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증권가에서 오용헌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장(41)은 ‘유명인사’다. 국내 최초의 CR리츠인 ‘교보메리츠퍼스트CR리츠’를 출시한 주역이자 중소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을 이 분야에서 선두로 자리잡게 만든 공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권사 고유업무에 머물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부지런함이 그의 ‘장기’다.“원래 리츠시장에서 증권사는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본을 조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것은 자산관리회사나 자산소유회사의 몫이지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가 알아주나요? 주체가 돼 일하면 그만큼 성과도 높아집니다. 실제로 리츠상품을 구조화하는 능력만은 어디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오팀장과 함께 일하는 6명의 팀원은 부동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급 인력과 주식ㆍ기업금융파트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투자대상 부동산을 고르는 첫 단계부터 움직인다. 그만큼 리츠시장에 깊숙이 자리를 만든 셈이다. 또 본업 외에도 한 달에 한두 번 부동산 재테크 정보지를 직접 제작, 투자자와 관련업계에 배포하고 있다. “열띤 토론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팀워크 강화, 분석능력 향상 등 보람이 크고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는 게 오팀장의 자랑이다.한국토지공사와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에서 12년 동안 부동산 업무 경험을 쌓은 오팀장은 지난 2001년 4월 부동산과 금융의 접목을 모색하던 황인경 상무의 제안으로 배를 갈아탔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츠 분야를 특화하기로 하고 부동산금융팀을 신설하기로 했었다. 오팀장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한다.현재 주식시장에는 교보메리츠퍼스트CR리츠를 비롯해 3개의 리츠가 상장돼 있다. 메리츠는 이 가운데 2개 상품에 주간사로 참여했고 상장이 안된 사모 리츠까지 합치면 3개의 상품을 출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교보메리츠세컨드CR리츠를 비롯, 2~3개의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CR리츠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을 고루 갖췄기 때문입니다. 처음 투자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횟수를 더해갈수록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 탄탄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계속 뛰어다닐 겁니다.”신지호 대한생명 재무기획부 프로젝트파이낸스팀 부장현장경험 바탕 ‘기관투자가’ 변신‘한화, 본사사옥 CR리츠에 매각’2001년 11월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사옥이 자산유동화회사인 코크렙CR리츠에 1,357억원에 팔려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매각작업의 최일선에 있었던 신지호 한화 리츠팀장(41)이 지난 세밑에 대한생명 프로젝트파이낸스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비단 자리만 옮긴 것이 아니고 하는 일도 완전히 바뀌었다. 자산을 팔러 다니던 입장에서 이제는 자산운용을 하는 기관투자가 가 된 것이다. 신부장은 “다루는 돈의 규모가 최고 1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껑충 불어난 것 외에는 아직 큰 변화는 없다”며 주위의 관심에 오히려 겸연쩍어 한다.신부장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스팀은 모두 6명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투자, 인수금융, 부동산 개발금융, 리츠투자 등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리츠투자에 대해 신부장은 아주 건전한 투자대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리츠는 순수하게 임대를 통해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부동산투자를 선순환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특히 신부장은 우리나라 리츠는 초기단계로 부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 리츠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리츠는 투자 도관체(Pass-Through)로서 파이프라인처럼 투자수익이 회사에 고이지 않고 투자자에게 모두 흘러가도록 배당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리츠에 매기고 있는 법인세는 면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MBA를 공부한 신부장은 한화경제연구원에서 증권, 채권 관련 애널리스트를 지냈다. 이후 그룹 비서실로 옮겨 제3경인고속도로 관련 정부 입안을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금융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비서실이 구조조정본부로 바뀌면서 그룹의 주력산업인 유통과 레저에 리츠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리츠추진팀을 맡으면서는 그룹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작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신부장은 “우리나라 부동산금융은 지금 초기단계다. 아직까지 부동산 관련해서 법도 복잡하고 규제도 심해서 부동산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저금리가 계속되고 리츠제도가 개선된다면 전망은 밝다며 일반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 볼 것을 권했다.