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사십오세정년 시대’라는 말의 줄임말. 45세가 넘으면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유행어다. 90년대 중반까지는 ‘60세 전후’가 정년퇴임 연령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정년퇴직’이라는 용어조차 구어로 여겨지게 됐다.27세 전후해 취업해 만 56.6세에 퇴직(OECDㆍ2002년), 72.1세(통계청ㆍ2002년)까지 사는 것이 한국 남자직장인의 평균 라이프사이클이다. 약 28년간 고정수입으로 돈을 번 후 17년간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남자 72.1세, 여자 79.5세인 수명이 2030년에는 각각 78.4세와 84.8세가 된다고 한다.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햇수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한 50대 취업자는 92년 305만여명에서 98년 295만여명으로 6년 사이 10만여명이 감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50대 행원의 비율은 97년 말 전체 행원의 5%에 이르렀으나 2002년 4월 말에는 2.9%로 떨어졌다.승진하는 나이는 점점 더 어려진다. 삼성그룹의 2003년 초 계열사 임원인사 결과, 임원승진자의 평균연령은 45.9세로 최연소를 기록했다. 2001년 47.3세, 2002년 46.3세에 비해 낮아졌다. LG그룹 2002년 초 정기인사와 주총을 통해 임명된 임원의 평균연령도 45.5세로 40대였다.50대, 자녀 학자금 등 목돈은 가장 많이 들어퇴직자 중에서도 특히 50대에게는 고민이 많다. 자녀의 대학 학자금 등 목돈이 들어가야 할 곳은 많은데 수입은 끊겨서다. 한 번 높아지기 시작한 소비수준은 퇴직했다고 쉽사리 단번에 낮아지지 않는다. 소비에는 ‘하방경직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오정선 외환은행 PB사업 팀장은 “노후의 월 생활비는 부부동거시 퇴직 전 생활비의 50.8%로 약 80만원”이라며 “생활의 질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여기에 의료비ㆍ여가비ㆍ예비자금까지 합한다면 노후자금으로 약 3억~4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재취업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경영자총협회가 운영하는 인력센터에서 중장년층 재취업률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지난해 조사됐다.조기퇴직이 없었던 시절, 노후를 위한 국가적 대비책은 국민연금이었다.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은 퇴직 후 생활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퇴직연령은 평균 56.6세인 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0세 이상이다. 설령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에 이르더라도 수입이 있을 때처럼 넉넉하게 살아가기는 어렵다.국민연금은 등급에 따라 지급액이 천차만별. 현재 불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적립돼 퇴직 후 연금을 지급받게 될 때는 각 등급에 따라 4~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최고 등급인 45등급의 최고 지급액은 148만원이고, 20등급의 지급액은 최고 약 65만원이다. 최저 등급인 1등급의 지급액은 22만원에 불과하다.기업에서도 퇴직 준비 프로그램 운영현재 100조원 가량 쌓여 있는 국민연금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36만여명인 연금수령자는 2034년에는 20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연금가입자는 오히려 2034년에 지금의 1,642만여명보다 80만여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2048년에 국민연금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노후생활을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국가에만 맡길 수 없는 퇴직 후 생활보장을 기업도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은행이나 포스코 등은 예비퇴직자의 재취업과 전직이 중요 인사관리업무의 하나라고 여기고 다양한 퇴직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1년 CDC(Career Development Center)를 만들어 직원들의 경력관리를 대행한다. 연간 400명의 임직원들이 CDC를 통해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DBM코리아 등 아웃플레이스먼트(Out Placementㆍ전직알선) 전문업체에 재취업 및 전직 프로그램 실시를 의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전자와 한국철도차량, 대한항공, 한국HP, 한국P&G, 태광산업 등이 바로 이런 기업이다.아웃플레이스먼트회사인 DBM코리아의 김은주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40세 중반이 넘으면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해 스카우트 제의도 받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맞는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의 조언도 도움이 되겠지만 퇴직한 50대들은 실제로 어떻게 퇴직금을 운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 속 50대 퇴직자들의 사례를 재취업과 창업, 금융상품, 부동산투자 이용 등 4가지 유형별로 나눠 소개한다. 노후대책 마련의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