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열심히 일해서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안정된 노후가 보장되던 시대에는 굳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같이 저금리에다 노년생활이 길어지면서 보통사람들도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김성엽 하나은행 PB팀장은 “이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 정년이 보장되었죠. 게다가 금리도 높아 이자로 노후생활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라며 “재테크가 많은 사람의 화두가 되었다”고 덧붙였다.재테크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개인들이 재테크전략을 짜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다 주식시장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게다가 뜨거웠던 부동산시장도 열기가 식고 있다.재테크전문가들조차 고객들에게 어디에 투자하라고 권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박경제 조흥은행 파이낸스 어드바이저(FA) 팀장은 “고객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킬 만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재테크전문가들은 이렇게 투자하기 쉽지 않은 여건에서는 특히 자신의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에 잘맞는 재테크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실제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재테크전문가 7인도 개인 돈 관리에 있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자산구성을 해 적절한 상품을 찾아 운영하고 있다.은행 프라이빗 뱅커(PB) 전문가들은 안정성 위주의 보수적 투자로 위험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자산구성도 은행상품이 80% 이상을 넘었고 나머지 20%도 안정형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증권사와 보험사 등에 근무하고 있는 재테크전문가들은 은행 PB들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 주식형 상품이나 부동산 등에 50% 이상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이들 7인은 모두 공통되게 대박을 좇기보다 저축과 절약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고, 위험관리를 하며 최소한 3개 이상의 금융상품에 나눠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투자의 기본인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를 실전투자에서 그대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투자론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고 배당 전통이 확실한 미국의 경우 자산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경우는 주식, 부동산, 예금에 각각 3분의1씩을 투자하는 게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재테크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철처한 자기절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꼭 지켜야 할 투자원칙들은 수시로 점검해서 꾸준히 가져가야 한다. 뭐든지 배우려면 수업료를 치러야 하는 게 세상이치지만 ‘전문가’들의 경험을 빌린다면 수업료를 줄일 수 있다.“세상 어디에도 부자가 되는 쉬운 길은 없다”고 일갈하며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용기면 같은 인스턴트 재테크는 없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대의 노력을 하지도 않은 채 큰돈을 쉽게 버는 어떤 다른 마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가난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한 한 재테크전문가의 말을 가슴에 새겨둬야 할 때다.김선문 대우증권 시저스클래스 강남지점장은퇴 후 생활 치밀한 투자로 준비‘지난 4월 투자한 국채의 실질수익률 6%, 2001년 11월 25만원대 매수한 삼성전자를 다음해 35만원대 매도해 수익률 40%대, 4년 전 경기도 광주에 사둔 택지의 수익률 50%.’김선문 대우증권 시저스클래스 강남지점장(38)의 투자성적표다. 5억원 이상의 자산을 지닌 VIP만을 관리하는 재테크전문가의 성적치고는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수익률에만 주목하는 투자방법은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재테크란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정한 후 이를 이루기 위해 하는 투자가 재테크입니다. 수익률보다 위험관리가 훨씬 중요하죠. 최근 거둔 수익은 모두 위험을 줄인 투자에서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죠.”김지점장의 자산구성은 부동산 30%, 투자금융자산 30%, 나머지 40%는 안전금융자산이다. 부동산과 투자금융자산 등 ‘위험자산’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의 치밀한 투자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 모두가 그가 세운 ‘노후 대비’란 재테크의 목적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김지점장이 이런 재테크 목표를 세운 것은 12년 전. 첫 직장인 씨티은행 시절부터다. 당시 그는 재테크의 목표를 무엇으로 삼을지 궁리했고 ‘노후 대비’라는 결론을 얻었다. 세부계획은 서울 인근에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정했다.이후 그는 월급을 받으면 일단 45%는 저축하기로 했다. 소비보다 재산증식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간혹 상여금을 받아 월수입이 늘어도 이 비율은 어기지 않았다.경기도 광주에서 택지를 매입한 것은 4년 전. 투자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잘되면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었다. 값이 뛰지 않더라도 노후에 살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이다. 투자한 이후 땅값이 50%나 뛰었지만 아직은 팔 생각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11월에는 제주도에도 투자했다. 이유는 마찬가지다.땅값이 많이 오른다면 팔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장을 지을 생각이다. 건물이나 농지, 임야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것도 한 원칙이다. 노후에 살 땅을 마련한다는 투자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투자금융자산으로 갖고 있는 30%는 주식과 주식형펀드 가입, 그리고 해외펀드 등으로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예컨대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지 않고 4년 전에는 동남아시아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머징마킷펀드’에 가입하기도 했다.김지점장의 요즘 관심사는 ‘하우스맥주’다. “예전에 비해 우리의 생활수준은 분명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은퇴 후에도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재테크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