이현숙 기자 hslee@kbizweek.com박재성 교보생명 부동산금융담당 과장보험업계 리츠투자 “나를 따르라”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에서 교보생명은 ‘큰손’으로 불린다. 최초의 CR리츠인 ‘교보메리츠퍼스트CR리츠’의 경우 자본금 840억원 가운데 463억원을 교보생명이 댔다. 올 상반기에 출시될 ‘교보메리츠세컨드CR리츠’와 ‘리얼티코리아1호’에도 총 350억원을 출자, 1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이다.보험업계는 물론 기관투자가그룹 중에서 교보생명만큼 CR리츠에 적극적인 곳은 드물다. 그만큼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교보의 과감한 투자 의사 결정에 박재성 부동산금융담당 과장(41)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츠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입니다. 리츠의 운용시스템과 보험사 자금성향이 잘 맞아떨어지거든요. 시장에 먼저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두니 경쟁보험사들이 ‘교보가 가면 우리도 따라간다’고 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박과장은 교보생명에 재직한 13년 가운데 11년을 부동산개발관리 분야에서 일했다. 개발, 건축, 계약, 임대, 관리 등 부동산 관련 분야를 두루 섭렵한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전문가’. 40여년간 전국 83개 사옥을 관리해 온 교보생명의 노하우 덕분에 한우물을 팔 수 있었다.교보생명이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 진출을 준비한 것은 IMF 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투자패턴이 ‘소유’에서 ‘유동화’로 바뀌자 박과장이 소속된 부동산개발관리팀은 발빠르게 리츠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장기 안정적인 수익원을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는 점, 2조원에 달하는 교보생명의 부동산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대두됐다.“지난해 9월 첫 CR리츠의 배당결과 연 8%대의 높은 수익이 나자 경영진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자금을 대는 투자자 역할에 그쳐서는 안되겠다는 거죠. 생보부동산신탁, JW에셋, 교보리얼코, 교보투자자문 등 관계사들의 역량을 활용하면 강력한 자산관리회사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부동산운용 인력 인프라는 어느 곳보다 뛰어나니까요.”박과장은 업계에서 아마추어 마라토너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입문 2년 만에 풀코스를 2시간59분에 완주, 주위의 축하를 받았다. 30만~40만명으로 추정되는 마라톤인구 중에서 풀코스를 2시간대에 주파하는 이는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큼 감격스러운 건 없다”는 게 박과장이 달리는 이유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정규원 리얼티 어드바이저스 코리아(RAK) 상무리얼티코리아로 CR리츠 ‘업그레이드’“부동산 시장이란 것은 없어요. 부동산금융이 있을 뿐이죠. 사람들이 땅, 건물을 가지고 뭔가를 기대하는 그순간부터는 부동산금융이 되는 겁니다. 리츠는 대표적인 부동산금융이죠.”우리나라 유일의 외국계 부동산자산운용사 RAK의 정규원 상무(41)는 요즘 어느 때보다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월 말쯤 RAK의 첫 구조조정용(CR) 리츠 ‘리얼티코리아1호’(가칭)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리얼티코리아1호의 자산규모는 1,500억원, 자본금은 66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기존 CR리츠와 달리 순수하게 망해 가는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자산을 매입해 운영하려고 합니다.” 정상무는 제대로 된 CR리츠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리얼티코리아1호의 발기인으로는 굴지의 기업들이 참가하고 있다. 교보생명, 동양화재, LG화재, 신한은행, 미국 ARI 계열사 등이다. 일반공모는 270억원으로 주관사는 삼성증권, 굿모닝, SK증권이다. 자산구성도 이미 결정돼 있는 상태. 수서 로즈데일빌딩, 대전 세이백화점, 분당 앤바앤 사옥 등은 매입이 끝났다고 한다.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평균 11.7% 정도다.정상무는 우리나라 리츠의 태동부터 그 중심에 있었다. 미국생활을 접고 2000년 서울로 돌아와 아더 앤더슨 컨설팅사에 근무하면서 당시 건설교통부가 의뢰한 리츠법 제정 관련 용역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우리나라 리츠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동산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여러 부처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규제법으로 변형이 됐어요.”하지만 정상무는 우리나라 리츠시장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올해 5개 정도 리츠가 더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초기시장에서는 충분하죠. 자산규모로 보면 대략 총 7,500억원 정도인데 간접투자상품으로 시중유동자금을 흡수하는 좋은 쿠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상무는 우리나라 리츠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지식과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이현숙 기자 hslee@kbizweek.com한진수 맥쿼리프로퍼티 이사“4조 운용 노하우, 국내에 선보일 것”맥쿼리프로퍼티(부동산자문) 한진수 이사(37)는 ‘부동산전문가’라는 말에 “이제부터 공부해야 한다”면서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아직 형성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 증권화 시장에서 그가 속해 있는 위치는 적잖은 의의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맥쿼리프로퍼티는 호주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맥쿼리의 부동산사업부문이 국내에 별도법인으로 진출한 것이다. 