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용정 사장옛 냄새 가득한 서울 인사동 거리. 전통찻집, 화랑, 지필묵방 등 고풍스러운 가게들이 늘어선 이 골목길에 2대에 걸친 골동품 이야기가 숨어 있다. 깔끔한 녹색 현관너머로 옛 명품시계들이 즐비한 이곳은 ‘용정’. 평생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골동품으로 가게를 차린 아버지를 이어 지금은 장녀 김문정 사장(32)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버지를 기억하시고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유학 중에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이어받았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김사장의 전공은 의상디자인.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그리고 일본유학 시절 틈틈이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면서 골동품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특히 골동 시계의 경우 애착이 컸다. 시간이 나면 시계 관련 잡지나 명품 카탈로그 등을 보며 연구해 지금은 전문가 못지않은 감정실력을 갖추게 됐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골동품가게도 김사장이 맡으면서 많이 달라졌다. 아버지의 손때 가득한 골동품 자리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골동 명품시계들이 차지했다. 2001년 6월에는 아예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골동 명품시계 전문점으로 탈바꿈시켰다.“시계는 전세계 누구나 차고 다니잖아요. 다른 골동품에 비해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죠. 스위스 유명회사의 오래된 제품의 경우 매물로 나오지 않아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김씨가 소장하고 있는 명품시계는 약 1,000점. 취급하는 명품시계들은 업체, 연도, 종류별로 각양각색이다. 가격도 7만원에서부터 1,000만원이 넘는 제품들까지 있다. 희귀한 제품일수록 가격은 상상을 불허한다. 값비싼 골동 시계의 대부분은 롤렉스 제품으로 처음 만들어진 1905년부터 70년대까지의 물건들이다. “지금도 롤렉스가 나오고 있지만 옛날 제품들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디자인도 예쁘고 희귀하기도 하죠. 그래서 가격도 그만큼 비쌉니다.”손님이 특별히 찾는 시계의 경우 다른 고객을 통해 구입하거나 직접 미국 뉴욕의 소더비, 영국의 크리스티경매장을 방문해 구입하기도 한다. 판매뿐만 아니라 고장난 명품시계는 전문기술자들이 수리해준다. 방문하는 고객층도 유명 연예인부터 50~60년대 예물시계를 감정하려는 아주머니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등 젊은층도 늘고 있다.골동 명품시계 전문점을 운영한 지 올해로 5년째. 아직 젊지만 일만큼은 욕심이 많다. 동호회도 만들고 책도 쓰고 싶다고 한다. 또한 청담동과 부산에 분점도 낼 계획이다.“인사동 거리에 우리처럼 특화된 가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볼거리가 다양해지는 만큼 사람들도 많이 찾겠죠.” 지금은 결혼보다 일이 먼저라는 그녀의 말에 2대에 걸친 골동품사랑이 3대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