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급 측면에서 최소 올해 말까지 공급과잉 지속 예상돼

요즘 들어 채권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채권버블 현상이 일고 있다.일부에서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을 매집하는 이상과열 조짐까지 일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대부분 국가에서 정책금리인 기준금리와 모든 채권수익률간의 스프레드가 1%포인트 이내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입증사례다.앞으로도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한 최근의 채권매집 혹은 채권버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전쟁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Safe haven asset)으로 평가되고 있는 채권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보유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앞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채권보유물량이 적정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한 채권보유물량은 현재는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2001년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테러와의 전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뚜렷한 대체투자수단이 없어 국제투자자금의 채권매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이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 북한의 핵문제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안전자산으로 채권이 부각됨에 따라 채권보유물량이 크게 늘어났다.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이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면서 적정수준으로 환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제는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국제금융환경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성향, 세계경제 여건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전략문제연구소(CSIS) 등은 앞으로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4~6주 이내에 끝나는 단기전과 3개월까지 연장되는 중기전, 그리고 최악의 경우 6개월까지 지속되는 장기전으로 상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단기전일 경우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하반기 이후 미국경제 ‘U’자형 회복 전망다행스러운 점은 부시 행정부가 집권 후반기에는 경제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점이나 현재 미국과 이라크간의 군비문제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치르더라도 미국 경제에 미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속전속결로 치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시 말해 단기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이 경우 무엇보다 지금은 암울해 보이는 세계경제가 의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문제연구소 등은 전쟁이 단기전으로 치러진다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제고시킨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가 ‘U’자형 혹은 ‘V’자형 회복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벌써부터 올 4/4분기 이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3%대로 잠재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더욱이 현재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적정수준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한 나라의 금리가 경제여건에 비해 적정한가를 판단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이용해 세계금리의 적정수준을 계산해 보면 세계 평균 금리는 적정수준보다 약 2%포인트 정도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내 금리도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주목해야 할 점은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수준보다 밑도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갈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돈을 쓸 곳에 제대로 못쓰는 도덕적 해이가 심해짐에 따라 실물경제의 거품현상이 일어나고 시중자금의 부동화가 빠르게 촉진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따라서 지난해 말 이후부터는 이를 규제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 정도가 연착륙(Soft Landing)이냐, 경착륙(Hard Landing)이냐 문제는 각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우리나라도 국내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대출과 부동산투기의 연착륙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 속에 결국 그런 방향으로 억제책이 추진되고 있다.세계 각국간의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 펀드들도 그동안 안전자산을 선호(Flight to Quality)해 왔으나 이라크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경우 이런 변화가 의외로 빨랐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더욱이 글로벌 펀드간에 앞의 말이 뒤에 오는 말을 끌어주는 소위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까지 일어나면서 단기간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쏠림현상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3년간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내주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쏠림현상은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이 종전된 이후 경제가 어느 정도 받쳐주기만 한다면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빠른 속도로 인상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만 하더라도 현재 예상대로 4/4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서면 올해 안에 금리가 한 차례 인상될 것으로 보는 기관들도 의외로 많다.채권수급 측면에서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국의 재정수지와 재정계획을 감안할 때 신규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를 대신해 회사채를 직접 금리조절풀(Pool)로 사용할 경우 국채에서 회사채로의 교환현상(Switching)까지도 예상된다.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이라크 전쟁이 끝날 경우 곧바로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최근의 채권버블 혹은 매집현상이 채권덤핑 현상으로 급반전하면서 채권수익률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 투자자일수록 손실을 많이 입을 것이다.그런 만큼 일부 기관투자가 혹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채권이면 무조건 사놓고 보자’ 식의 채권매집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채권보유를 늘리고 있는 행위는 의외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대내외 금융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변할 것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schan@hankyung.com