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회사에서도 은행의 대표베스트셀러였던 ‘장기주택마련용 상품’을 내놓았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자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으며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이런 장점들 덕에 근로자우대저축, 주택청약저축과 더불어 봉급생활자라면 우선 가입할 ‘3대 비과세 상품’으로 꼽혀 왔다. 세금면제와 소득공제를 감안하면 보통 적금(3%대)에 비해 연간수익률이 세 배(10% 이상) 가까이 된다.투신권은 지난 1월9일 출시된 한국투자신탁증권의 ‘부자아빠 장기주택마련 투자신탁’을 시작으로 이 상품에 손을 뻗쳤다. 이자소득세 면제, 소득공제 등 투신사의 장기주택마련 펀드 역시 은행에서 파는 것과 기본 골격은 완전히 똑같다.(박스참조) 삼성, LG투신 등에서 잇따라 상품이 나와 2월 말까지는 거의 모든 투신사에서 장기주택마련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투신사에서 이 상품을 취급하게 된 과정은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수익증권 판매에 나서 ‘제 밥그릇’이 위험해진 투신사들은 여러 가지 대응책을 찾는 중이었다. 한투증권 상품개발팀 최인규 부장은 “위기감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장기주택마련펀드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발견’이라는 표현은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지난해 관련법이 바뀌면서 은행만이 아닌 모든 금융사가 이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장기주택마련 상품을 팔아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한투증권 상품개발팀은 “은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비과세 아니면 주택청약 상품”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에 상응한 전략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끈질기게 감독당국을 쫓아다녔다. 이 회사 홍성일 사장까지 직접 나서서 문을 두드렸다.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던 투신사의 장기주택마련펀드 판매가 제법 신선한 아이디어였음은 이 상품 발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원조’ 해프닝에서도 알 수 있다. 삼성투신이 1월7일 ‘투신권 최초’라면서 이 상품을 내놓는다고 선수치자 한국투신이 발끈했던 것. 삼성투신은 약관승인을 받지 못하고 먼저 발표부터 했고, 한투는 이미 그 전주에 금감원으로부터 약관승인을 받고 발표를 준비하던 상태였다.투신사들이 ‘고객의 선택폭을 넓혀 주었다’고 주장하는 장기주택마련펀드 발매에 대한 호응은 지켜볼 일이다. 투신권은 “운용능력이 한 수 위이므로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 장기주택마련 ‘저축’보다 ‘펀드’가 낫다고 공세를 펼친다. 반면 은행권은 만기가 7년이나 되는 장기상품임을 힘주어 말하면서 “믿음직하기로는 은행이 제일”이라고 응수하고 있다.장기주택마련저축 / 펀드▶ 장점 : 이자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 더불어 연말에 1년 동안 부은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 단점 : 가입기간이 7년으로 길어서 선뜻 가입하기가 꺼려진다.▶ 가입자격 : 만 18세 이상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 납입방법 : 분기별 300만원까지 원하는 금액대로 적립. 총액 한도 안에서 여러 금융사에 나눠 가입할 수도 있음.▶ 기타 : 올해 12월31일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 은행에서 운용 및 판매. 확정금리형, 신탁형 두 가지. 투신에 비해 안정성이 돋보임.▶ 장기주택마련펀드 : 투신사에서 운용, 투신증권과 증권사가 판매.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이 주류. 운용사가 어디냐에 따라 30~50%까지 주식편입비율 등에 차이가 있음. 은행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원금손실 위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