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서적 봇물‘리더의 역할’ 중요성 커져최근 서점가에는 리더십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국지 designtimesp=23484>의 내용을 리더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에서 장교의 교범을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전환시킨 것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이처럼 경영 관련 서적코너에 특정 주제의 책이 범람하는 것은 그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영 트랜드가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그렇다면 리더십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 현상은 어떤 경영 트랜드를 보여주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것은 바로 관계중심의 경영관리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온갖 매스컴을 통해 “대량생산시대가 끝나고 지식정보화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이 같은 변화가 경영기법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대량생산체제에서 기업의 효율성은 직무 중심으로 잘 짜여진 조직, 조직을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완비된 규정, 업무가 이뤄지는 프로세스의 원활한 관리 등에 의해 좌우됐다.사람은 뒷전이었다. 그들은 독창적일 필요 없이 그저 짜여진 조직 규정이 작동하도록 하는 일꾼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학교 시스템마저도 대량생산체제란 시대적 틀(패러다임)에 맞춰져 있었다. 학교는 표준화된 국가공인의 교육커리큘럼을 성실히 이수한 일꾼 후보군을 사회로 배출해냄으로써 산업적인 대량생산체제를 보완했다.정보화시대로의 전환은 생산ㆍ공급 위주의 경제가 소비ㆍ수요 주도의 경제로, 수량이나 규모가 강조되던 경제가 품질 및 창의성이 강조되는 경제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프레스와 용접기로 찍어내는 게 제1의 과제였던 시대에서 제품의 디자인, 기능개발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자연히 회사의 가장 큰 자산으로 기계가 차지하던 자리를 사람이 넘겨받게 됐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이 얘기한 “한명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백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바로 이런 시대를 의미한다.그렇다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의 전통적인 효율성 제고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명확한 직무규정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완비된 직무규정을 갖고 있어도 관계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빈발하게 된다.훌륭한 일터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신뢰경영은 이처럼 지식정보화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경영관리의 접근법을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경영진과 구성원간의 신뢰, 일터와 업무에 대한 자부심,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의 재미’란 신뢰경영의 3대 요소는 모두 주체와 대상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관계가 원만히 관리되고 작동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팀이나 프로젝트 내 리더의 역할이며, 이 같은 인식을 저변에 깔고 나타나는 현상이 리더십 서적의 홍수다.포천 100대 기업‘신뢰경영’신드롬 불러일으켜경영전문지로 유명한 미국의 <포천 designtimesp=23510>은 매년 신년호의 커버스토리로 ‘포천 100대 기업’(일하기 훌륭한 100대 기업)을 발표한다. 이들 기업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정되는가를 보면 훌륭한 일터란 어떤 곳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정립이 가능해진다.얘기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 초반 냉전체제의 유지비용과 무역불균형 등으로 미국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쌍둥이 적자(재정ㆍ무역)에 허덕이고 있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터무니없는 주장도 쏟아져 나왔다.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산의 비율을 무조건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압적 주장은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미국의 발언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무대포’의 전형이다.미국 간판기업들에 대해 ‘종이호랑이’란 야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로버트 레버링은 말콤 모스코비츠와 함께 여전히 이익을 내는 훌륭한 기업들을 찾아 나선다. 과연 모두가 불황이라고 얘기하는 상황에서도 놀랄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숨어 있었으며, 그는 이들 기업의 면면을 ‘미국의 일하기 훌륭한 100대 기업’(100 Grea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암울한 경제에 희망의 불씨를 보여줬던 이 책은 <뉴욕타임스 designtimesp=23515>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게 됐다.레버링의 이어진 노력은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들 기업의 기술개발, 공정관리, 서비스 개선 노력 등을 비교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공통점이 아니었다. 연봉이 높다거나 스톡옵션을 부여한다거나 후생시설이 잘돼 있다는 점도 일부 기업에만 해당될 뿐이었다.그는 범위를 확대, 이들 기업의 임직원에 대한 인터뷰를 벌였으며, 그 결과 구성원간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훌륭한 기업의 구성원들은 공통적으로 경영진을 신뢰하고, 소속 회사와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동료간에 재미가 넘친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인구에 회자되는 ‘펀(Fun)경영’은 그 한쪽만을 부각시킨 아류다.