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경BUSINESS> 선정 ‘100대 외국기업’ 6위 …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승부
안모씨(39ㆍ여)는 대학강사다. 해외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녀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한국암웨이의 IBO(Indepen-dent Business Ownerㆍ독립사업가)다. 암웨이의 제품을 사서 쓰기만 하는 소비자회원(자가소비형 IBO)으로 3년을 지내다 보상프로그램에 눈뜨면서 사업자형 IBO의 길로 접어들었다.경력 1년차인 그녀의 핀레벨(등급)은 플래티늄. 전체 22개 핀레벨 가운데 밑에서 세 번째다. 현재 그녀는 암웨이 사업으로 월 평균 150만원 가량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입보다 암웨이 사업을 하면서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지게 된 점이 더 값지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문모씨(40)는 대기업 C사의 부장이다. 그 역시 한국암웨이의 IBO로 활동하고 있다. 대우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문씨는 IMF 사태 이후 ‘자의 반 타의 반’ 사직을 했고 새 직장을 잡자마자 세컨드 잡으로 한국암웨이 IBO를 선택했다. 경력 3년 8개월차인 그의 핀레벨은 사파이어. 하루 평균 1시간 가량을 IBO 사업에 투자한다는 그는 이 사업으로 월 평균 200만원 가량의 부수입을 올린다.지난해 매출 1조1,700억원 기록현재 한국암웨이에는 안씨나 문씨와 같은 IBO들이 140만조(기혼 IBO의 경우 부부가 함께 등록하므로 조(組)라는 단위를 쓴다)에 달한다. 이를 개별 회원수로 환산하면 대략 200만명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2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1명 가운데 1명이 ‘암웨이인(人)’인 셈이다.이들 암웨이 IBO가 올린 지난해(2001년 9월∼2002년 8월) 매출규모는 무려 1조1,700억원. 이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 최초의 1조원대 매출이자 우리나라 네트워크 마케팅 전체시장의 25%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이뿐만 아니라 암웨이 전세계 매출 5조4,540억원(약 45억달러)의 2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암웨이 현지법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409>가 선정한 100대 외국기업에서 6위에 랭크됐다.한국암웨이는 지난 88년 전세계 54개 암웨이 현지법인 가운데 22번째로 설립됐다.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 것은 91년 5월. 사업 초기에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피라미드판매업체로 오인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품질관리와 정통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을 고수, 차츰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됐고 IMF 사태를 지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됐다.“지난 97∼98회계연도에 1,160억원이었던 매출이 2001~2002회계연도에는 1조1,7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4년 만에 무려에 10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한 것이죠.” 이용일 한국암웨이 홍보과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성장이라고 강조했다.완벽에 가까운 품질 추구이 같은 고속성장의 비결은 무얼까. 우선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군을 꼽을 수 있다. 한국암웨이가 취급하는 제품은 총 400여종. 세제류, 주방용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생필품부터 정수기,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과 카메라, 휴대전화 등 첨단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이들 제품은 대부분 어느 가정에서나 필요한 물품들이고 반복 사용되기 때문에 매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또 가격대도 일반 시장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 굳이 사업자형 IBO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수십, 수백만원씩에 판매하고 회원가입비를 받는 몇몇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와 가장 구별되는 점이다.제품의 질 역시 매출확대의 공신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생산은 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만든 물건의 유통만 담당하는 것과 달리 암웨이는 미국 본사에서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위생용품, 주방용품, 세제류 등 5개 기본 카테고리에 속하는 450여종의 제품을 자체생산해 전세계 현지법인에 공급한다.각종 건강보조식품은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지의 자체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원료만 사용하고 있으며 공산품은 신제품 개발단계에서 IBO로 구성된 제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각국 회원들로 하여금 시제품을 써보게 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출시한다.“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도 어느 나라로 보내느냐에 따라 성분이나 제조방법을 달리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합니다. 가령 한국에 공급할 건강보조식품은 한국인의 식생활습관, 체질, 체형 등까지 고려해 생산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한국암웨이 IBO 가운데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품질에 반해 주변사람들에게 소개하다가 사업자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 많습니다.”다음으로 철저한 현지화전략이 꼽힌다. 암웨이에는 ‘원포원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통채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한국 내 중소기업을 발굴, 이 회사의 제품을 암웨이 판매망을 통해 ‘원포원’ 상표로 판매하는 것이다.이 프로젝트는 당초 미국 본사 제품 1종이 국내에 출시될 때마다 미국 기업의 우수제품을 1종씩 추가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IMF 사태 직후인 98년 4월 21개 업체 40여종의 제품으로 시작됐는데 현재 40개 업체 140여종으로 확대됐다. 또 40여개 파트너숍 제품도 발굴했다. 현재 삼성전자, KT, 두산, LG텔레콤 등 대기업을 포함해 한국야쿠르트, 파스퇴르유업, 대한펄프 등 중견기업 제품과 보성녹차, 송화소금 등 중소기업 제품까지 취급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IMF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암웨이를 새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현지화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외국업체로서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지원해주면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었다.