우리나라 관행과 달라 약간의 개념 혼동이 올 수 있다.먼저 한이사의 간단치 않은 이력.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잠시 광고회사에 몸담았다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여기서 MBA를 마친 후, 뉴욕으로 날아가 회계법인 딜로이트 앤드 투시에서 2년간 일했다. 국내로 돌아와서는 에쿼티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쌍용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에서 음식료와 화학 부문을 담당했는데, 이때 한국경제 비관론으로 유명하던 분석가 스티브 마빈이 직속상사였다.이렇게 금융계에서 기반을 쌓은 그가 부동산과 연을 맺은 것은 맥쿼리로 적을 옮기면서부터다. 부동산 물건을 사들이는 업무부터 간여, 유동화 관련 업무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한이사는 “맥쿼리는 호주 내에서 4조원 규모의 자금을 오피스빌딩을 포함, 각 업종에 특화한 리츠펀드 형태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리츠 시장이 빨리 성숙해서 이런 노하우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여건이 되길 바라며, 또 시장 형성 자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최근 맥쿼리는 서울시내의 대형 오피스빌딩들을 사들이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한이사는 이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로부터 여의도 대우증권 건물을 샀고, 론스타로부터 여의도 동양증권과 SK증권 빌딩을 샀다. 총매입금액은 2,370억원으로, 맥쿼리와 맥쿼리의 자문고객인 부동산전문투자펀드 슈로더가 공동으로 투자했다.사람들은 맥쿼리가 어째서 이 시점에 빌딩을 사들이는지 의아해한다. 골드만삭스나 론스타 등의 외국투자회사들은 쌀 때 사서 이제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해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한이사는 이에 대해 “시세차익보다 3~5년의 중장기 시각에서 이 자산들을 대상으로 리츠펀드를 운용,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여의도 빌딩은 공실률이 낮고, 앞으로 공급이 폭발할 가능성이 낮아 리스크도 적으며, 입주사들도 우량하다”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 불안한 단계이기는 하나 펀더멘털이 좋다는 의미에서 호주 맥쿼리는 큰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맥쿼리프로퍼티는 최근 건설교통부로부터 CR리츠 펀드 운용을 위한 운용사 예비인가를 받아둔 상태로, 올해 1/4분기 내에 CR리츠 펀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이강성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과장“안전한 부동산 투자, 내 어깨에”지금까지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던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부동산에 3,0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그 실무를 책임지게 될 이강성 과장(35)은 자못 어깨가 무겁다는 표정이었다.“첫해의 성과에 따라 앞으로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고, 앞으로 투자자산이 늘어나면 인력도 더 늘어날 테니까요. 테스트를 받는 상황이 됐으니 더 잘해야겠죠.”연금의 부동산 투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직접투자는 아직 위험하다는 시각이 주류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올해 기금운용계획은 펀드, 즉 리츠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000억원 중 1,000억원은 리츠에, 2,000억원은 SOC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투자 첫해인 만큼 ‘워밍업’ 단계이며, 앞으로 차차 투자규모를 늘려간다는 장기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아직 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게 국민연금과 자신의 입장이라고 그는 전했다. 주식, 수익증권, 부동산 등 어떤 자산에서든 국민연금이 워낙 큰손이라 일단 투자를 하게 되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하지만 이과장은 “초기단계인 국내 리츠 시장에 국민연금이 ‘마켓 메이커’로서의 역할까지 해줄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역할은 사양하고 가급적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서서히 진입하려는 투자전략”이라고 밝혔다.이과장이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은 대한부동산신탁이었다. 여기서 워크아웃 관련 물건들의 처리업무를 맡으면서부터 98년 무렵 자연스럽게 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는 국내에 리츠의 개념이 도입되는 단계였고,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먼저 알아서 연구도 하고 관계부처에 건의를 하기도 했다.이후 호주 멜버른대에서 MBA를 취득했고, 자산관리회사 JW에셋을 거쳐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옮겼다. 자산운용인력 중 부동산관련 인력공채에서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는 후문이다. 보수가 높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펀드매니저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이에 대해 이과장은 “시장에서 큰손으로서 운용사들에 대해 ‘갑’의 입장이 된다는 점보다는 정보가 많이 모이는 게 최대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