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등 안전장치 확충 절실, 리츠 관련업계 ‘겸업’ 준비 시작

“투자자로부터 자금 등을 모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 (중략) …간접투자에 해당하는 금융행위는 자산운용업법이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함”(자산운용업법안 제2조 등)올 하반기 시행예정인 자산운용업법의 적용범위가 부동산 간접투자까지 포함하고 있어 리츠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법안의 내용이 지난 2001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법(리츠법)의 내용과 겹치는데다 일부 조항은 상충되기도 하기 때문. 이대로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된다면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해 두 개의 법이 공존하는 셈이 되고, 그에 따른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그러나 부동산 간접투자가 금융상품으로 대중화되면 임대용 오피스, 상가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부동산 간접투자 확대될 듯자산운용업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투자신탁사, 자산운용사 등이 취급하는 펀드의 투자범위를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과 장외파생상품에까지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펀드 출현을 유도한다는 것.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위험분산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그러나 지난 2월12일 법제처 심의를 마친 자산운용업법(안)에서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언급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제87조 자산운용 대상 및 방법에 ‘부동산의 취득ㆍ관리ㆍ개량ㆍ처분, 임대차, 개발 및 이에 부수되는 거래’라고 명시한 것과 기간 내 처분, 개발사업 투자 등을 제한하는 내용 정도다. 부동산 투자 및 운용을 담당할 기관이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의 편입비율에 대해서도 확정된 것이 없다.주관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부동산은 유가증권에 비해 유동성이 낮다는 측면을 감안해 환매를 제한하고 일정기간 상장 및 등록을 의무화한다. 또 개발사업 제한, 차입 및 환매 제한 등 현행 리츠법의 자산운용 규제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입장.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사실상 투신업 허가만 있으면 리츠와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결국 리츠로 대표되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법에 적용을 받아야 하며, 일부 부딪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한 법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2년이나 먼저 시행되고 있는 리츠법이 유명무실화될 위기”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자산운용업법(안)과 관련,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투자 대상 부동산의 자산규모와 설립제도. 현재 리츠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CR리츠의 경우 최소 500억원으로 자본금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하지만 자산운용업법의 적용을 받는 펀드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또 건교부 허가를 받아 ‘예비인가 → 본인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리츠와 달리 펀드는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품 구성이나 운용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오용헌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장은 “설립요건과 투자자 보호장치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리츠법과 달리 자산운용업법은 단순하면서 쉽게 부동산 간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부실한 펀드가 만들어져 투자자의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부동산신탁업계 등 대응책 마련 나서이 같은 우려와 별개로 자산운용업법이 하반기에 시행됨에 따라 관련업계는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기존의 자산관리회사(AMC)들은 자산운용사로 겸업하기 위해 자본금 규모를 100억원으로 늘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김정연 리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 차장은 “리츠법상 AMC 자본금 규모는 70억원으로 돼 있지만 자산운용업법상으로는 100억원 이상 돼야 자산운용사로 활동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법안을 검토하는 중이다”고 밝혔다.기존 투신업계에서도 부동산으로 투자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시장조사 등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투자 대상 부동산 물색작업에 들어간 한편 CR리츠 출시 경험이 있는 메리츠증권과 연계방안을 모색 중이다.이호진 한투신탁증권 프로젝트금융팀장은 “고수익 펀드는 곧 주식형 펀드라는 인식을 깨는 새로운 펀드가 출현할 것”이라면서 “부서를 신설하거나 협력체제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 분야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부동산신탁업계도 분주하다. 최근 생보, 대한, 한국, KB 등 부동산신탁사들은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에 자산운용사 겸업을 명시해 달라고 재경부에 요청했다. 차상란 KB부동산신탁 전략사업팀장은 “부동산신탁사는 최소 자본금이 100억원이므로 증자가 필요 없다. 또 기존 금융업계가 취약한 부동산 개발, 신탁 등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에 고심하는 대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을 펀드 투자 대상으로 편입시켜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서는 기존 리츠법보다 자산운용업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한편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권 펀드가 시판되면 기존 부동산의 활용범위가 넓어져 결과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투자자 위험 요소를 보강하고 부동산 전문인력 기용을 의무화한다면, 부동산과 금융의 이상적인 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장기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용 빌딩과 대형상가의 가치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돋보기 / 리츠법, 사문화되나?건교부, 리츠 설립ㆍ운영 완화 추진“펀드 투자 대상만 확대하면 됩니까? 기존 리츠법은 어떻게 됩니까? 법을 만들면서 기존 리츠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부동산투자회사법(리츠법) 제정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의 격앙된 목소리다. 펀드 투자 대상을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자산운용업법이 IMF 위기 이후 3년여의 진통 끝에 시행된 리츠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다.건교부도 펀드 투자범위 확대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행 리츠에 대한 조세혜택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재경부가 별다른 규제 없이 부동산 간접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재경부와 금감원 관할이라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없다는 입장. 오히려 자산운용업법과 부딪치는 부분은 리츠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토지정책과 모 서기관은 “리츠설립과 운영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리츠업계에서도 어떤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차상란 KB부동산신탁 팀장은 “간접투자에 해당하는 금융행위는 자산운용업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하니, 어느 법을 따라야 할지 애매하다”면서 “차라리 이 기회에 일반 리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회사형 리츠법을 새로 손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 두면 리츠법이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리츠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