 14개로 급속히 증가해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복권은 2001년 10월 스포츠토토가 시판됐다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고 2002년 3월부터 외국인 전용 ‘코로또’가 판매되고 있다.복권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복권의 1종당 연평균 판매액은 333억원(2002년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발행기관과 업체가 난립해 있고 매출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복권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전문가들은 로또가 이 같은 복권시장을 빠른 속도로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또복권 판매대행업체인 국민은행의 이인영 복권사업팀 부장은 “실질적인 사업 첫해인 2003년의 매출목표를 3,5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새해 복권시장을 9,000억원 가량으로 잡을 때 약 40%에 해당하는 것이다. 로또의 발행주체인 KLS컨소시엄 관계자는 “이 같은 시장점유율은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2002년 1월 로또가 도입된 이후 1년 만에 전체 복권시장의 80%를 장악했으며 유럽과 미국 등도 로또가 복권시장을 평정한 지 오래다.정부도 교통정리 나서 시장재편 가속화이와 관련,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28일 로또 출범에 앞서 “10개 복권 발행기관 중 7개 기관이 로또로 통합됐으며 나머지 3개 기관도 새해 초 합류할 예정이어서 기존 추첨식 복권은 3∼6개월이면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2003년 복권시장이 커질 경우 로또판매가 7,5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미래사회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전세계 복권 시장이 추첨식 → 즉석식 →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군소복권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당경쟁으로 일부 복권이 발행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판촉 및 유통비용이 늘어 복권의 순기능인 공공기금 조성액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정부 차원의 ‘교통정리’도 복권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말 국무조정실은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복권의 수익금이 로또복권 전체 수익금(2003년 기준)의 5% 이하인 복권과 △공공재원 조성률(수익금/판매액)이 일정비율 이하인 복권은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당첨금 규모 역시 로또의 천하통일을 예고하고 있다. 복권발행조정위원회는 새해부터 추첨식 복권의 경우 5억원, 즉석식은 1억원으로 당첨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반면 로또는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대 5회 연속 당첨금을 누적 이월시켜 경우에 따라 수백억원의 당첨자도 나올 수 있다. 다른 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지닌 것이다. 외국에서는 당첨자가 없어 상금이 이월될 경우 로또판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지난 연말 LG경제연구원은 2003년 새해에 대박을 터뜨릴 히트상품으로 로또를 꼽았다. 현재로서는 로또 열풍이 계속될 것이란 데 의문이 없다. 다만 로또 열풍이 얼마나 거셀지, 나아가 새해 한국사회의 복권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돋보기 / 로또는 이런 것고객이 직접 6자리 번호 기재로또는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등 7개 발행기관이 함께 만든 연합복권이다. 1부터 45까지 적힌 45개의 숫자를 추첨해 6개(보너스까지 7개)의 번호를 뽑는데 이 가운데 3개 이상 맞힌 사람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연합복권은 기존 복권과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이 직접 번호를 선택한다는 것. 번호선택이 불가능한 추첨식이나 게임데이터를 고를 수 없는 즉석식 복권에 비해 좀더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며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전용 통신망과 단말기 같은 전산장비를 이용하는 온라인 복권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복권 구매자가 판매소에서 OMR카드 형식의 용지(슬립)를 구입해 원하는 6개의 번호를 기입한 후 스캔하면 정보가 입력되고 단말기를 통해 복권이 출력된다. 온라인 복권이긴 하지만 구입부터 추첨, 당첨확인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오프라인상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터넷 복권과도 구분된다.복권의 가장 큰 유혹 요소라 할 수 있는 당첨금 규모나 배당 형태도 확연히 다르다. 추첨 전에 이미 당첨금이 정해져 있는 다른 복권과 달리 로또는 총판매액의 일정 퍼센트를 당첨금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추첨 때마다 당첨금액이 다르다. 번호를 복권수요자가 고르다 보니 1등이 여러 명 나올 수도 있다. 복수당첨의 경우 당첨금은 각각 균등분배된다. 당첨자가 없을 경우 최대 5회차까지 당첨금이 다음 회차로 이월, 누적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잭팟’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로또의 참여방법은 간단하다. 구매자가 복권방이나 편의점(LG25), 은행(국민은행 전국 각 지점) 등 로또가맹점에 비치된 슬립에 원하는 숫자 6개를 마킹하면 된다. 한 장의 슬립에 모두 5개의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한 게임당 참가비는 2,000원. 판매인은 구매자에게 받은 슬립을 전용 단말기에 넣고 스캔한 후 복권을 출력해 교부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