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돈가뭄’에 ‘해갈’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벤처캐피털의 투자가 2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4분기 상승세를 나타냈다.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벤처 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머니트리 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 실리콘밸리지역 기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털 자금은 14억8,800만달러. 이는 지난해 3분기의 13억3,600여만달러에 비해 11.4%가 늘어난 것이다. 투자를 받은 기업도 192개사로 전 분기의 159개사에 비해 20%나 늘었다.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가 4분기 41억5,300만달러로 전 분기의 44억8,000만달러에 비해 7.3%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 2000년 1분기에 287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줄곧 줄어들어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투자규모는 212억달러로 2001년의 413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벤처투자 붐이 일기 이전인 지난 98년 실적(215억달러)과 엇비슷하다.이처럼 지난해 4분기 실리콘밸리지역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가 늘어나면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PwC의 트레이시 레프터오프 매니징파트너는 “(벤처 투자가)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 이 같은 투자 수준은 상당히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기대는 투자내용을 뜯어보면 한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리콘밸리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통신 및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중 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2억1,300만달러로 86.8%가 늘었고, 반도체산업에도 1억7,900만달러가 투자돼 62.7%가 증가했다. 통신장비에 대한 투자는 1억9,800만달러로 지난 분기(1억9,300만달러)에 비해 약간 늘어났다.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급증도 실리콘밸리에 많은 돈이 몰린 요인으로 손꼽힌다. 4분기 중 바이오테크 분야는 1억3,400만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34%, 의료기기 분야는 1억3,300만달러로 무려 77.3%나 늘었다.이 기간 중 실리콘밸리에서 최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나왔다. 한국인 이기호씨가 창업한 GCT세미컨덕터(무선통신용 칩 제조업체)가 3,800만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여 1위에 올랐고, 바이오테크회사인 노바시아가 3,600만달러로 2위, 네트워크장비업체인 포스10네트워크스가 3,500만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지난해 4분기 실리콘밸리지역에 대한 벤처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벤처 투자 하락세가 완전히 멈췄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001년 4분기에도 전 분기보다 늘어나는 현상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지난해 1분기에 20% 가까이 급감하면서 투자심리가 완전히 되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벤처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도 벤처 투자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요인이다. 실리콘밸리지역 소프트웨어업체에 투자된 자금은 3억3,700만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무려 16%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