레버링은 이 같은 공통점을 묶어 ‘신뢰경영’이란 이론으로 정립했으며 기업 내부의 신뢰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신뢰지수(Trust Index)를 개발했다. 98년 이후 연례화된 ‘포천 100대 기업’은 바로 신뢰지수와 부수적인 보완자료를 통해 선정된다. 이후 동일한 조사도구를 사용한 훌륭한 기업의 선정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브라질, 칠레 등으로 퍼져나갔고 지난해는 한국에서도 이뤄졌다. 올해 발표될 ‘유로랜드 100대 기업’은 신뢰경영이 글로벌스탠더드로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포천 100대 기업’의 모델과 선정도구가 널리 퍼져나가는 현상은 경영관리에서도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직무중심에서 관계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를 잘 관리하지 않고는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 불가능하다.연장선상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인재육성체계 등이 강조되고 있다. 둘째, 주주, 고객과 대등한 지위로 구성원의 위치가 정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와 고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기업은 많았지만 구성원이 소중하다고 대내외에 천명하는 기업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포천 100대 기업’에서는 흔한 일이다.주주와 고객의 만족은 결코 내부 구성원의 만족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가치나 문화, 비전에 대한 중시다. 이것은 하나의 지향점이며 지향점을 액자 속에만 처박아 놓고는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경영현장에 침투되고 조직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직무 수행과정에 스며들게 하는 일이 중요한 경영관리의 테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훌륭한 일터’의 조건최소한 한두 가지 ‘특징’ 갖춰야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는 모든 점에서 완벽한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부족한 점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일터는 단점들을 보완하고도 남는 최소한 한두 가지의 특징적인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경영진이 약속을 지킨다’와 같은 특징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수의 구성원에게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미국의 페더럴익스프레스는 ‘포천 100대 기업’에 늘 명함을 올리는 회사다. 이 회사의 가치로 ‘공정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가 GFT(Guaranteed Fair Treatment)이다.부하직원이 직속상사의 불공정한 대우에 이의가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고 조정이 안되면 사업부서장,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되는 항소위원회에 계속 문제해결을 요구하게 된다. 미국 <포천 designtimesp=23545>지는 지난 98년부터 매년 신년호 특집으로 ‘포천 100대 기업’(일하기 훌륭한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사 designtimesp=23546>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국내의 일하기 훌륭한 20대 기업’을 선정했었다. 국내외 훌륭한 일터의 특징들을 간추려 본다.◇신뢰가 있다 약속이행이나 공정한 대우를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P&G의 한 여자사원은 “관공서 상대의 업무를 직접 담당한다”며 “남녀를 떠난 공정한 업무 관장이다”고 지적했다. H사의 최고경영자는 비해고정책을 천명하고 그것을 지켜냈다. 구성원은 오히려 경영자의 애로가 클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었다.◇구성원의 가정을 고려한다 구성원의 가족은 ‘준사원’이다. LG석유화학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배우자의 생일을 챙기고 사내 행사에 가족을 초대한다. 가정의 날(달)을 만들어 ‘안에서의 평화’가 이뤄지도록 배려한다. 미국 제약회사 파이저의 구내식당은 저녁 찬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커피토크, 호프데이 등 업무를 떠나 구성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청취하는 관행을 정착시킨 회사들이 많다. 한국에질런트테크놀로지와 메리츠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것은 훌륭한 일터의 특징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자부심이 크다 구성원들에게서 자부심과 긍지가 발견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주로 1등의 경험이라든가, 특정분야에서의 독보적인 위치, 글로벌한 기업으로서의 위상, 특화된 분야에서의 인지도 등이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석유화학, 한국도자기, 풀무원, KT프리텔이 꼽힌다.◇조직문화를 젊게 유지한다 미래위원회, I보드, 하트보드와 같이 대리나 평사원 등 사내의 젊은층이 주도적으로 혁신활동을 전개하는 조직이 눈에 띤다. 이들 조직이 유명무실하지 않도록 회사의 최고경영진은 건의와 활동에 대해 힘을 실어주게 된다.◇작은 배려로 큰 만족을 이끌어낸다 사람은 작은 부분에서 크게 감동한다. 부하직원에 대한 진심어린 말 한마디, 생일 축하 꽃다발, 부모님께 전달된 회사측의 작은 선물, 가정의 날을 위한 1시간의 조기퇴근 등에 대한 만족도가 다양한 편의시설이나 화려한 행사에서 받는 감동을 뛰어넘는다.◇자기계발을 지원한다 훌륭한 일터는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꼭 업무와 관련된 쪽으로만 국한돼 있지 않다. 문화활동, 여가생활을 지원하며 직무와 관련됐거나 관련이 없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봉사하는 보람을 갖게 한다 봉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봉사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작은 기쁨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