현지화전략의 다른 한 축은 수출이다. 한국암웨이는 지난 2001년 7월부터 원포원 제품의 수출에 나서기 시작해 2002년 6월까지 1년 만에 무려 1,000만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기록, 지난해 11월 무역의 날에 ‘1천만불수출탑’을 수상했다. 셰프라인의 프라이팬,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기종의 주방용 철수세미, 넥스토어의 주방용 세제용기 등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암웨이나 일본암웨이에 공급, 판매하는 방식이다.“54개 현지법인을 갖고 있는 암웨이의 전세계 유통망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을 전세계 암웨이 판매망에서 유통되는 핵심 제품의 생산기지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 계획이 성사되면 엄청난 수출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한국암웨이가 꼽는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완벽에 가까운 보상프로그램이 있다. 암웨이 사업은 탄탄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매출과 이에 따른 보상을 뼈대로 하고 있다. 암웨이의 승급조건과 보상프로그램은 책 한 권에 담을 만큼 복잡하지만 ‘우수한 제품을 네트워크를 통해 팔면서 엄청난 물류비와 홍보비를 절약하고 이를 회원소비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원리는 간단하다.따라서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암웨이 네트워크를 통해 구입하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해 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암웨이를 통해 사서 쓰고 주변에 좋은 제품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는데 어느새 월 250만원 가량의 수입이 생기게 됐습니다.” 국내 유수의 항공사에서 일하며 3년째 부업으로 암웨이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47)의 말이다.이밖에 △소비자 만족 보증제도 △불필요한 제품구매 방지를 위한 윤리강령 채택 △24시간 내 배달시스템 구축 등 제도와 시스템도 한국암웨이의 강점으로 꼽힌다.한국암웨이의 역사는 한국의 네트워크 마케팅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수년간 네트워크 마케팅이 연간 100%에 이르는 성장을 하면서 강력한 신유통 채널로 자리잡은 데는 한국암웨이의 공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지난해 하반기 몇몇 불법피라미드 사업자들이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남아 있다. 새해에도 한국암웨이의 신화가 계속될지 주목된다.돋보기암웨이 제휴여부가 시장판도 좌우지난연말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 ‘특수’를 누렸다. ‘하와이 리더십 세미나’에 참가하는 한국암웨이 직원 5,400명을 하와이로 실어 나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 세미나 지원을 위해 384석 규모의 보잉747-400 특별기와 800명의 승무원을 투입했고, 11월16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하루 3회, 모두 왕복 21회를 운항했다. 한국암웨이와의 특별계약을 통한 것이어서 수입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단일계약으로 사상 최대였던 것만은 확실하다.유통시장에서 한국암웨이의 파워가 거세지면서 암웨이와의 제휴 성패여부가 기업의 생사여부나 시장판도를 좌우하는 주요요소로 떠오르고 있다.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뉴트리면’을 한국암웨이에 납품해 오고 있다. 뉴트리면은 2001년 무려 2,000만개나 팔렸다. 라면시장의 약자였던 한국야쿠르트가 암웨이 독점공급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자 경쟁업체들은 잇따라 다른 네크워크 마케팅 업체와 손잡고 방어에 나서야 했다.택배업계의 경우도 누가 한국암웨이를 잡느냐가 시장점유율을 가름한다. 제휴업체인 대한통운의 경우 IMF 이후 법정관리의 어려움을 한국암웨이가 ‘구제’해주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한통운의 취급물량 중 한국암웨이의 물량은 99년 90만개를 시작으로 2000년 200만개, 2001년 400만개, 2002년 600만개(추산)에 달해 전체 취급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지난해 10월 한솔CSN이 한국암웨이와 1년간 대구, 성내거점 등에 대한 물류운영 계약을 맺었다는 공시가 나오자 한솔CSN의 주가가 곧바로 4.32%나 뛰어올랐다.이런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암웨이는 현재 인터넷 서점업체인 W사와 제휴를 추진 중인데 성사될 경우 서적 유통시장에도 일대 충격이 올 전망이다.돋보기숨은 공신은 인터넷 쇼핑몰 ‘ABN’네트워크 마케팅인가, 인터넷 쇼핑몰인가. 최근 1~2년새 한국암웨이 제품구입의 70%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면서 유통채널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생겨났다.한국암웨이는 지난 99년 11월 전용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인 ABN (Amway Business Networkㆍwww.abnkorea.co.kr)을 오픈했다. 이 쇼핑몰은 한국암웨이가 최근 수년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그러나 유통채널 성격논쟁은 간단하게 정리됐다. “ABN은 IBO 이외의 개인은 접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주체가 아니며 상품카탈로그와 전화, 팩스를 대체하는 주문접수의 한 수단”이라는 게 한국암웨이의 설명이다.당초 이 쇼핑몰은 이용률이 10% 미만으로 저조했다. 인터넷보급률이 지금보다 낮았던 탓도 있지만 휴먼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ABN은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IBO 전용사이트여서 네트워크를 헤치지 않을뿐더러 주문과 결제, 상품배달의 편리성이 확인되면서 이용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특히 구매 이외에 각종 신상품정보 검색은 물론 자신과 네트워크의 실적조회까지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ABN은 IBO 전용공간이라는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몰로도 큰 역할을 한다. 2001∼2002회계연도 매출의 70%를 기준으로 하면 약 8,200억원어치가 ABN을 통해 판매된 셈이다. 이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상위 3개 업체의 매출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특히 새해에는 한국암웨이가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국내 IT 대기업과 제휴해 무선전자상거래 사업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어서 모바일 커머스 시장까지도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