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새판짜기’ 프로젝트 1단계 … 법 발효되는 하반기 파장 예상

이런 계획이 나온 기저에는 앞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핵심축을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 방식에서 경제대국들처럼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방식으로 옮기겠다는 (이른바 이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 중심) 거대한 청사진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방향을 바꿔보겠다는 이 같은 큰 밑그림은 사실, 노무현 정부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미 현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야심 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재경부는 지난해 ‘금융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모토 아래 은행대출 중심에서 직접발행 중심의 자본시장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위해 기업연금제도를 조기도입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자산운용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며, 효율적인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 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업법은 이 대형 프로젝트의 첫 단추 꿰기에 해당한다.자산운용업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2002년 9월 법 초안이 나왔다. 재경부 이석준 증권제도과장에 따르면 대통령선거 등 “여러 상황으로 예상보다 많이 지연돼서” 올해 2월12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 앞으로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들어가는 일이 남아 있다.이 법안을 주도한 재경부는 “상반기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그 예상대로라면 국회 통과 후 세부 시행령과 규칙들을 마련, 올 하반기부터는 효력이 미치게 된다. 법이라는 게 국회를 거치면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자산운용업법의 큰 그림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재경부측의 예상이다.이 법(안)은 “모든 간접투자행위는 동일한 기준(물론 자산운용업법을 말한다)으로 규제하고 감독하겠다”는 취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다시 말해 은행에서 파는 신탁이든, 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이든, 증권투자회사의 뮤추얼펀드이든, 보험사의 변액보험이든 여하튼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서 운용하고 그 성과를 다시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간접투자행위를 한꺼번에 감독하겠다는 뜻이다.물론 구체적인 상황이나 세부 시행령에 따라서는 약간의 예외도 있지만 여하튼 큰 취지는 그렇다. 이제까지 이 상품들은 은행업법, 증권업법, 보험업법 등에 제각기 해당됐다.투자대상, 부동산·콩 등으로 다양화이 법이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영국의 FSMA (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 2000)라는 통합금융법이다. 영국에는 금융법이 단 하나밖에 없다. 2000년 은행법, 증권법 등등을 모두 통합해 하나의 FSMA로 만들어 버렸다. 금융기관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제도도 바뀌었던 것이다.재경부 역시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을 첫걸음으로 해서 앞으로 계속적인 통합을 추진, 5년 안에 이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업법이나 증권업법 같은 것은 모두 사라지고 단 한 개의 금융법만 존재하게 된다.당장 자산운용업법이 몰고올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자산운용업법의 파급효과는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투자 대상이 유가증권뿐만 아니라 부동산, 금이나 콩 같은 실물, 장외파생상품 등으로 다양해질 수 있다. 둘째, 간접투자에 있어서 투자자 보호가 대폭 강화된다. 셋째, 영역이 다르다 해서 존재했던 불공평한 일들이 사라진다.예를 들어 사실상 같은 실적배당상품인데 파는 곳이 보험사냐 투신사냐에 따라 세제혜택이 있거나 없는 것 같은 일들은 없어지는 것이다. 다섯째, 이제까지 근거가 없어서 규제하지 못했던 모든 간접투자행위들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한때 유행했던 네티즌 영화펀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신종투자였던 엔터펀드는 예전에 없었던 형태였기 때문에 불투명한 회계 등으로 투자자 보호가 어려웠음에도 불구,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 또 어떤 종류의 새로운 투자가 생겨나더라도 ‘간접투자행위’에 해당하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이런 기본적인 파급효과 외에도 업계 역시 적잖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구체적인 시행령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그 영향을 직접 느끼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관련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게 자본시장의 속성이어서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가는 언제든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