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청도 사람들은 잔뜩 들떠 있다. 대통령선거기간 내내 유권자들을 달궜던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당선자가 의지를 다지고 있어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이미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부동산가격이 들썩거리는 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외지인들의 발길도 부쩍 잦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팔려고 내놓았던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거나 매물이 잔뜩 쌓이는 것과는 딴판이다.행정수도 이전 프로그램도 착착 진행 중이다. 노당선자는 공개석상에서 이미 여러 차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반드시 실천한다고 거듭 확인했고, 실제로 주변에서는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는 2월25일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태스크포스팀도 띄울 예정이다.건설교통부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후보지 선정을 위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 두세 곳을 선택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이와 함께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토지이용 및 거래에 대한 제도를 정비, 기업 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서울, 인천, 경기 등지에 대한 종합발전대책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특히 대선 때 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행정수도 이전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공동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그렇다면 신행정수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가장 궁금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선 공약 내용을 중심으로 가늠해보면 일단 규모는 지금의 수도권 위성도시 정도로 건설될 전망이다. 580만~1,160만평의 면적에 인구 50만~1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가닥이 잡힌다.이전비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30조원 전후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447>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창 추진 중인 전남도청 이전비용만 2조5,000억원이 든다는 점을 들어 행정수도 이전에는 적어도 수십조원은 족히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후보지, 올해 안에 선정이전 소요기간은 10년 남짓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당선자 진영에서는 10년을 거론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걸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11~20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10년 이하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적잖아 노당선자 진영의 10개년 계획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후보지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선정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충북 청원 오송지구, 충남 천안시 천원지구, 아산 신도시, 공주 장기지구, 논산지구, 대전광역시 가운데 한 곳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다만 국토의 균형개발 차원에서 행정기관을 몇 개 지역에 분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대전과 공주처럼 인접해 있는 경우 두 지역이 동시에 선정될 수도 있다. 천안과 아산 역시 서로 인접한 도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은 충북 오송지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행정기관이 빠져나간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최근 서울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부동산가격 폭락은 실제로 일어날까.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설문조사에서도 부동산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과 반대의견이 반반씩 나왔다.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하락폭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10% 이하라고 대답해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의 지도를 바꾸고,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대역사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도 이전으로 큰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나라도 있다. 자칫 진행과정에서 삐걱거리기라도 하면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옛말에 ‘집짓고 망한다’는 얘기가 있다. 재계에도 ‘사옥을 새로 지으면 무너진다’는 속설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실제로 예전에 그런 기업들도 적잖았다. 공약 실천도 중요하고 국토의 균형개발도 필요하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계획으로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